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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석을 기다리며

혹시 집에 갖고 있는 돌이나 야외에서 본 생김새가 이상한 까만 돌을 놓고 운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지.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운석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 지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 예로 조상때부터 대대로 물려오는 물건들을 감정해 주는 TV프로에 요즘은 운석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운석으로 판명될 경우 감정가가 놀랄만해서 누구라도 한번쯤은 운석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가질만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연구원으로도 운석감정의뢰가 늘어나고 있다. 감정을 의뢰하는 이들중 심지어 운석이 아닌 경우에도 이 돌이 진짜 운석이면 얼마쯤 되겠느냐고 묻는 경우까지 있다.

그렇다면 운석은 정말 그렇게 비싸고 귀한 돌일까? 운석을 학문으로 연구하고 운석이 갖고 있는 그 학문적 가치와 우주적 의미로서만 바라보는 필자로서는 운석 가격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라 할 말이 없다.

운석은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연구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미국 NASA나 전 세계 자연사 박물관 등에서 연구용 시료(전체 운석크기에 비하여 제공가능한 시료양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수십mg에서 수십g 정도)를 확보하는데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그래도 모든 운석학자들은 아직 학계에 보고 되지 않은 새로운 운석에 관심을 갖는다. 이는 새로운 운석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이러한 새로운 사실을 캐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사명이 아닌가.

잘 알려진대로 운석은 대개 화성과 목성사이에 존재하는 소혹성대가 고향이다. 최근에는 달과 화성이 기원인 운석들도 발견되고 있지만 아주 드물다. 우리 태양계는 약 45억년전에 거대한 가스덩어리로부터 중심의 태양과 9개의 행성, 그리고 그 위성들이 생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때 태양계 생성초기의 물질이었으나 행성이나 위성이 되지 못하고 화성과 목성사이로 밀려난 물질들이 소혹성들이다. 따라서 소혹성들은 행성의 진화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양계 초기의 기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소혹성대에는 현재까지 그 존재가 알려진 소혹성이 만 팔천개가 넘으며 이들의 충돌과정 중에 생성된 파편이 궤도를 이탈하여 태양계내를 돌아 다니다 지구와 만나 지구 중력장 안으로 끌려 들어 온 것이 운석이다. 그러나 지구 중력장 안으로 들어 왔다고 해서 그 파편들이 모두 운석으로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지구의 대기와 부딪히는 순간 마찰로 인한 열로 표면이 타기 시작하여 공기중에서 다 타버리거나 아니면 거의 다 타고 아주 일부분만 땅에 착륙한다. 크기가 아주 큰 철운석들은 엄청난 에너지로 운석공을 만들며 땅속에 파 묻히기도 한다.

운석은 단지 그 운석이 원래 속해 있던 소혹성의 특성을 나타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2만점의 운석중 몇몇은 같은 소혹성 출신인 것으로 판명된 것도 있으나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새로운 운석의 발견은 바로 새로운 소혹성에 대한 정보로 태양계 초기의 자료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한다. 더군다나 우리가 각 소혹성을 골고루 하나씩 떼어 올 수도 없는 형편이므로 새로운 운석이 가져다 주는 정보는 아주 획기적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미국 텍사스주의 소도시 모너핸스의 한 공원에서 놀이중이던 청소년들 곁으로 떨어져 소년들에게 큰 행운을 갖다 주었던 운석을 들 수 있다. 이 운석은 운석연구역사상 처음으로 물이 들어 있는 것이 발견되어 학자들을 흥분시킨 일도 있다.



그동안 태양계 초기의 물의 존재에 대한 이론적인 주장은 있었으나 물증이 없던 차에 이번 발견은 태양계 생성과 진화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운석은 전세계적으로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는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으며 어느곳에 떨어지든 새로운 운석에 관한 소식은 곧 해외토픽감이 된다.

그러면 운석은 어디에 떨어질까. 운석은 지역과 장소, 낮과 밤의 구별 없이 떨어진다. 따라서 운석은 그 떨어진 지역의 특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지구와 인연이 닿아 중력에 이끌려 마찰 속에서 커다란 굉음과 불빛을 지니고 낙하할 뿐. 차고나 지붕위는 물론 심지어 지붕을 뚫고 사람이 거주하는 방바닥에 푹 박히기도 한다.
운석이 흔하지 않은 국내 사정상 감정의뢰를 받을 때마다 정말 운석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것도 한국 토종운석으로 말이다. 불행히도 이렇게 국내에서 주워서 의뢰하는 돌중에 진짜 운석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이며 외국에서 구입한 진짜 운석이라 하더라도 운석의 고유이름 등 정보가 전혀 없어서 운석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운석은 이름을 가지며 대체로 떨어진 곳의 지명(가장 가까운 우체국명)을 따서 명명하는 곳이 보편화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에 떨어진 운석은 한국식 이름을 갖게 된다. 국내에 한국운석으로 알려진 것은 현재 우리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두원운석뿐으로 일제치하인 1943년에 낙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에 의하여 지명(전남 고흥군 두원면)을 따서 ‘두원’이라는 한국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운석은 석질운석으로 일본인들에 의하여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이렇듯 운석을 만나는 것은 단지 떨어질 확률에 좌우되므로 국토의 면적과만 관계가 있을 뿐이다. 운이 좋아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든지 아니면 떨어진 운석이 눈에 잘 띄는 환경이라면 운석의 회수율도 높을 것이다. 혹은 일본처럼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활동이 활발하면 밤에 떨어져도 회수가 가능할 것이다.

남한 면적의 약 3배 되는 일본에 최근 2-3년에 한번꼴로 새로운 운석이 떨어져서 학계에 보고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최소한 10년에 한번은 떨어졌어야 하는데 1943년 이후 한국에 떨어진 한국 운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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