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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가 가능한 알약?

4살 때까지만 해도 드레거는 엄마들이 모두 주사를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엄마처럼 모든 엄마들이 매주 병원에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놀이시간이 끝나고 저녁 식사가 시작된 어느 날 밤 드레거는 “왜 그렇게 자주 병원에 가는 거야... 어디 아파?”라고 엄마에게 물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했던 엄마 수잔 드레거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무릎 위로 아이를 끌어당겨서 뺨을 자기 어깨에 기대어 주고는 말했다.

“엄마 뼈 속에 이상이 있단다.”

수잔은 접시에서 닭 뼈를 하나 집어들고는 반으로 쪼개서 그 가운데로 지나는 골수강을 가리켰다. “여기가 혈액 세포가 자라는 곳이야.” 엄마는 드레거에게 말했다. “하지만 엄마의 골수는 정상이 아니란다. 어떤 혈액 세포는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다른 혈액 세포는 조금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마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 수잔은 스스로도 믿고 싶지 않아서 아이에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자신의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올해 34세의 수잔 드레거는 23,000명의 다른 미국인들처럼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은 백혈구 세포가 걷잡을 수 없이 분열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하는 질환이다. 드레거 부인은 4년 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후 6년 이내에 사망한다. 유일한 희망인 골수 이식을 위해 그녀도 다른 수 천 명의 환자들처럼 적합한 기증자를 찾느라 수 년을 기다렸지만, 적기에 기증자를 찾아낼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졌다.

제 때에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하면 환자들은 “모세포성 발증”이란 단계로 들어가는데, 이 단계에선 악성 백혈구 수치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치료가 매우 어려워진다. 얼마 전 수잔 드레거의 주치의가 그녀가 곧 모세포성 발증 단계에 접어들거라고 진단했는데, 그때까지도 여전히 적합한 골수 기증자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작동된 시한폭탄과 같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 진입하면 평균 수명이 몇 주에서 몇 달 밖에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드레거 여사는 1년 전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거의 기적처럼 치유한다는 글리벡이란 새로운 약물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임상실험에 지원할 당시에 대단한 기대를 품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험 결과는 다른 임상실험 지원자들의 실험 결과와 더불어 암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포트랜드의 오레건 보건과학대학 의대 교수로 글리벡의 항암력 평가를 총괄하는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는 “결과가 굉장합니다. 안전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기도 해요”라며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띠었다.

그는 “54명의 만성 질환자 모두가 혈구 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라고 말한다.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골수 내의 백혈병 세포가 감소하였고, 약 1/3의 환자에게서는 백혈병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죠. 심지어 이미 모세포성 발증 단계에 접어든 환자도 수명이 연장되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이런 놀라운 결과에 드러커 박사가 흥분하여 껑충거리는 모습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에 의하면 드러커 박사는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환자들을 보고는 그런 결과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듯 자신있는 눈빛을 띤 채 싱긋 웃었을 뿐이라고 한다.

