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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과학이여!

고상하고 매력적이며 도전해볼 만한 일. 위험하고 지겨우며 지독히 난해하고 따분한 일. <파퓰러 사이언스>의 편집진은 그럴싸한 직함이나 박사 학위를 빼고 나면 좋게 말해 혐오스럽고 나쁘게 말하자면 참기 힘든 직업들이 과학계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9월 주목할 만한 발견을 해내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10대 과학자를 선정한 바 있는 본지는 과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까지 혐오스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조사해 보았다. 조사 결과는 예상외였다.

본지는 1천명이 넘는 실험 과학자들로부터 후보가 될 만한 작업을 추천해 달라는 설문을 하고 최고로 혐오스러워 하는 직업군들을 분류해 낸 후 투표를 했기 때문에 본 기사에 나오는 과학계 최악의 직업 순위는 과학적인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이 순위는 직업병이래야 잦은 키보드 작업으로 인한 동일 행동 반복 증후군 정도 밖에는 겪어 보지 못한 본지 편집자들이 놀라움과 두려움에 차 피력한 견해들에 불과하다.
과학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근본적인 가정은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인분 냄새가 나는 연구를 감독하도록 채용한 사람이 이런 일을 싫어할 거라고 가정했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다. 디토 로버트 존스는 시체의 살점을 남김없이 뜯어 먹어 뼈만 앙상하게 드러내놓는 육식 딱정벌레 연구를 즐긴다. 모기 연구가인 헬지 지엘러는 브라질 열대우림의 장관에 비하면 모기에 수 천 군데를 물리거나 이곳에서 걸린 말라리아 정도는 별 게 아니라고 말한다. 과학계에는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근처에 얼씬거리기 꺼리는 일들을 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로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이 세상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일터다. 본지 편집진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궂은일을 해주는데 감사한다.

1. 방귀 냄새 진단
냄새 판단 작업이 일상적인 구강청정제 제조사의 실험실에서는 구취 발생기가 연구원의 면상에 거친 호흡을 뱉어내 제품 효능을 시험한다. 하지만 미네아폴리스의 위장병학자인 마이클 레빗은 최근 이런 작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극단적인 실험을 했다. 레빗은 용기 있는 두 사람을 고용해 다른 사람들의 방귀 냄새를 반복해 맡도록 했다. 16명의 피실험자가 자원해 얼룩콩을 먹고 작은 플라스틱 채집관을 항문에 삽입했다. 매번 ‘가스 방출’이 이루어진 후 레빗은 각 가스를 엄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별개의 용기에 담았다. 그런 다음 냄새 판단원들이 100개가 넘는 샘플들을 들고 앉아 한 번에 한 개씩 뚜껑을 열고 꾹 참고 냄새를 들이마셨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이들은 냄새가 지독한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그 후 이 샘플들의 화학성분을 분석한 레빗은 드디어 사람의 방귀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성분이 바로 황화수소임을 알아냈다.

레빗은 의사들이 방귀에 대해 연구한 적이 없지만 방귀 냄새는 매우 중요한 의학적 징후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이나 방귀, 입 냄새는 위장 건강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예를 들어 황화수소는 포유류에게 매우 해로워 특히 궤양성 대장염 발병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레빗은 사람의 장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냄새 연구에 헌신해 왔지만 기존 의학계에서는 이를 분별없이 무시해왔다.

2. 변기내 배설물 분석
1980년대 초 버지니아 공대 교수인 트레이시 윌킨스와 데이빗 라이얼리는 설사병에 걸린 환자의 변기에서 수차례에 걸쳐 샘플을 채취, 설사 유발 미생물인 클로스트리디엄 디피실을 연구했다. 두 사람은 설사 연구에 푹 빠져 테크랩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변기내 배설물 분석 장비 개발에 전념했다. 현재 테크랩 직원은 40명인데, 이중 19명은 업무 시간 내내 더러운 변기통을 열어 놓은 채 자사 분석 장비의 효과를 시험한다. 이런 일을 하려면 상당한 유머 감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이곳 직원들은 유머스럽다. 테크랩은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를 판매하는데, 티셔츠 앞면에는 대변위를 파리 두 마리가 날면서 한 마리가 다른 파리에게 “이 변기 임자 있나요?”라고 묻는 만화가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남들이 안 하는 사업분야의 1인자 : 테크랩”이라고 적혀 있다.

