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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주도권 경쟁 주목

영구중립국인 스위스에 국제연합(UN) 유럽본부, 적십자본부 등 내로라하는 국제기구 본부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은 과거 동서가 대립하던 냉전시대의 세계정치의 산물이다. 그리고 국제기구의 총본산지라는 이유 탓에 통신분야의 국제본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역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 달 중순 제네바는 ITU가 주관하는 ‘텔레콤 월드 2003’ 행사에 몰려든 각국 정부ㆍ기업 관계자들로 전 시내가 들썩거렸다.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열린 이 행사는 매 4년마다 열리는 IT분야 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IT업계에는 중요한 행사로 꼽히고 있다.

이번 텔레콤월드 2003의 화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반영하듯 ‘IMT 2000’이 화두였던 4년전 행사와는 업계의 관심도 달라진 셈이다.

아시아 기업들의 잔치 ‘텔레콤 2003’
“텔레콤 월드야, 텔레콤 아시아야?”
제네바 시내 팔레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텔레콤월드 행사는 모두 7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하일라이트는 중심부에 자리 잡은 4관. 개막 하루 전인 ‘프레스데이’에 이곳을 찾은 취재진은 마치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텔레콤 아시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부스는 KT·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과 NTT·소니·산요·파나소닉 등 아시아권 기업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에 화웨이(Huawey) 등 중국기업들까지 참여해 전시장 내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반면, 유럽최대 통신서비스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이나 세계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들인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등은 이번 전시회에 불참해 대조를 이뤘다. “최근 한국·일본 등 아시아 통신시장의 약진과 미국·유럽 시장의 침체가 이번 전시회에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현지 전시회 관계자의 말처럼 텔레콤월드 2003은 세계통신시장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된 셈이다. 전시회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곳은 불과 30여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자리 잡은 KT와 NTT 부스였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통신서비스업체로는 가장 큰 두 회사는 저마다 첨단 유비쿼터스 서비스들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은 물론 현지 취재진의 가장 중요한 취재 대상으로 떠올랐다. 주목되는 것은 KT나 NTT 모두 유비쿼터스라는 동일한 목표 속에서도 방법론에서는 각각 미묘한 차이를 내세워 한·일 양국의 주도권 경쟁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KTF와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한 KT가 선보인 유비쿼터스 서비스들은 2.5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cdma 1x EV DO 기반의 서비스들이었다. 반면 NTT와 NTT도코모는 3세대인 포마(FOMA)를 통해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구현했던 것. 이와 함께 NTT가 이번 전시회에서 광가입자망(FTTH·Fiber To The Home)에 무게를 실은 것도 향후 브로드밴드 서비스 시장에서 양국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NTT가 FTTH에 주력하는 것은 ADSL시장에서 한국에 뺏긴 주도권을 FTTH 선점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동전화 기술진화는 일단 멈춤?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동전화 단말기들이었다.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등이 빠지다 보니 자연히 전시관은 삼성전자·LG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들과 산요·소니·파나소닉 등 일본업체들간 한판 승부로 집중됐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EV DV 단말기를 앞세웠다. 삼성의 EV DV 단말기는 데이터와 음성의 동시전송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전시회 참여 기업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이와 함께 비동기식 3G인 WCDMA와 동기식 3G인 cdma2000 1x EV DO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모드듀얼밴드(DBDM) 단말기 ‘SCH W110’을 첫 공개했다.



삼성은 또 GSM 및 GPRS/WCDMA 듀얼 모드 3G 휴대폰인 ‘SGH Z100’을 비롯한 3G 단말기와 내·외부를 모두 TFT LCD로 꾸민 차세대 휴대폰을 대거 선보여 세계 최강의 휴대폰 기술력을 과시했다.

LG전자는 오는 12월 국내 상용화 예정인 WCDMA 휴대폰 ‘KW 2000’과 함께 GSM·GPRS/WCDMA 겸용 듀얼밴드 휴대폰도 선보였다.반면 대부분의 일본 업체들은 부스 전면에 2.5G 제품을 내세워 3G 시장에서는 국내 단말기 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일본 업계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카메라폰으로 열세를 만회하려는 추세였다. 산요는 특별부스를 마련, 31만 화소의 CCD 카메라를 2개 장착한 단말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교세라는 15㎜에 불과한 두께에 cdma2000 1x용 35만 화소 카메라폰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흔들리는 ITU
이번 전시회는 지금까지 통신시장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진 ITU가 종이호랑이로 변해갈지 모른다는 우려를 그대로 보여준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4년 전 1천 100여개에 이르던 참여기업이 900여개(이마저도 단순히 상담창구만 둔 업체만 포함한 ITU의 집계일 뿐 실제 부스 참여기업은 800여개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로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관람객도 크게 감소했다. 각 기업들이 유명가수들을 초대해 콘서트를 열면서 ‘흥청망청’하던 4년 전의 분위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는 “IMT 2000의 거품 붕괴가 개별 통신업체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ITU까지 흔들리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통신업계의 위축은 상대적으로 장비·시스템업계의 부상(浮上)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단말기ㆍ시스템 업체들로서는 과거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차지했던 대형 부스들을 대거 물려받아 이번 전시회를 통해 확대된 파워를 과시하는 계기가 됐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업체인 중국 최대의 장비·시스템 업체인 화웨이. 중국인들이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붉은색을 내세운 화웨이 부스는 대륙의 힘이 IT 시장에서도 빠르게 드러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짧은 시간 안에 한국 업체들에게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 업체들이 가장 두려운 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회는 50% 이상이 처음 참여한 업체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이 50%의 대부분은 바로 크고 작은 애플리케이션 업체들. 아직은 규모나 화려함에서 통신서비스나 장비·제조업체들에 비해 초라하지만 이들이 대거 텔레콤월드로 진출했다는 것은 앞으로 애플리케이션이 핵심 화두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것을 예고한 셈이다.

결국 이번 텔레콤월드는 통신시장의 주도권이 망(網)에서 단말기·장비·시스템 등 하드웨어를 거쳐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게 될 것을 짐작케 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경제신문 정보과학부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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