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분야 불모지일 때 사업시작
유전자공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렸던 81년, 황을문 사장은 우연히 한 일간지에 실린 <태동단계의 유전공학분야>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유전공학분야?’ 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많던 황사장의 머리 속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DNA를 즉석에서 찍을 수 있는 특수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장치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 분야의 신기술이 없어 선진국에 의존해야만 했던 시절, 황 사장은 ‘시작이 반’이라는 굳은 각오로 유전자공학 분야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 유전공학분야 전문가가 10여명 정도 밖에 없어 이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는 황 사장.
이제 황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한해 매출액만 60억원이나 되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다범위 핵산(DNA) 표지인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관련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달의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선정
황 사장의 사무실 한켠에는 소중히 간직해놓은 ‘보물’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대학노트로 16권이나 되는 전화기록부. 지난 16년간 사무실에서 걸고 받은 전화기록이 꼼꼼하게 기록되어있다. 지금은 모든 기록을 전산화해 놓고 있지만 바랜 색깔의 때묻은 이 노트는 황사장의 사업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소중한 재산목록 1호다.
황 사장은 아침마다 마음에 새기는 단어가 있다. 다름아닌‘기본’. 기본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황 사장을 본받아 항상 모든 일에 기본을 지키려 노력한다. 직원들의 기본자세는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사업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
황사장은 기업의 수익에 대해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열심히 노력을 하려 할 뿐이다. “많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려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라도 잘 만들어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기본’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
황사장은 늘 책을 가까이 한다. 바쁜 시간에도 1주일에 한번은 꼭 서점에 들러 양서를 구입해 읽는다. 황사장의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책들과 메모장들을 보면 황사장이 책을 얼마나 가까이 하는지 얼른 알 수 있다.
지난 2월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세계 최초로 소형 실험장비인 마이랩을 생산해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공로를 인정, 황사장을 ‘이달의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경영의 수완은 늘 좋은 말과 글을 가까이 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황사장은 이제 종전 의료 실험기기의 5분의 1수준으로 크기를 줄인 새로운 개념의 마이랩 실험기기 시리즈로 21세기 유전공학분야의 새로운 기반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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