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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Plants

영국 남서부, 한 버려진 채토장에 우뚝 솟아오른 이상야릇한 건물에 들어서면 천 여 가지의 용도에 쓰이는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일 쓰는 식물이 여기서 자라고 있다. 고층건물을 지을 때 쓰는 비계, 모형 비행기, 자전거, 악기, 가구, 장난감, 종이, 연료, 음식, 약 심지어는 한방에서 쓰는 침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는 이 식물은 최초로 현수교에 들어간 건축재료였으며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처음 효과를 본 필라멘트이기도 했다. 이 식물은 지구상의 어떤 식물보다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하루에 최대 1미터 2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인도에서는 이것을‘빈자의 숲’이라 불렀고 중국에서는 ‘민중의 벗’, 베트남에서는‘형제’였다.

평범한 대나무에 얽힌 이런 자질구레한 기록이 영국 콘월 지방의 에덴 프로젝트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 레드먼 교육실장에 따르면 ‘에덴’은 하나의 극장처럼, 세상을 바꾼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바나나 같은 식물은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면화 같은 식물은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두 대륙에서 노예 제도를 정당화하는 핑계거리가 되었다. 커피와 설탕 같은 식물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교역되는 상품에 들어간다. 지구상에는 모두 25만종의 식물이 있다. 에덴 프로젝트는 이 중 5천 종을 전시한다. 그러나 희귀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식물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것이 본래 설립 목적이다. 에덴의 과학부문책임자 피터 화이트브레드는 “처음부터 교육용으로 지어진 식물원으로는 에덴이 처음일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 달에 개장하는 에덴은 금년 말까지 6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건물이 채 완성되기 전인데도 호기심을 못 이긴 관광객들은 건설 현장을 찾아와 여기저기 구경했고, 거대한 지면밀착형 돔의 웅장함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돔 가운데 하나인 열대 다습 생물관은 단일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초대형 온실이다. 면적 5천 평에 높이 54m이며 아무런 기둥 없이 폭 109m의 공간을 아우르고 있다. 돔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크기와 높이의 비계를 세워야 했다. 이것보다 조금 작은 온실에는 온난 건조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모아놓았다. 지붕을 덮지 않은 31,600평의 야외 정원은 제3의 생물군, 즉 생태공동체로 조성했다.

이 돔과 야외 조림지가 둥지를 튼 곳은 영국의 세인트 오스텔이라는 도시 근처에 있는 도자기용 채토장이다. 거의 150년 가까이 도자기 원료와 전자산업에 쓰이는 세라믹 원료를 쓰기위해 점토를 퍼냈기 때문에 이곳의 흙은 거의 바닥이 났다. 그런데도 이곳에 에덴 프로젝트를 입안한 팀 스미츠는 ‘세계 8대 불가사의’를 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거대한 구덩이는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 남쪽으로 뚫려 있으므로 암벽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보존할 수 있다. 이 지역 일대는 수량이 풍부하며 영국에서 가장 기후가 온화한 곳이다. 구덩이의 벽은 식물과 관람객을 폭풍우로부터 지켜준다. 또 구덩이의 가장자리는 관람객들에게 훌륭한 전망대다. “숨어 있던 곳이 갑자기 나타날 때의 시각적 충격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화이트브레드는 장담한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 채토장의 지반은 무르다. 구덩이의 밑바닥도 지하수면보다 낮다. 시설관리자인 닐 반스는 “물과 불안한 지반이라는 악조건이 겹쳤다”고 말한다.

에덴의 건설진은 무려 200만 톤 가량 되는 흙을 구덩이에 쏟아부어 지반을 20m 가까이 올렸다. 원래의 지반 밑으로 10m 깊이의 구멍을 뚫어 7개의 수직 배수관을 박았다. 토양과 잘 맞는 수평 매트리스는 지상의 물을 배수관으로 모아들인다. 배수관으로 흘러든 물은 펌프를 통해 부근의 저수장으로 옮겨진다. 저수장에 모인 물은 관개용으로 쓰거나 화장실 물로 쓴다. 열대 다습 생물관은 돔 지붕에 안개처럼 미세한 물방울을 지상의 식물로 뿌리는 700개의 분사장치가 있다.

