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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원 문대원 박사

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사가 공동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후원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51회)」시상식이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영렬 본사 사장, 김정덕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7일 과학기술부 상황실에서 열렸다. 6월 수상자는 중에너지 이온산란을 이용, 초박막 표면계면 분석기술을 개발한 한국표준과학원의 문대원(文大元·49)박사에게 돌아갔다. 문박사에게는 과학기술부 장관상과 상패, 그리고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산란되는 이온각도 계측장비, 'MIES'세계 최초 개발
사람의 육안에는 고체는 아주 딱딱하고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주 미세한 세계 , 즉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고체에도 빈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원자는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원자의 갯수와 상태를 알려면 외부적인 충격을 주어서 간접적으로 알아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문박사는 고체를 하나의 방으로 보고, 이 방안의 원자를 풍선으로 생각한다. 외부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며 이 풍선(원자)을 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은 이온. 문박사에게 이온은 탁구공이다.

10만 볼트의 속도로 가속되어 초당 수 백킬로미터의 아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탁구공(이온)이 풍선을 때리면 이중 몇 개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세게 다시 튀어나오는가를 측정, 풍선의 갯수와 무게, 무질서하게 배열된 정도 등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문박사는 이러한 원자의 세계를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비 ‘마이스(MIES : Medium Energy Ion Scattering)’를 개발했다.

응력까지 잼으로써 국제적 인정받아
“눈으로 보이는 꽉찬 물질도 10만 볼트로 가속된 이온 입장에서는 허공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문박사는 ‘마이스’로 명명한 것에 대해 중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이온을 쏴 산란을 측정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온이 중간 정도의 에너지를 가졌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단순히 편의상 분류해 놓았을 뿐이다. 이온은 가속이 일단 붙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엄청나게 딱딱한 물질도 이온에게는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원자의 에너지는 대부분 핵에 모이게 되는데, 이온을 쏘면 그냥 통과해 버린다. 1만 개의 이온 중 한 두개만이 산란되는데, 바로 이것을 포착해 각도와 속도, 즉 에너지를 재는 것이다.

문박사는 “마이스와 같은 장비가 이미 외국에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이스만큼 이온의 각도를 정화하게 재는 계측기는 없다고 한다. “마이스는 이온의 발사각을 0.05도까지 제어할 수 있고, 0.1% 이하로 정밀하게 측정해 낼 수 있어 이를 이용하면 박막속 원자의 배열상태나 원자의 아주 얇은 막인 초박막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반도체 경쟁력 제고
최근 각광받는 나노의 세계에서는 각 원자의 배열이나 행동에 큰 의미가 있다. 미세한 나노의 세계까지 우리 눈을 확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문박사의 ‘마이스’인 것이다. 문박사에 의하면 마이스는 다른 나라의 것들과는 달리, 서로 다른 원자의 경계면에서 작용하는 힘인 응력까지 잴 수 있다. 응력은 물체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힘. 따라서, 산화막을 이용하는 반도체의 경우 서로 다른 원자의 경계면에서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이 응력의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문박사와 응력의 규명을 위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필립스와 미국의 일리노이 주립대같은 유수의 학교와 기업도 문박사에게 문의를 해오고 있다. 문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기초과학기술이 부족하거나 뒤떨어져 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어떤 분야에서는 앞서고 있는데, 마이스가 바로 이런 경우”라며 “앞으로 나노세계를 들여다보는 더 좋은 분석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도 문박사의 기술이 단순한 기초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등 산업체에 응용기술을 적용,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다스'로 불리는 마이스
정부가 일본에서 차관을 받아 달러로 교환해 실험장비를 샀던 80년대, 갑자기 엔화의 폭등으로 100만 달러의 차익이 생기자 표준연구원측은 좋은 아이디어에 이 돈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었다. 문박사의 아이디어가 뽑히긴 했지만 사정이 갑자기 변경되어 이 돈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안타까운 심정이었지만 문박사는 물질 표면분석연구를 중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과기부로부터 3년간 3억원을 지원받아 이온발생장치를 만들고, 여기에 진공실과 계측장비를 달아 ‘마이스’를 완성했다. 얼마전에는 박막제조장치까지 연결시키기도 했다.

“저는 요즘 마이스를 ‘마이다스’로 부릅니다. 이 말에 재미있다고 웃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나노의 세계를 연구하려면 마이스를 반드시 겨쳐야 하기 때문에, 문박사에게는 현재 일본과 유럽의 기업과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한 박막소재의 분석을 의뢰하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문박사는 어려운 과학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또다른 기술도 있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참석자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수원자층 초박막 표면계면의 나노 조성성분과 결정구조의 변형을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비를 개발한 문대원박사. 그는 나노의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오늘도 실험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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