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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 수색용 신기술

녹스빌 소재 테네시 대학 의학 연구소의 직원용 주차장 뒤쪽에는 한 줄로 늘어선 넝쿨이 회색 담장을 거의 뒤덮고 있다. 높이가 2m가 넘는 데다가 윗 부분에는 가시 철조망이 쳐진 이 담장의 목재 널빤지들로 인해 일반인들은 본지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세계 유일의 인체 부패 연구실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은 너무나 무시무시해 끔찍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패트리샤 콘웰은 이곳에 와 본 후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그곳을 벗어나려 절규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필자는 그곳에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예전에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법의학자들이 연구차 조사를 할 때 따라 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체 농장의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과 그늘진 언덕배기 땅들이 필자에겐 섬뜩하기보다는 아늑하게 느껴진다. 평온해 보이는 이곳엔 과거 특정 시점에 안치된 30구의 시체가 있다. 쓰레기 봉지에 넣어 카페트로 싸고 나무 밑둥치에 묶어 콘크리트로 덮거나 그냥 담쟁이 넝쿨과 낙엽에 덮인 채 썩어 뼈만 남도록 방치되긴 했지만 이곳의 사체들은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체를 인체 부패에 관한 법의학 연구 목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유서를 남겼다. 과학자들은 이 자원자들의 사체를 존경심과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보살폈다.

그래서 얼마 전 비가 내린 후 쌀쌀해진 날 아침에 필자는 자물쇠로 잠긴 사체 농장의 철문 사이로 얼굴을 밀어 넣고는 아패드 바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차츰 희끗희끗한 백발이 늘기 시작한 법의학 인류학자이자 화학자인 그는 필자에게 현재 개발중인 새로운 법의학 기술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바스는 이 2에이커짜리 야외 영안실에서 신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가 최근 매장된 시체로부터 발산되는 가스 탐지는 물론 이를 분석해 희생자의 사망 시간을 알아낼 수 있는 전자 코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사망 시간은 아직 법의학에서도 가장 파악이 어렵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분야이지만 경찰이 사체와 용의자를 결부시킬 때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바스는 사체 농장이 오랫동안 주력해온 생태학적 단서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어한다. 사체 내의 곤충 관찰을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중요한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바스의 생각은 다르다. “주관적인 관찰의 시대는 지났다. 법정에서는 더 이상 이런 증거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법의학 인류학 분야가 확실한 객관적 기반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작년에 다니엘 반담 살인사건 재판에서는 일곱 살짜리 샌디애고 소녀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데이비드 웨스터필드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바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검사와 변호인측에서는 세계적인 법의학 곤충학자들과 인류학자들 4명을 소환해 살인범이 희생자의 사체를 길 옆에 버린 시간을 알아내도록 했다. 소녀의 시체에서 발견된 구더기의 발생 시기에 대해 네 사람의 의견이 모두 달랐다. 이 사건에서 곤충 증거가 채택되지 않은 건 다행한 일이다.

바스는 이 문제에 대해 분자 기호(molecular signature)접근법을 제안한다. 사람이 사망한 후 수 일, 수 개월, 수 년에 걸쳐 사체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인체 부패 화학성분들을 그가 찾아낸다면 살해 시각 측정은 보통 법의학 실험실에서 볼 수 있듯이 분석 장치에 수증기 샘플을 통과시키는 정도로 간단해진다.

단기적으로 바스는 좀 더 간단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연방 기관에서 은폐된 무덤을 찾아내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그의 연구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전자식 시체 탐지기에 버금가는 아날로그 방식도 있는데 다름 아닌 사냥개이다. “사체 수색견도 이런 일을 한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고 바스는 말한다. “이 개들은 땅에서 스며 나오는 한두 가지 주요 분자들에 반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에게도 약점이 있다. 개들은 쉽게 싫증을 내고 주의가 흐트러진다.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체 수색견을 훈련시켜 정기적인 수색에 투입하며 기술을 유지시키는 문제는 냄새의 속성상 상당히 까다롭다.


바스는 전자 코의 추적 대상인 화학물질만 분리해내면 기계식 무덤 탐지기 제작 기술을 바로 개발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가 방문한 이유도 이것을 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바스는 농장 문을 열고 부패가 진행중인 여섯 구의 사체를 지나 붉은 점토질 둔덕으로 필자를 안내했는데, 그곳에는 뇌졸중으로 사망한 중년 남자의 시체 무덤번호“02-25”에 60cm 깊이로 묻혀 있었다.

7개월 전 바스는 02-25에 승마복을 입히고 일부는 시트로 싼 채 매장했다. “대부분의 피살자들은 무언가에 넣어져 운반이 됩니다. 담요나 쓰레기 봉지 같은 것들이죠.” 이곳에선 보통 무덤을 얕게 판다. “통계적으로 살인범들은 이보다 더 깊이 파지 않아요”라고 바스가 말한다.