미 정부 당국자들도 이 결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 5월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신속하게 이 약의 시판을 승인하였다. 하지만 가격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치가 무려 2,400달러까지 되고 환자들이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 떠들썩한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암세포의 무한 증식 원인에 대해 지난 수십 년 간 진행되어온 분자 생물학 연구의 첫 번째 산물이 바로 이 약품이기 때문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단 하나의 유전자 변이로 비정상적인 효소가 생산되어 발병된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분자인 ‘글리벡’은 유도미사일과 같이 정밀해서 불안정한 효소를 공격해 제거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출현, 그리고 기타 유형의 암 유발 원인이 되는 세포 결함에 관해 이 프로젝트에서 얻는 분자물 관련 단서들을 이용함으로써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획기적인 암치료의 신기원이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前) 국립 암센터장이자 현재 예일대 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빈센트 드비타 박사는 “가장 흥분되는 사실은, 모든 암에 이와 비슷한 일종의 표적이 있고, 그 대부분이 이미 규명되었다는 점입니다. 특정 목표만 규명되면, 보다 간단하게 암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 또 한 가지 잇점이 있다. 이 약물은 특정한 이상(異常) 세포만을 공격하므로, 기존의 치료법보다 부종, 구역질 등의 부작용이 경미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글리벡은 위장이나 뇌의 종양과 같이 희귀한 형태로 발견되는 상이한 두 종류의 세포 변형물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곧 폐암 중 가장 악성인 소(小)세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일반적인 암을 유발하는 이상 세포를 목표로 한 유사한 약물들도 곧 개발될 예정이다. 현재 개발 중인 또 다른 화학합성 물질인 ‘아이레사(Iressa)’는 현재 유방, 방광을 포함한 5종의 암을 대상으로 실험 중에 있다. 미국 임상종양학회 회장 당선자 폴 번 주니어 박사는, 현재까지 이 약물은 “말기 폐암과 후두암의 종양을 극적으로 줄였고, 10년 후면 거의 모든 백혈병 및 림프종을 치료할 글리벡과 같은 약물 치료법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ML은 세포 내의 염색체 상호 전위로 bcr-abl이란 비정상 키나제가 생성되어 발병한다. 이 효소는 세포의 대사와 성장을 조절하는 방대한 단백질 키나제 효소군 중 하나이다. 인간의 몸에서는 매일 수 천 개의 백혈구가 죽어 없어지는데, 키나제는 인체가 죽어 없어지는 각각의 백혈구를 대체하도록 한다.

드러커 박사는 이들 키나제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혈구 세포 수를 정확히 계산하는 자동 온도 조절기에 비유한다. 정상인에게서는 보통 정상 혈구 세포 수준에 도달하면 이들 키나제의 작동이 자동으로 멈춘다. 그러나 CML 환자에선 이 자동 온도 조절기가 항상 작동한다. “이제 충분하니 그만 만들라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몸에 점점 많은 백혈구가 축적된다”고 드러커 박사는 설명한다. 이 때 글리벡이 bcr-abl에 결합하여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가들은 이런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분명한 건 아니라고 경고한다. 뉴욕 소재 슬로안-케터링 기념 암센터의 조셉 R. 베르티노 박사는 “글리벡은 CML 환자게는 매우 극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비관론자의 입장에서라면 이 병과 연관있는 유전적 변이는 한 종류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대부분의 암은 여러 종류의 변이를 갖고 있어 치료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글리벡과 같은 여러 약물들을 개발, 이들을 잘 조합해 각각의 이상(異常) 세포들을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최근 몇 년 동안에 축적된 암세포의 확산 방식에 대한 정보를 고려할 때, 그와 같은 새로운 약물의 개발 기간은 드러커 박사가 글리벡을 개발해 낸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 드러커 박사는 의대 재학 중 화학요법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종양학 첫 수업에서 이 치료법에 대해 “놀라운 방법이지만 희생이 너무 크다. 분명히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화학요법을 이용한 암 치료법은 큰 해머로 자동차 기어를 두드려 조정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골수 이식이라고 해서 더 나을 건 없다. CML 환자 중 약 13%만이 결국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만나 이식을 받고, 그 중에서도 약 절반 정도만이 치유된다.

드러커 박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환자들과 친해지곤 했는데, 결국은 환자들을 도우려던 치료법 때문에 오히려 그 환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매일 밤 교대시간이 끝날 때까지 환자의 병상 옆에 앉아서 환자의 생애에 대해 담소를 했다. 첫째 아이 출산 중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젊은 여성도 있었고, 폐암이 전신으로 퍼진 세 아이의 엄마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치료 도중 그 치료로 인해 숨졌다. “잘 해보려 한 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그런 환자들은 내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좌절할 때마다 박사는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각 환자의 가족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당신의 어머니와 아들, 딸, 그리고 남편을 위해 우리가 해 주지 못했던 것들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제가 연구를 시작할 때 그분들이 저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이며, 언젠가는 저희가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드러커 박사는 지금껏 이 약속을 지켜왔다.



