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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비행기를 설계하다

버트 루탄은 5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우주로 비행하고 싶어한다. 특히 12월 17일 라이트 형제 비행 100주년 기념일 전에 최초로 이런 비행을 해 보고 싶어한다.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윙윙거리는 기계음이 들리는 가운데 세계 최고의 혁신적 비행기 설계가인 루탄은 개인 자금으로 추진된 최초의 우주 프로그램 결과를 공개했는데, 매우 독창적인 두 대의 비행기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곤충 모양의 모선 화이트 나잇(White Knight)기 밑에 날개 달린 로켓 추진기 형태의 스페이스쉽원(SpaceShipOne)이 부착되어 있다. 스페이스쉽원은 화이트 나잇에 의해 15km 상공까지 운반된 후 분리돼 세 명의 탑승객을 로켓 추진으로 다시 90km 높이의 준궤도까지 실어나른다. 이곳에서 승객들은 잠깐 동안 무중력상태 체험과 근사한 경관을 구경한 후 다시 지구로 되돌아오게 된다.

루탄은 보이저(Voyager)호 설계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형인 딕(Dick)과 지나 이거(Jeana Yeager)는 1986년 이 비행기에 연료통을 한 개만 단 채 세계일주 비행을 했다. 만약 루탄이 이번 비행에 성공한다면 그와 그의 동료들은 미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기술과 행정, 재정적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위기인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몇 번이고 제시간에 맞추어 비행할 수 있는 재활용 우주선의 설계가 가능함을 입증해 보일 수 있게 된다.

루탄이 지금까지 제작한 장비들은 모두 가동준비를 마친 상태. “이건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의 로켓 엔진을 개발중인 스페이스데브(SpaceDev)의 사장 짐 벤슨은 말한다.

루탄은 엑스(X)상 수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 상의 상금 천만 달러는 3인용 유인우주선을 100km 상공까지 발사한 후 2주 이내에 다시 같은 우주선으로 또 한 번 발사에 성공하는 최초의 팀에게 수여된다. 1996년 세인트루이스의 한 재단에서 처음 발표한 엑스상은 2005년 초까지만 자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루탄은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저렴한 준궤도 비행으로 항공 설계에 르네상스가 불어닥칠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만약 규모가 작은 내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라고 스케일드 컴포지트사 사장인 루탄이 말한다. 직원이 100명인 그의 회사는 익명의 동업자로부터 우주 벤처 분야의 지원을 받고 있다.

루탄의 동업자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아 수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킨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억만장자 폴 알렌 이라는 설도 있다. “폴과 저는 우주 여행이 얼마나 근사할지에 대해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눈 적이 자주 있었죠”라고 최근에 비즈니스 전용 제트기 제조업체인 에클립스 애비에이션사를 설립한 번 래번이 말한다. 래번은 로터스사 설립을 도운 후 알렌의 투자를 관리했었다. 래번은 1966년 알렌과 함께 그의 전용기인 보잉 737기를 타고 모하비사막으로 날아가 루탄과 우주 탐험 아이디어들에 관해 논의를 했는데, 루탄은 바로 이 해에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스페이스쉽원 제작시 루탄은 X-15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는데, NASA와 공군 소속의 이 로켓비행기는 1965년 루탄이 캘리포니아 공대를 갓 졸업하고 민간 비행 테스트 엔지니어로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 갔을 때 이 기지에서 발사되어 준궤도까지 왕복 비행을 하고 있었다. “스페이스쉽원은 다른 무엇보다도 X-15기와 유사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X-15기와 마찬가지로 이 신형 로켓비행기는 제트 추진 모선에 실려 있다가 15km 상공에서 발사된다. 그런 다음 스페이스쉽원은 급상승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한 후 무동력으로 할강하다가 착륙하게 된다.

