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언론은, 러시아의 해군 기동훈련을 정찰하던 미국의 신예 ‘멤피스급’ 잠수함 한 척이 최근 보수를 위해 북해 연안의 한 수리창에 들어갔다며 미 잠수함과의 충돌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한 군사소식통을 인용, 쿠르스크호로부터 330m 떨어진 해저에서 다른 잠수함의 난간 파편이 발견됐다며 영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침몰된 쿠르스크호에 2명의 민간인 무기 전문가가 동승해 비밀무기를 시험중 사고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쿠르스크호 승무원들이, 수면위로 발사됐다가 다시 물속으로 되돌아와 적군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나 ‘스퀄’이라고 하는 고속 무소음 어뢰를 시험중이었으며 발사전 인화성이 강한 추진제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신수습 등 인양작업 내년에나 가능
러시아의 뒤늦은 요청으로 구조에 나선 노르웨이 해군잠수팀은 쿠르스크호가 현재 철문으로 굳게 닫힌 9호 선실을 제외하고 모두 침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표에 의하면 쿠르스크호는 현재 60도 가량 기울어져 있으며 선체 앞부분이 크게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다속에 고요히 잠든 쿠르스크호의 인양에는 약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인양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이유는 해저 약 107m의 깊이에 가라앉은 무게 1만 5천t(선체내부의 물까지 합치면 실제무게는 2만 5천t)의 핵잠수함 인양에 필요한 장비가 없기 때문. 여기에다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바렌츠해역의 동절기가 이달부터 내년 봄까지 계속돼 악천후까지 겹쳐 당분간 인양은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러시아로부터 시신 및 인양작업을 요청받은 노르웨이의 스톨트 오프쇼어 석유회사도 브렌츠해의 높은 파도로 쿠르스크호의 인양은 내년 여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잠수함의 인양이 문제해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쿠르스크호의 시신수습을 위해서라면 잠수함을 인양하지 않고 잠수함에 구멍을 뚫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원자로 파열땐 태평양도 오염…먹이사슬타고 사람까지
그러나 핵잠수함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방사능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에서 핵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환경운동가 알렉산더 니키틴은 “잠수함 원자로가 손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1개월 이후에는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로에 금이 간 경우엔 수주일 안에 방사능이 누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의 원자로 전문가인 게르하르트 슈미트도 “체르노빌 원전사고 오염물질의 10%에 해당한 방사선 물질이 해류를 타고 대서양과 태평양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방사선 물질은 물고기에게 집중되는 경향으로 인해 사람에게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인약작업을 계획중인 스톨프 오프쇼어사도 현재 “인양작업을 위해 원자로 2기를 비롯해 어뢰와 기타 다른 무기도 점검해야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침몰후 원자로는 폐쇄되었으며 냉각장치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측의 주장과는 달리 노르웨이의 한 기상학자 예고로보는 한 TV와의 회견을 통해 잠수함이 침몰한 바렌츠 해의 방사능 수준이 상승한 것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최초상황파악 못한 듯
러시아 해군은 사고가 난 이후 서방측이 공식확인 해주기전까지 정확한 파악을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승무원의 명단조차 가지고 있지 못했다. 군사기밀의 누출을 우려해 사고후 서방측의 도움도 거절했으나 이마저 늑장대응으로 승무원 전원이 사망해 국내외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으며 푸틴대통령도 사고보고를 받고후 휴가를 계속 즐긴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프랑스의 한 TV가, 러시아 당국이 분노하는 유족에게 몰래 진정제를 놓는 장면을 폭로하면서 국제적으로 크게 망신을 사고 있다. 유족에 대한 보상은 물론 인양에 필요한 돈도 최소 1억달러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만일 방사능이 유출 될 경우 국제적인 피해 소송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슬픔에 잠긴 러시아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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