건설진은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구덩이의 벽을 안으로 조금 더 깎아 암벽을 완만하게 만들었고 씨앗과 양분이 들어 있는 축축한 부식토를 뿌렸다. 또 2천 개가 넘는 거대한 바위 볼트를 암벽에 박았다. 이 중에는 길이가 12m 가까운 것도 있었다.

프로젝트를 설계한 건축가들은 에덴의 돔이 들어설 가장 따뜻한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솔라 애니메이션’ 컴퓨터 모델을 활용했다. 각각의 돔은 6각형의 덮개들로 뒤덮이며, 덮개는 3겹의 플라스틱 막으로 되어 있다. 플라스틱 막은 흐릿해 보이지만 유리보다 자외선을 훨씬 잘 투과한다. 박막은 가장자리를 열처리로 밀폐했으며 건조한 공기로 채워져 있다. “아주 훌륭한 단열재의 역할을 한다”고 화이트브레드는 자랑한다.



열대 다습 생물관은 덮개가 500개가 넘는다. 가장 큰 6각형은 각 모서리 사이를 잇는 길이가 10.8m나 되며 속층과 바깥층 사이는 3m다. 택시 한 대가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돔의 뼈대는 각 돔의 둘레를 구성하는 폭 2m의 콘크리트 고리 빔에 연결되어 있다. 빔의 앞부분은 구덩이 바닥을 따라 뻗어 있고 뒷부분은 각 온실의 뒤에 있는 구덩이 벽을 따라 올라간다.

덮개와 아연도금 된 강철 뼈대의 무게는 안에 들어 있는 공기보다 약간 더 무거운 464톤 정도. 축소 모형으로 풍동 실험을 해본 결과 폭풍우가 불면 지붕이 벗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텐트의 말뚝 같은 역할을 하는 거대한 볼트로 박았다. 이를 두고 “위아래로 꽉 맞물리는 구조”라고 반스는 설명한다.

덮개를 이루는 박막은 에틸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TFE)이다. 이것은 테플론의 사촌 격이라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다. “자체 정화 기능을 가진 셈”이라고 반스는 설명한다. 이 3개의 ETFE 막이 만들어내는 2개의 격리된 공기 캡슐은 열이 새어나가게 만드는 대류를 와해시킨다. “설령 이런 막 가운데 어느 하나에 구멍이 뚫린다 하더라도 여분의 막이 버텨준다”고 반스는 설명한다. 하지만 덮개는 무척 견고하다.“럭비팀이 몽땅 뛰어 올라와서 쿵쿵 뛰어도 끄떡없다. 물론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은 벗고 와야겠지만.”

겨울에는 식물에게 쾌적한 온도를 제공하기 위해 돔 바닥에 있는 거대한 선풍기가 따뜻한 공기를 돔 안으로 불어넣어준다. 여름에는 반대로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반스에 따르면 흙이 모자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인부들을 동원하여 토사, 퇴비용 나무껍질같은 재활용 자원으로 총 8만 톤의 흙을 만들었다. 에덴 프로젝트의 총 건설비는 1억 2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은 영국국영복권공사가 지원했다. 투자비의 일부는 입장료와 선물 판매로 회수할 예정. 성인 입장료는 17,000원 선. 야간에는 특별 행사가 펼쳐진다. 전등이 환하게 밝혀진 돔은 멀리서도 환상적이다.

아직 일부 과학자들은 에덴을 ‘녹색 놀이 공원’으로 가볍게 깎아 내리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람객에게 풍부한 이야기, 미술, 극장, 게임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식물학 박사인 레드먼 교육실장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입할 생각은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식물에 관련된 정보를 자연스럽게 들려주어야 사람들이 좀더 알고 싶어할 것이다”고 잘라 말한다.

가령 커피만 하더라도 그렇다. 세계 어디를 가나 있는 이 음료가 에티오피아의 한 작은 덤불에서 시작되어 아시아, 남아메리카로 전파되었고 유럽에는 17세기에야 비로소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650년과 1700년 사이에 유럽의 커피숍 수는 2,000개나 생겼다. 그 전까지 유럽인은 콜레라균과 디프테리아균을 두려워해 맥주를 물처럼 마셔왔다.

오늘날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세계 제2위의 무역량을 자랑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 식물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가 다른 인간 공동체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에덴 관계자들은 기대한다. 이제부터 커피를 마실 때는 코스타리카에서 이것을 재배한 농부에게 감사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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