제트기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효율성이 매우 높다. 공기 흡입형 제트기가 로켓보다는 연료 소모율이 작지만 우주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반면 로켓은 대기내에서 보다는 진공인 우주에서 효율성이 높아진다. 다단계 로켓처럼 스페이스쉽원은 HTPB라는 인조고무 고체연료와 보통 ‘웃음 가스’로 알려져 있는 액체 산화제 아산화질소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형 로켓 엔진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발사대로부터 발사될 경우 필요한 엄청난 중량의 엔진과 연료탱크가 없이 대기권을 벗어난다. 지상 발사 로켓은 3t짜리 스페이스쉽원보다 중량이 세 배나 더 나간다.

화이트 나잇은 두 쌍의 꼬리 조절면과 수평 간격이 넓은 네 개의 착륙용 바퀴가 있는데 스페이스쉽원이 수월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상 고려된 것들이다. 그 밖에 스페이스쉽원은 눈물방울 모양 동체와 다중창, 두텁고 짧은 주날개와 쌍둥이 꼬리날개를 갖춰 수직 비행에 최적화되었다. 화이트 나잇에서 분리된 후 거의 수직상승했다가 하강하는 스페이스쉽원은 480km를 활강 비행해야 하는 X-15기와는 달리 지상 확보 거리가 64km면 충분하다. 투박한 선실은 탑승자들이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되도록 가압해 이중처리 되어 있다. 하지만 완벽한 승선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X-15기로 최종 비행을 하고 은퇴한 NASA의 테스트 파일럿인 빌 다나는 말한다. “우주선이 발사되어 엔진이 점화되면 가슴에서 등쪽으로 2배의 중력을 받게 됩니다.” X-15기의 연료가 연소되며 기체가 가벼워지면 가속도가 붙는다. “고공 임무 수행시 연료가 모두 연소해 3.5G(중력의 3.5배)를 받게 되면 고통이 임계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심장을 심벽에 연결하는 근육이 그 정도로 압력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스페이스쉽원의 로켓 모터가 약 65초 동안 완전히 연소된 후에도 이 우주선은 20초간 계속 상승한다. 이 지점에서는 공기가 없어 기존 방식으로는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이후 2분간 가스 분사를 이용해 우주선의 자세를 조절한다. 이 비행 구간에서 조종사가 레버를 조작해 스페이스쉽원의 또다른 독특한 특징을 작동시키면 날개 뒤쪽 절반이 꼬리날개들과 함께 가파른 각도로 위쪽으로 꺾여 올라간다. 이것은 루탄이 안전성과 비용절감을 고려해 만든 아주 독창적인 모양이다. X-15와 같은 비행기 모양의 기체나 우주왕복선은 대기권에 정확히 직각 방향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이때 자동조절장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만약 측면으로 진입하면 실패합니다”라고 루탄은 말한다. 모의 비행실에서 X-15 조종사들은 우주의 진공상태에서 조종 능력 상실을 자주 경험한다.

반면 루탄의 목표는 비교적 수월하게 재진입을 하는 것이다. 스페이스쉽원은 대기권 내로 비행해 들어온다기 보다는 떨어지는 쪽에 가깝다. “깃털” 모양의 위로 젖혀진 꼬리 날개는 우주선이 고가의 자동항법장치가 없어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깃털 컨셉은 이보다 단순한 “셔틀콕” 모양으로부터 발전된 것으로 우주선 둘레의 공기 흐름을 컴퓨터로 모델링해 개발된 디자인이다. 우주선의 실용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자연스런 안정감이 중요했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추진중인 건 경제성 때문이란 걸 기억하세요”라고 루탄이 설명한다. “X-15기와 달리 깃털형으로 진입하면 조종사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됩니다.