1980년대 말 스위스의 대형 제약사인 노바티스 사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옥스의 암젠 사에서 저분자 약물 탐색팀 부팀장인 닉 라이돈 박사의 주도하에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키나제 억제 화합물 개발을 위한 약물-탐색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당시 실험실 연구에 관심이 있었던 드러커 박사는 이미 수년간 키나제를 연구하는 중이었고, 라이돈 박사에게 bcr-abl이 완벽한 타겟이라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미국에서 매년 암 진단을 받는 125만 명 중 CML환자는 5천 명에 불과하므로, 시장규모가 작아 노바티스 사가 이 연구를 계속하지 않으리라고 드러커 박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라이돈 박사는 적어도 bcr-abl 억제 약물을 검색할 정도의 흥미는 갖고 있었다.

만난 지 2년 후, 드러커 박사는 CML을 치료할 약물의 검색법을 개발했지만, 실험 약물이 없었으므로 노바티스 사에 이미 억제제를 발견했는지 문의했다.

당시 라이돈 박사는 “사실 다른 용도로 개발한 여러 종류의 약물들이 bcr-abl을 억제했지만, CML에 대해선 실험하지 않았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노바티스 사는 드러커 박사에게 6종의 화합물을 건넸고, 그 중 하나만이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bcr-abl을 억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글리벡이었다. 드러커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다른 약물들도 글리벡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를 고대하고 있는 반면, 수잔 드레거는 인생이라는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사실만으로도 매우 행복해 하고 있다. 수잔 여사가 2년 전 아들에게 닭 뼈를 쪼개 그녀의 병을 설명하였을 때, 아들은 그 설명이 엄마가 곧 죽는다는 의미인지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그녀는 이미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저는 모든 이들에게 말했어요. ‘U2와 INXS의 노래에 맞추어 춤추고, 술 마시고, 울고, 그리고 저를 위해 애도해 주세요. 하지만 그렇게 할 시간은 반나절 뿐이예요. 그런 다음엔 절 잊어 주세요.’ 전 남편이 꼭 다시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남편이 얻은 새 여자가 아니다 싶으면 귀신이 되어 그의 곁을 떠돌거예요”라고 했다며, 사후 계획에 대해 얘기하며 웃었다. 하지만 아들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원래 활달했을 목소리에서 명랑한 어조가 잦아들었다.

그녀는 “가장 큰 걱정은 제가 CML 진단을 받았을 때 겨우 두 살이었던 아들이었어요. 만일 제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 애는 저를 기억조차 못 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그녀의 병을 아들에게 이해시키려 했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고, 모든 질문에 대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교육과 같은 거죠. 물어볼 나이다 싶으면 이미 알 만한 나이가 된 거죠. 애들 부탁을 들어 주려면 말해 줄 수 밖에 없어요”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수잔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매일 인터페론을 주사하였는데, 이것은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혈구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치료였다. 하지만 이 치료 때문에 고열로 인한 경련에 시달려야 했고, 침대에서 나올 수도 없었다. 만성적 코피, 구토, 설사로 외출은 거의 할 수 없었다. 수잔은 “저는 화장실에 붙어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곧 깨달았어요”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수잔도 처음엔 골수 이식을 받으려고 애를 써 보았다. “주치의가 골수 이식을 안 받으면 치명적이라고 하길래 ‘골수 이식만 받으면 모든 일이 해결되겠지’ 하면서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소수의 체로키 인디언 후손이기 때문에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는 일주일 동안 울었다. 그녀 말로는 그 날까지만 해도 자신이 백혈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다고 한다.

