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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ctic Gateway

우주선을 타고 은하수를 누비는 것은 가상공간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뉴욕시의 『헤이든 천문관』에 가면 실제로 우주에 간 것과 똑같은 느낌이다. 오죽하면 이 천문관 관장인 그라스 타이슨도 “토성의 띠를 지나칠 땐 나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고 고백할 정도니까.

파란 야광에 잠긴 이 위풍당당한 건물을 보면 마치 딴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무게 200만톤에 지름이 26m나 되는 『헤이든 천문관』은 최근 공개된 미국 자연사박물관내 컬먼 우주 전시관 안에 놓여 있다. 컬먼 전시관과 『헤이든 천문관』은 인접한 고터스만 지구 전시관과 함께 올 2월에 문을 연 로즈 지구우주
센터의 주인공들이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2억1천만달러가 투자된 로즈 센터를 131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자연사박물관의 가장 야심만만한 기획이라고 자랑한다. 『헤이든 천문관』은 세계에서 가장 화상이 뛰어난 최첨단 가상현실 체험장이기 때문이다.

공처럼 생긴 겉모양도 드라마틱하고 건축기술의 진수를 보여주지만 더 놀라운 것은 천문관의 내부다. 철거된 옛 천문관을 아직도 못 잊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얼굴이 기다린다. 바로 ‘자이스 항성투영기(Zeiss Projector).’ 지금은 마크 나인(Mark Ⅸ) 버전이다.

자이스측은 천문관과 당초 마크 에잇(Mark Ⅷ) 최신 버전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타이슨 관장 이하 관계자들이 워낙 까다롭게 주문하는 바람에 새로운 항성투영기는 마크 나인 버전이나 다름없다고 자이스측은 자신한다.

영화배우 톰 행크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관람객들이 우주 여행을 위해 429석의 천문관에 착석하면 자이스는 이륙에 돌입한다. 12m 높이의 돔에는 9,100개의 별을 나타내기 위해 똑같은 수의 광섬유가 동원되었다. 자이스 투영기는 “항성 마스크(별을 표시하는 깨알 같은 구멍이 뚫린 렌즈 바로 뒤의 판)”를 통해 고강도의 백색광을 보내고 이것이 다시 돔으로 투영된다. 광섬유를 통해 항성 마스크로 빛이 직송되기 때문에 별들은 작고 선명하게 보인다.

또한 예전의 투영기보다 10배나 더 밝다. 과거에는 광원이 렌즈에서 30cm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별은 선명한 점이 아니라 작은 원반처럼 보였다. 또다른 400개의 광섬유는 드문드문 박힌 먼 우주의 별을 나타낸다. 천문관 안으로 쌍안경을 들고 온 사람은 밤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현실감을 더욱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로 자이스 투영기의 광섬유 다발 앞에서 회전하는 특수 구조물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반짝이는 별빛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돔에 박힌 별을 보고 사람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톰 행크스는 “가상 우주선이 지금 은하 저편으로 돌진한다”고 선언한다. 디지털 돔 시스템의 인도에 따라 관람객들은 여행을 떠난다.

좌석마다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지구를 탈출하는 우주선의 낯선 기계음이 전달되고 곡면으로 된 스크린에서는 별무리가 쏜살같이 우리를 스쳐지나간다. 행성간 비행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성을 지나고 토성의 띠를 가로지른다.
항성간 비행이 시작되면서 우주선은 오리온 성운으로 향한다. 오리온 성운은 직경이 12광년이나 되고, 지구와의 거리는 1,500광년이다.

천문관측은 별들이 만들어지는 먼지와 가스의 거대한 구름을 뚫고 성운을 지나는 이 2분 길이의 영상 제작에 가장 큰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개발의 주역인 데니스 데이비드슨 감독, 시각 처리 전문가 카터 에머트, 프로그래머 에릭 웨슬럭이 라이스 대학의 성운 전문가 로버트 오딜과 손잡고 일했다. 허블 천체망원경이 찍은 평면 사진을 바탕으로 웨슬럭은 3차원 소프트웨어를 써서 오믈렛 모양의 성운을 만들었다.
오딜의 조언을 받아 개발진은 항성, 행성, 그밖의 실감나는 물체를 성운 안에 배치했다. 이 중에는 오딜이 ‘원시행성원반’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들어 있다. 원시행성원반은 행성체를 만드는 물질, 즉 “별의 태반”이라고 에머트는 설명한다. 이것은 행성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직면한 다음 문제는 이 거대한 무정형의 덩어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개발팀은 세계에서 열번째로 강력한 IBM RS/6000 SP 수퍼컴퓨터, 일명 “블루 호라이즌(Blue Horizon)”을 보유한 샌디에고 수퍼컴퓨터센터를 찾아갔다.



그곳 과학자들은 수학 방정식으로 3차원 형상을 만드는 고성능 용적측정(입체표현술) 그래픽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연기 입자를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에머트의 질문에 그들은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는 연기처럼 뿌옇게만 보이던 밤하늘의 추상적 형상 한가운데로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주 여행이 엄밀한 과학적 사실만을 토대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우주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톰 행크스는 “블랙홀이라는 지름길로 귀환하겠다”며 “블랙홀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르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한다. 섬광이 번쩍이고 굉음이 울리며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의 내부는 순전히 ‘상상극’이다.

강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디지털 돔 시스템은 이런 3차원의 천체 이미지를 잇따라 내보낸다. 이 시스템은 스물 여덟개의 300MHz급 프로세서와 7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실리콘 그래픽스 오닉스 2’ 컴퓨터와 7개의 투영기를 이용해 730만 화소의 해상도로 우주를 선명하게 재현 해 낸다.

박진감 넘치는우주 여행은 결국 각본에 따른 공연일 뿐이다. 다양한 비행 경험을 선사하는 프로들이 조만간 뒤따를 것이다.

이 시스템의 놀라운 점은 우주 어느 곳으로든 실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상의 우주선을 조종하는 기회를 조종사에게 준다는 것. “누군가가 ‘달의 뒷면이 어떻게 생겼나요?’하고 물으면 우린 바로 달로 데려다줄 수 있다”며 선임 엔지니어 애럼 프리드먼은 이 시스템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랑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두 번 비행을 직접 해봐야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시뮬레이션의 속도가 워낙 빨라 방향 전환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번번이 지나치기 일쑤이지요”라고 프리드먼은 말한다.

“하지만 언젠가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갖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훈련 시설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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