3. 동물의 자위행위로부터 정액추출
자연수정 또는 인공수정 연구를 위해 동물의 정액이 필요한 과학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안들이 있다. 동물의 직장에 전극을 밀어 넣거나 인공 질을 동물의 생식기에 밀어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손으로 직접 자극하는 재래식 방법도 있다. 첫 번째 방법인 전자식추출법은 생식기 직장 탐지기를 이용해 동물의 하복부로 전기 펄스를 보낸다. “접촉이나 시각, 소리와 냄새 같이 사정을 자극하는 모든 정상적인 흥분 유발 신호들을 전극에서 발생되는 전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동물과학과 교수인 트리쉬 버거는 말한다. “정말 근사하죠. 이 여성 장치는 말도 할 수 있죠”.

전자식추출법은 일반적으로 대상 동물을 마취시켜야 하기 때문에 보통 동물원 동물들에게만 사용한다. 인공 질 사용과 재래식 수작업 방식의 경우 동물들이 이 과정에 익숙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대형 라텍스에 따듯한 윤활유 코팅을 한 인공 질은 소과 동물들 중 가장 거칠고 위험하다고 알려진 젖소로부터 정액을 추출할 때 주로 사용된다. 수컷 황소는 거세한 황소를 보고 날뛰게 된다. 수컷 황소가 거세한 황소 등에 앞다리를 들어 올라타면 용감한 기술자가 인공 질을 손에 든 채 흥분한 두 소 사이로 ‘교묘하게 들어가’ 황소의 생식기를 재빨리 인공 질에 끼워 넣은 다음 황소가 오르가즘에 도달할 때까지 꽉 붙들고 있어야 한다.

다른 세 명의 보조 기술자들은 이 용감무쌍한 정액 채취 기술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황소 코의 고리에 묶은 통제용 밧줄에 매달려 있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도가 항상 성공적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 인공 질을 들었던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구사일생의 경험이 있고, 몇몇 사람은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훨씬 안전한 ‘디지털 압력식’ 방법은 주로 돼지에게 사용되는데, 돼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작은 벤치에 올라탄 채 연구원이 장갑 낀 손으로 만지며 적절한 쾌감을 주는 데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과학계 최고 연구대상은 단연 돼지가 아닐까 싶다.

4.브라질 모기 연구가
말라리아와 싸우는 과학자들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의 무는 습관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 모기를 ‘아노펠레스 달린지’라고 하는데 연구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전등 또는 바람 덫에는 걸려들지 않는다. 이 작은 흡혈 모기들은 과학자들이 스스로 미끼가 될 때에만 이들에게 접근한다. 초저녁 모기들의 활동이 가장 분주해질 때 모기의 저녁 식사로 자원한 연구가가 모기가 들끓는 곳을 찾아내 바닥에 약간 틈이 잇는 모기장 안에 똑바로 서 있는다. 모기들이 낮게 날아 들어와 안에 갇히게 되면 이곳에서 연구가는 경건한 자세로 앉아 과학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시킨다.

연구가는 다리만 바쁘게 움직이면 된다. 모기가 저녁 식사로 사람의 다리를 선택하면 연구가는 이 모기를 빨대로 빨아들였다가 불어 내뱉어 용기에 담는다. 베테랑 연구가인 헬지 지엘러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이같은 실험을 하곤 했다. 가장 소득이 좋은 날 저녁에는 3시간 만에 500마리의 모기를 잡은 적도 있다. 물론 이 와중에 모기들은 그의 몸 전체에 달라붙어 최고 3천군 데를 물기도 하는데, 이는 180분 동안 매분마다 평균 17번을 무는 셈이다. 그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며 물릴 때만 잠깐 가려울 뿐 곧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물론 말라리아에 걸릴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예방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한 번은 말라리아에 걸려 2년동안 앓았던 적도 있다.
현장 연구가 끝나도 몸으로 모기 밥이 되어 주는 행위는 끝나지 않는다.

통상 실험용 모기의 먹이 노릇은 실험실 동물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기니어 피그의 배털을 깎아 우리 꼭대기에 올려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물 학대 금지 조항 때문에 기니어 피그 사용은 엄격히 제한된다. “때론 직접 옷소매를 걷어 먹이가 되 주는 것이 속편하다”고 지엘러는 말한다.