대기권 재진입시에만 날개를 활짝 펼쳤다가 통과 후에는 뒤로 젖힌 다음 저절로 제 궤도에 다다르게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고도에서도 진입이 가능하고 심지어 측방향이나 거꾸로 진입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스페이스쉽원은 수평 진입시 엄청난 저항이 발생해 대기권에 닿자마다 감속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기체 표면의 열이 비교적 낮은 600℃ 에 불과해 루탄은 스페이스쉽원을 가벼운 탄소섬유재로 제작하고 방열층을 표면에 발라 코팅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 한 X-15 베테랑 조종사는 루탄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는 기체를 자세만으로 안정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기체의 자세를 아주 조금씩 변화시키며 실험해 봐야 합니다. 만약 조종할 필요가 거의 없다면 자동조정 방식을 채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루탄은 정교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가능한 안전한 비행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계적 실험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화이트 나잇과 스페이스쉽원의 조종실은 교묘하게도 거의 똑같기 때문에 화이트 나잇을 이용해 조종실 시스템을 테스트하거나 에어브레이크를 적용해 스페이스쉽원의 비행 특성을 흉내냄으로써 추진과 대기권 접근, 착륙 연습용 기체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루탄의 설계안대로라면 사람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와 군사용도의 작고 저렴한 “소형 위성”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 공군의 우주선 개발 및 변환 국장인 사이먼 워든 장군은 “소형 위성 얘기가 인상적이어서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그는 말한다.

루탄과 유사한 예를 찾는다면 1908년 비행기로 프랑스를 일주한 윌버 라이트 형제를 들 수 있다. 루탄은 스페이스쉽원으로 이와 비슷한 혁신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엑스상 수상 이후 5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스케줄대로 정확히 20번 연속 비행을 함으로써 시스템의 비용과 내구성을 시험해 볼 계획이다.
그의 머리 속에는 10인승 준궤도 관광 버스로부터 747엔진 8개를 이용해 300t짜리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초대형 화이트 나잇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상이 가득하지만 이것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만들것 이라고 루탄은 말한다. “세계 최초의 여객기를 만든 건 라이트 형제가 아닙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죠. 사람들이 제가 우주선을 만들어 사람들을 태우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때 쯤이면 전 좀 더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을 테니까요.”
Bill Sweetman은 파퓰러 사이언스의 객원 편집위원이다.

루탄의 라이벌들 : “행운을 비네”
교외로 이사온 새 이웃을 맞이하듯 상냥하게 포옹을 하면서도 엑스상의 주요 경쟁자들은 버트 루탄에게 스페이스쉽원이 가능한지 입증해 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과잉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컴퓨터 게임계의 전설적 인물인 존 카맥이 말한다. 그는 둠과 퀘이크의 개발자이자 댈러스 소재 아르마딜로 에어로 스페이스사 설립자이다. “버트는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1등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아르마딜로와 인터오르비탈,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엑스상 경쟁업체들은 NASA에서 성공했던 머큐리와 제미니, 아폴로 우주선을 모방해 로켓을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하고 낙하산으로 수직 착륙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루탄의 우주선은 비행기로 이륙해 15km 상공에서 로켓을 발사한 후 나중에 글라이더처럼 착륙한다.

루탄의 경쟁자들은 그의 우아하고 대담한 설계안에는 감탄하지만 대부분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보기에 로켓에는 날개가 없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 소재 아메리칸 애스트로노틱스사 팀장인 빌 스프래그는 말한다.
게다가 루탄의 로켓은 비행기에 들러 붙어 이송되므로 화물이나 여행객들을 우주로 보내기에는 너무 작아서 상업성이 없을 것이라고 경쟁자들은 말한다. “그는 엑스상을 노리고 있는데 수상할 가능성도 있어요”라고 휴스톤의 어드벤트 론치 서비스사 사장인 짐 애커먼은 말한다. “하지만 우주선 발사를 저렴한 비용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엑스상이 여러 팀을 우주개발에 뛰어들도록 하는 유인책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에게 이 상 자체가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최종 목적은 사업권을 따내는 것입니다”라고 메릴랜드 베데스다 소재 TGV 로켓사 설립자인 팻 반이 말한다. “린드버그는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DC-3를 만든 도널드 더글러스는 더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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