이곳에 일반적인 범죄 현장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02-25의 무덤에 설치된 정교한 배관 시설일 것이다. 얇고 구멍이 뚫린 프랑스식 배수로 모양의 관들이 사체 위아래로 지나며 수백만 내지 수십억 마리의 박테리아들이 시체의 연약한 살점과 뼈를 부패시켜 재활용하면서 발생시키는 기체를 채집한다. 02-25 한쪽 켠으론 파이프들이 90도로 꺾여져 지상으로 빠져 나와 기체 채집구 역할을 한다. 각 채집구에 바스는 ‘3중 흡착기’를 부착한다. 이 조그만 금속 실린더에는 세 등급의 탄소 알갱이들이 채워져 있어 경량, 중량, 대형 분자들을 걸러낸다. 지난 7개월 동안 30번이 넘게 했던 것처럼 바스는 휴대형 발전기를 이용해 지표밑 증기를 채집구를 통해 끌어 올린 다음 탄소 흡착기에 담는다. 그는 무덤 위 스테인리스 덮개 밑에 모이는 기체 샘플을 밤에도 한 번 채집한다.

원래 생화학자인 바스가 사체 부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체 농장의 유명한 설립자였던 윌리엄 바스가 저지른 유명한 실수 때문. 보통 인류학자라면 수치스런 실수라고 여겼을 것을 감추는 대신 윌리엄 바스는 남북전쟁 당시 만들어진 무덤에 잘 보존되어 온 시체를 보다 최근에 발생한 살인사건 희생자로 오인하게 된 과정을 신문에 공개했다. 바스는 1980년대에 이 기사를 읽고 이 남부군 병사의 납으로 만든 관에서 나온 삼출액 때문에 박테리아들이 113년 된 그의 시체를 부패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젊은 화학자였던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윌리엄 바스의 연구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현재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에서 연구중인 바스는 이곳에서 전자식 사체 탐지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바스와 오크 리지에서 공동 연구중인 화공기술자 랍 스미스는 02-25의 무덤에서 채집한 기체 샘플로부터 수백 가지 복합물을 분리해냈는데, 이들중 대다수가 이전에는 인체 부패와 연관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스미스는 바스의 3중 흡착기에 걸러진 화합물들을 추출해 기체 색층-질량 분석기를 통과시킴으로써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이 기체 색층-질량 분석기를 통해 기체의 성분들을 분리한 후 스미스는 이들을 수십만 가지 화합물 자료와 대조해 보았다.
지금까지 가장 흥미있는 결과물들 중에는 알데히드라는 일련의 유기 분자들이 있다. ‘7장짜리 스트레이트 카드 패’에 해당하는 이 화학물들은 C3H7CHO로부터 C9H19CHO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무엇보다도 이 화학물들은 현재까지 분석된 02-25의 기체 샘플들 모두에 존재했다.

만약 이 화학물들 중 하나라도 내년까지 남게 된다면 그 물질은 바스가 구상중인 무덤 탐지기의 표적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물질들이 시간 경과에 따라 예측가능한 정도의 양만큼씩 남게 되면 오랫동안 법의학자들이 꿈꿔 오던 대로 탐지 기술이 발전해 사후 시간 측정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지표에 드러난 시체에 군집하는 곤충들의 행동은 날씨나 계절, 피살자의 옷 두께 등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크지만 매장된 시체가 박테리아에 의해 부패되는 방식은 대체로 일정하다. “매장된 시체는 별다른 변수 없이 비교적 동일한 부패 과정을 거칩니다”라고 바스는 말한다. 얇게 판 무덤도 비교적 벌레가 없는 편이고 15~17℃ 에서 말끔하게 굳어진다.

바스는 무덤 탐지기에 채용 가능한 몇 가지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캔틸레버 나노기술을 사용하게 될 장치가 가장 ‘재미있는’것이었다. 이런 센서의 가장 큰 특징은 일종의 나노 스케일 다이빙 보드라 할 수 있는 초미세 캔틸레버이다. 이 캔틸레버 밑면에는 맞춤설계된 분자가 붙은 채 시체에서 발산되는 특정 목표 화학물을 붙잡는다. 일단 포착된 목표 분자의 질량이 보태지면서 캔틸레버가 구부러져 미세한 내부 레이저 광선을 차단함으로써 포착 신호를 보낸다.

이 연구로 폴리머 막 센서가 개발될 수도 있다. 화학공학자들이 표적 화합물하고만 반응하는 중합체를 설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반응으로 인해 중합체의 전도성이 변하면서 전자 신호가 발생된다.

금속탐지기를 들고 지면을 훑고 있는 경찰을 생각해 보자. 이쯤 되면 무덤 찾기가 희비가 엇갈리는 놀이가 되어 버린다. 시신에서 나오는 기체의 증감량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탐지기의 신호음이 점점 빠르고 크게 들리다가 매장된 시체 바로 위에서 절정에 달한다.

첫 모델은 1~2년 후에야 생산이 가능하다. 그동안 바스는 매주 샘플 채집을 계속하며 추가 자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02-25 무덤 바로 위쪽으로 아직 무덤 두 개분의 여유 공간이 있다. 계획대로라면 관측구가 있는 무덤이 최소한 한 개 필요하다.
“우리는 사체 안으로 깨끗한 유리 관을 끼원 넣을 겁니다”라고 바스가 말한다. 그 관을 통해 바스는 의사들이 신체 내부를 조사할 때 사용하는 내시경과 유사한 굴절형 카메라를 삽입할 생각이다. 이같은 신체 내부 관찰을 통해 바스는 시체의 부패 상태를 스미스의 기체 색층-질량 분석기 결과상에 나타난 화학적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이 실험은 계속중이다. 바스는 필자가 다시 구경하러 와도 좋다고 약속했다.

본지의 범죄 칼럼니스트인 제시카 스나이더 사스는 사이언스 다이제스트 편집자였고 최근 2002년 페르세우스사에서 발행한 페이퍼백, 시체,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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