5. 핫존 관리자
에볼라와 탄저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매스컴은 최첨단 우주복을 입고 생물학적 안전등급이 4인(BSL4) 실험실로 걸어 들어가는 용감한 과학자들을 집중 취재했다. BSL4 명칭이 붙은 실험실에서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치료제가 없는 병원체 연구가 이루어진다. BSL4에 근무하는 과학자들조차도 실험이 꼭 필요할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이 실험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상당히 위험한 일을 하는 이 실험실의 관리자들은 치명적인 세균 배양 접시에 훨씬 더 자주 들어가 장비 수리나 청소를 하고 실험실의 공기 차단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실험실 꼭대기에 있는 병원균 가득한 공기 필터를 교환해 밑면에 잔뜩 달라붙은 치명적인 찌끼들을 태워버려야 한다. 아마 이들은 지구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치명적인 세균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6.고립공간 시험관
“가족들과 함께 미 대륙의 동서를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번엔 이 여행이 수개월 걸리고 창문을 열거나 차에서 내릴 수도 없다고 생각해 보라”. 미 NASA 소속의 극한환경의료팀 부팀장인 마크 쉐퍼넥은 우주비행사들이 장거리 우주 탐사 여행시 바로 이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한편, 지상의 고정된 독방들에서 사람들이 고통을 견뎌내도록 하는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NASA는 생명유지장치 담당엔지니어들이 본인들이 만든 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에서 몇 달간 지내보겠다고 서약했다고 밝혔다. NASA에서의 91일간 실험에서 이 대원들은 13차례 소변을 처리해 식수로 마셨다. 하지만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듯 소변 처리 식수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 끔찍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1999년이 되기 하루 전날 러시아의 한 실험실에서 캐나다인 피실험자인 주디스 라 피에르를 잔뜩 취한 러시아 동료가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가 키스를 했는데 아마도 강간을 하려 했던 것 같다고 그녀는 후에 회상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주먹질로 실험실이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수치스러운 경우는 어떤 것일까? 대부분의 독방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의 이력을 쌓기 위해 이런 고문을 견뎌내는 예비 우주항공사들이다. 하지만 NASA에서의 최근 독방 피실험자들 중 아직 우주비행사가 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7. 누관 공급자
소의 내장이 움직이는 과정을 알기 위해 수의사들이 사용하는 방법들 중 하나가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진행되는 30갤런 용량의 소 반추위에 누관이라는 구멍을 내는 것이다. 이 반추위의 누관은 새로 나온 식품 첨가물 시험으로부터 소화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의 역할 규명에 이르기까지 소의 소화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에 이용된다. “소의 왼쪽 몽에 둘레가 15cm쯤 되는 마개가 있어요”라고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동물 시설 관리인인 댄 세너트는 말한다. “아주 쉬워요. 그냥 마개를 빼고 손을 쑥 밀어 넣으면 되거든요.” 구멍뚫린 소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8. 교도소 강간 연구원
사우스 다코다 대학 심리학자인 신디 스트럭맨 존슨은 최초로 감옥 생활의 실상에 관한 익명의 진술형 증언을 얻기 위해 학생 몇 명을 동원해 회신된 연구 결과의 처리 업무를 돕게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받은 내용들에 모두 경악했다. 조사에 응한 수감자들은 10명에 한 명 꼴로 반복되는 성폭행의 희생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놀란 것은 희생자의 수뿐만 아니라 생생한 묘사와 수감자들이 내비친 절망감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납니다. 제발, 어떻게 좀 해 줄 수 없을까요?” “이미 학생들 중 몇몇은 더 이상 업무 처리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라고 스트럭맨 존슨은 말한다.

9. 시체 박제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말끔한 흰 뼈와 깔끔하게 박제된 동물들이지만 이 박물관 소속 현장 생물학자들이 끌고 들어오는 것들은 살점이 썩어 가는 시체들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동물학자인 로버트 존스는 살점을 뜯어먹는 조수격 딱정벌레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맨 손을 서랍속에 넣어 수천 마리의 큼지막한 딱정벌레들이 들끓는 썩은 뾰족뒤지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다. 코펜하겐 대학 동물학 박물관의 제페 몰은 향유고래와 돌고래를 거대한 빈 수조에 넣어 두고 자연스럽게 부식되기를 기다린다. 이 외에 벌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화학 처리된 표본에 유용한 끊이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을 선호하는 고고학자 샌드라 올센은 직접 뼈 분리 작업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녀는 특히 하이에나 발톱을 끓여 분리한 경험을 생생하게 회상한다. “정말이지 그 증기를 들이쉬면 모두 죽을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폐만 감염되는 데 그쳤다.