수 차례의 화학요법과 함께 인터페론 치료를 몇 년간 받자 수잔에게는 죽음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병을 앓으면, 죽음의 공포를 잊게 되요.” 그녀는 주치의에게 약물치료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누구에게든 인터페론의 효과는 결국 없어지고 말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렇게 끔찍하게 침대에서 생을 보내야 한다면, 더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들과 남편, 그리고 저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거죠.”

수잔이 약물치료를 중단하려고 준비할 무렵, 그녀가 참가하던 CML 온라인 채팅 그룹에서 드러커 박사와 글리벡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기적같은 치유 사례들과 인터페론 없이도 정상적인 혈구 수준을 유지하는 환자들에 관한 얘기가 나돌았다.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생각을 갖기 시작했어요. 치유를 바라고 임상실험에 지원한 건 아니예요. 안정된 상태에서 아프지 않은 채 지낼 수 있기만을 바랬어요. 아들을 공원에 데려가고 싶었어요”라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글리벡을 복용한지 1년이 채 안 된 어느 날 저녁식사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다. 글리벡 복용 후 최초의 결과를 알려 주려는 간호원의 전화였다. 글리벡 복용 3개월 만에 혈중 백혈병 세포가 89%에서 21%로 감소했다는 결과였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큰 희망을 갖진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신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까지의 글리벡 복용 최장 기간은 3년이었지만, 통상 암은 치유 후 5~10년 사이에 재발하기 때문이다. 드러커 박사는 “약물 효과의 지속성이 현재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라고 드러커 박사는 말한다. “좀 더 기다려 보는 것 외엔 판단할 방법이 없어요.”

다른 전문가들도 이 점에 동의한다. 드비타 박사에 따르면 “병이 완전히 치유되어 재발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면 과대광고입니다. 우리도 그건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병이 다시 악화되어 예전처럼 치명적으로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수잔은 백혈병 세포 수가 21%에서 6.5%로 떨어진 후에야 비로소 글리벡이 진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대부분의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부작용도 경미하여, 약간의 근육 경련과 아침에 눈이 붓는 정도였다. 그녀는 “인터페론이나 화학요법에 비하면, 레이다 스크린의 점하나 정도죠”라고 말한다.

몇 달 뒤 수잔이 드러커 박사에게 후속 진료를 받으러 가려고 짐을 꾸릴 무렵 아들이 갑자기 화를 냈다. 2년 전 엄마가 닭 뼈로 설명한 후로 아들이 그녀의 병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엄마에게 포틀랜드의 병원에 가지 말라고 했다. 아들은 “엄마는 거기서 죽게 될 거야. 포틀랜드 병원에선 엄마를 아프게 하잖아”라고 말했다. 수잔은 “포틀랜드 병원에선 엄마를 아프게 하지 않아. 엄마를 낫게 해 주는 거란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주디 오렘 : 생존자의 이야기
주디 오렘이 전화기를 귀에 꽉 누른 채 서 있을 때 팔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엄습해왔다. 주치의는 “유감스럽지만, 내일 진료를 예약했어요”라며 믿기지 않는 말을 하였다. 주디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그냥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갔었기 때문이었다. 의사에게선 전화로 검진 결과만 듣기로 되어 있었다. “저, 바빠서 내일은 안 돼요”라고 주디가 말하자 주치의는 조용히 말했다. “이게 바로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전문의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백혈병이에요.”

1995년 12월의 일로, 당시 51세였던 그녀에겐 어떤 증상도 없었다. 하지만 3년 후의 혈액검사 결과, 골수세포가 거의 100%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단계에 이른 환자들은 대개 몇 주 내지 몇 달 이상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 글리벡이란 새로운 약물의 임상실험에 참가하였다.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와 함께 왼쪽에 그녀가 보인다.

쥬디는 새 천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지만, 그녀가 글리벡 임상실험의 최초 지원자가 된 순간 사정이 바뀌었고, 혈액검사 결과는 정상이 되었다. 현재 그녀의 몸에서 백혈병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생을 포기했던 사람치곤 괜찮은 셈이죠"라며 쥬디는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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