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H 1885’세계 굴지의 제약회사에 공급
“어떤 점에서 보면 신약개발은 운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운은 행운(Fortune)이 아닌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따라오는 참된 ‘운(Serendipity)’을 말합니다” 이종욱 박사는 자신의 위궤양 신약개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신약개발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의 신약개발사업은 지난 92년 과학기술부 선도기술개발사업 및 국가중점연구개발사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소장이 개발한 차세대 위궤양 치료제 ‘YH1885’는 지난해 10월 세계 굴지의 영국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에 1억달의 정액기술료와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받기로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글라소미스클라인사는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YH1885 특허 전용 실시권을 갖는 대신 최종 개발단계까지 1억달러, 시판후 오는 2014년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는 매출액의 10%를 기술사용료로 지급하기로 했다.
2004년 YH1885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하면 매년 2억 달러의 수입이 발생, 2014년까지 총 20억달러의 기술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장은 현재 미국을 포함, 22개국에 YH1885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39개국에 제법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39개국에 특허출원, 매년 2억달러 수입
YH1885는 아직 정식으로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뛰어난 효과는 이미 인정받고 있다. 기존의 위궤양치료제는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돼 장기간 복용할 수 없는 한계점을 안고 있었다. 또한 약효의 발현을 위해서는 3~4일의 투약기간이 필요했지만 YH1885는 투여한 지 2시간이면 효과가 즉시 나타나며 상당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사용하는 위궤양치료제는 위산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프론톤 펌프’를 비가역적으로 차단, 억제효과가 장시간 지속돼 오랜 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YH1885에는 이 위산펌프길항제라는 새로운 작용기전이 있어 역류성 식도염과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에 특효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YH1885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위궤양 치료제 ‘오메프라졸’을 대체할 새로운 위궤양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은 이 소장이 세계적으로 개념정립조차 되지 않았던 ‘위산펌프길항제’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 소화기 약물분야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물론, 국내 제약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최고 판매의 신약 대체할 것”
신약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전통적으로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 치료제였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신약은 지난해 매출 60억달러를 기록한‘오프라메졸’. 이전엔 ‘잔탁’이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한 해 개발되는 신약은 전세계적으로 약 41개 정도. 신약개발은 이 소장의 말대로 개발에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평균 12년이 걸리는 개발기간동안 요구되는 ‘인내심’도 중요하다. 한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약 12년이 소요되는데, 끝없이 진행되는 갖가지 효능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등으로 사람이 지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에 성공한 신약의 경우,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계 100대 신약의 평균매출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 데다 순이익도 3,000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매년 우리 나라가 자동차 300만대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일벌레로 소문난 ‘젊은’ 연구원
이종욱 소장은 연구소에서 팔방미인처럼 못하는 것이 없다고 소문 나 있지만 일할 때만큼은 항상 호랑이와 같이 엄격하다. 그는 대학 졸업후 유한양행에 다니면서 약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배우고 해냈다.
사실 이 소장은 처음에 부친의 영향으로 건축학과에 들어가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친이 객지생활이 많은 직업은 안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부모는 다시 의대에 갈 것을 권유했으나 “6년간 공부하는 것이 싫다”고 이 소장이 우기는 바람에 결국 약대에 들어갔다고 한다.
87년 국내 제약시장이 개방되면서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신약개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으며 88년, 미 제약회사인 쉐링 플러그 연구소에서 교환연구원으로 일하며 매일 새로운 연구를 접하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좋은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 동안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는 5년동안 연구한 것만큼 많은 것을 배워 왔다고 한다.
신약개발에 뛰어든지 10년. 그는 지금도 평균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일벌레다.
격주로 돌아오는 휴무인 토요일조차도 “더 조용한 가운데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이 소장은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늘 ‘연구원’이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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