10. 박사후 과정
분명 일부 박사들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까지의 ‘박사후 기간’동안 성과 높은 연구를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이 기간을 지나면서 가지고 있던 꿈이 무너져 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내에서 과학과 공학 박사 학위자가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이 박사후 과정이 유익한 ‘선별’ 과정이다. 가장 적합한 과학자들은 선택되고 나머지는 좁아진 취업 기회를 찾아 몰려다닌다. 하지만 다윈의 비유를 빌자면 이 좁은 박사후 취업 시장의 선발 기준은 과학자가 되기에 적합한 지적 적합성이 아니라 쥐 뇌에 전극을 꽂고 물려 뜯기면서 주당 80시간 동안이나 일할 수 있는 ‘인내심’이다. 가족이나 예술, 여가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퇴출되기 십상이다. 다재다능한 이들은 최고의 과학자가 될 후보들이다.

11.미터계 옹호론자
국립 표준기술 연구소의 미터 프로그램은 ‘미터계를 사용하는 미국을 향해’라는 독단적이지만 대담한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10g 단위로 햄버거를 사고 ℓ 단위로 기름을 넣는 공상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미터계를 주창하는 단 두 사람이 표준 단위법을 고수하려는 완고한 2억 8,100만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야의 외로운 목소리들이 아닌가! 1975년 발표된 연방 미터계 변환 법령에 고무되어 발족된 미터계 프로그램은 28년이 지난 현재 힘들게 버텨나가면서 연방 기관들에 자문을 하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선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의욕적인 십진법 주창자 두 명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미터계 보급 운동에 파트타임으로만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대변인은 키가 얼마냐는 질문에 미터 단위로 대답조차 못하지 않을까?

12. 시체 꽃 재배원
“많은 사람들이 꽃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서 귀여운 꿀벌들이 모여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워싱턴 대학 온실 관리인 더글러스 어윙은 말한다. “하지만 전 시체 꽃이 만개하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냄새는 어떨까? “차에 치어 죽은 끔찍한 모습의 동물 냄새와 같죠”라고 어윙은 말한다. 그런데 이런 꽃은 굉장히 많다. 인도네시아 들판에서는 상당량의 향기를 뿜어내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 식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워싱턴 대학에서는 이런 악취가 온실 안으로 제한된다. 이 식물을 재배중인 100여 개의 온실들이 세계 최대의 악취 꽃을 생산해 내려 경쟁을 하고 있다. 본 대학에서는 최근 2.7m 높이에 60kg이나 되는 악취 폭탄을 재배했다고 발표했다. 더글라스 어윙으로선 속이 탈일이다.

13. 희귀종 생태학자
하와이의 멸종 위기 동물 목록에는 34종의 조류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6종은 이미 눈에 띄지 않은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과학자들은 이 새들이 멸종되었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새들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포오울리 같은 새는 단 3마리만이 남았는데 2마리는 암컷이고 1마리는 수컷이다. 이 새들을 잡아 교미를 시키려던 최근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하와이 조림야생동물국의 스콧 프레츠는 계속 시도해 보겠다고 단언한다. 물론 통통한 도도새가 울 때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들은 불가능한 일을 두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목록만 만들고 있다.

14. 우주비행사
우주비행사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크긴 하지만 태양계 내에서는 최고의 직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빼고 나면 이 역시 욕구불만과 자기희생, 심지어 굴욕감까지 따르는 직업이다. 우주비행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업무들이 주어지곤 한다. 엄청나게 높은 중력의 원심기에 들어가 앉아 의사들의 멀미 반응 연구를 돕거나 고의로 저체온증을 수 시간 동안 견디기도 하고, 직장(直腸) 탐침과 주요 신체활동 측정 장치를 착용한 채 기니어 피그 떼와 같은 온갖 스트레스 적응 훈련을 받아야 한다.

우주정거장과 미르호 베테랑 우주비행사 넘 타가드는 자신을 혹독한 상태에 몰아넣을 연구를 거부한 적이 있었다. NASA의 반응은 어땠을까? “좋거나 나쁜 이유로, 또는 아무런 이유없이 제가 해고될 수도 있다고 그 사람들이 말하더군요”라고 타가드는 말했다. “하지만 저는 고용을 조건으로 실험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죠.” 타가드는 1985년 스페이스랩 3호에 있을 때 인류 최초로 궤도상에서 동물 우리를 청소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동물 우리가 음기압으로 되어 있어서 쥐 24마리와 다람쥐원숭이 2마리의 분비물이 빠져나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타가드가 동물 우리를 열자 공기가 바깥으로 몰려나오면서 정신없이 동물들 배설물이 둥둥 떠 다녔다.그 다음날 우주선 반대편 끝에서 사령관 타가드는 밥 오버메이어에게 배설물이 잔뜩 묻은 채로 말을 걸곤 했다.

15. 물고기 계량원
클릭 클릭 클릭. 대부분 은퇴한 사람들인 물고기 계량원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하루 8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면서 태평양 북서부에 있는 대형 댐의 물고기 사다리 위로 헤엄쳐 올라가는 물고기들을 살핀다. 계량원은 물고기를 발견하면 버튼을 눌러 고기가 지나갔음을 기록한다. 클릭. 물고기 두 마리를 보면 버튼을 두 번 누른다. 클릭, 클릭. 바로 여기에 묘미가 있다.
물고기 종류에 따라 버튼도 모두 다르다. 물고기 계량원들은 낚시 한도를 정하는데 이런 관리 체계 덕분에 지난 몇 년간 연어 수가 기록적으로 늘었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물고기 계량원들은 요즈음 1시간에 버튼을 300번까지도 누른다. “좋은 날에는 더욱 신이 나요”라고 물고기 게량원 마티 쉴루터부쉬는 말한다.

16. 미국 줄기세포 연구원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는 체외수정술(IVF)을 선택한 부부들에게 태어난 수십만 명의 태아들이 버려진다. 이 태아들에게는 태아줄기세포가 있는데, 이 놀라운 세포들은 성장해서 간이나 혈액으로부터 뼈와 피부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태아줄기세포가 게놈 프로젝트보다 더 중요하다”고 존스홉킨스 대학 소아암 전문의인 커트 시빈은 말한다. “줄기세포를 통해 각각의 유전자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이용해 암이나 파킨슨씨병, 당뇨병까지 치유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대체로 미국의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이들이 실제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싶어도 2001년에 발효된 연방 법령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 법령을 공포한 부시 대통령은 “아이를 둘로 자르라”는 유명한 솔로몬식 결정을 내리면서 연방지원을 받는 연구원들의 줄기세포 연구 범위를 이 법령이 공포되기 전에 배양된 78개의 줄기세포들에서 추출된 세포로 국한시켰다. 하지만 이 줄기세포들 중 구할 수 있는 것은 11개에 불과하다. 마치 해양학자에게 바닷물 한 컵을 건네고는 “이것을 가지고 바다를 연구하라”는 말과 똑같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분별력있는 영국에서는 제대로 접근하고 있다고 시빈은 말한다. 비록 엄격한 규제를 받기는 하지만 영국 의사들은 IVF 폐기물로부터 자체적인 태아줄기세포 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받고 있다. “미국은 곧 뒤지게 될 것”이라고 시빈은 말한다. “전 혈액 줄기세포에 관한 모든 걸 알아내고 싶지만 대체로 발견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져 미국인인 제가 그런 발견에 일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17. 행성 보호관
미 NASA의 존 러멜은 행성간 오염으로부터 태양계를 구해야 하는데, 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람들은 이 일 때문에 그를 싫어한다. 다른 행성으로 탐사임무를 떠나기 전 그는 만약의 경우 외계 행성에서 ‘발견’될 수 있는 유사 생명체에게 지구 미생물을 옮기지 않도록 하려고 우주비행사들에게 엄격한 청결 기준을 부과한다. 대개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극도로 민감한 도구들을 섭씨 111℃에서 굽기 싫어하기 때문에 될 수 없이 악역을 맡아야 한다고 럼멜은 말한다.

10년 후에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의 암석을 지구로 가져오면 그는 이 암석들을 격리소에 가둬둔 채 화성 미생물들이 기어 다니지는 않는지 확인할 것이다. 하지만 화성 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존재 여부를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생명체가 도망치거나 인간에게 병을 옮기기라도 한다면 그의 책임이 될 것이다. 윌리엄 스피드는 지난 7월 버드멘들에 관한 기사를 쓴 바 있다.

18.핵융합 연구원
“미래 세대에는 핵융합이 필요할 겁니다. 이에 견줄만한 다른 에너지원은 없죠”라고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 물리학자인 85세의 리차드 포스트는 말한다. 하지만 핵융합은 원자핵을 융합시키기 위해 가하는 에너지보다 방출되는 에너지가 많아야만 비로소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포스트는 균형점이라는 이 결정적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지난 50년간 연구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20년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계속 과거와 같은 식의 연구가 될 것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 포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을 중세시대 성당 석공들에 비유한다. 포스트는 “(성당 석공들에게는) 후세대인들을 위해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신념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죽은 뒤 한참 후에야 맺게 될 결실을 위해 불평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도 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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