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軍제작 최초 스텔스기 퇴장

미 정부가 과거 록히드 YO-3A 프로젝트 때와 같은 방식으로 조달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아마도 국방부 측에서 “수십억 달러”라는 말을 입에 담을 필요는 두 번 다시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컨대 YO-3A에 관해서는 일찍이 들어본 적도 없으리라. 사실 소위 Yo-Yo나 선행모델인 QT-2가 군에서 제작한 최초의 스텔스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상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위의 두 모델은 베트남 및 캄보디아전에서 장장 2년 동안 야간정찰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정찰 시 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시 청년 해군장교로서 육군 프로젝트 추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는 레스 혼은 이렇게 회상했다. 은밀하게 적진에 접근하는 전술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제가 기억하는 한 교전상황에 휘말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 자칭 심야의 추적자

당시 YO-3A의 조종사였으며 2000년 총 1,400시간의 전투경력과 함께 준장으로 퇴역한 조지 워커의 말이다. 총 전투시간 중 400시간은 Yo-Yo의 조종석에서 보낸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소재한 미첨 비행장의 격납고에서 혼과 워커를 비롯해 자칭 ‘심야의 추적자(Night Stalker)’라는 여러 인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최초의 스텔스기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난생 처음 대규모 회합을 가진 자리였다. ‘대규모’라고 해봐야 퇴역군인과 배우자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Yo-Yo기를 조종, 탑승했거나 정비만 했던 사람이라도 모두 모인다면 75명 정도는 예약해야 할 것이다.

당시 비행정찰 임무 수행을 위해 징집된 스텔스기의 조종사나 정찰요원은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의 임무나 장비 역시 대체적으로 기밀에 부쳐졌으며 여타 부대원들의 눈에는 다소 어설픈 집단으로 인식됐다.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의 모양이 기묘한데다 탑재된 무기가 전무했으며 마력은 중형 셰비(Chevy) 수준에 불과한데다 기체의 상당부분이 자체 제작됐기 때문이다. 스텔스기와 관련된 인물 중 몇 명이 1년 전 캘리포니아에 규합하여 이제는 사실을 밝힐 때가 왔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포트워스에서 만난 ‘심야의 추적자’들은 대부분 50대로 보였지만 그중에는 80대에 접어든 윌버 커티스도 끼어있었다. 커티스는 록히드사의 기술 지원 담당자로 당시 중년의 나이에 YO-3A의 기체 조립을 돕기 위해 베트남 행을 자원했다.

그 밖의 참석자 중에는 여객기 승무원의 배지가 부착된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도 몇몇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퇴역한 이후 조종간에는 손도 대보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우리는 그날 하루를 기술과 역사에 관한 프레젠테이션 속에서 뜻 깊게 보낼 수 있었다. 우리가 앉은 방 안에는 여러 개의 접이식 철제의자와 함께 책 더미 위에 놓인 파워포인트 프로젝터가 준비돼있었다. 한쪽 벽면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관한 천장 높이의 세부지도로 채워져 있었는데 지도 위에는 75개 정도의 소형 화살이 여기저기 꽂혀 있었다.



바로 노스아메리칸 록웰사의 OV-10 브롱코기(OV-10 Bronco)의 추락지점을 표시해놓은 것으로서 녹색은 탑승자가 구조된 경우를, 노란색은 포로로 잡힌 경우 그리고 빨간색은 전사한 경우를 표시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전국 OV-10 브롱코기 협회의 클럽사무실이었다.

▲ 글라이더 개조해 탄생시킨 기종

브롱코기는 대형 총포와 이보다 큰 로켓탄, 2개의 강력 터보프롭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가히 북베트남 육군 트럭 운전병의 악몽이라 불릴 만한 외양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반해 때때로 브롱코기와 함께 출격해 표적 탐지기(targeting aircraft)로서의 보조 임무를 수행하던 YO-3A는 날개가 좁은 고성능 프로펠러 글라이더처럼 보였다.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슈바이처 2-323 글라이더를 대대적으로 개조해 탄생시킨 기종이기 때문이다.

록히드사에서는 6기통의 콘티넨털 O-360 엔진을 기수(機首)에 장착하고 기체는 새로운 임무 수행에 적합하게끔 전면 재제작, 강화하는 한편 플러시 리벳 사용과 함께 각종 장비를 설치했다.

레스 혼은 한때 존 케리가 지휘한 바 있는 고속정을 포함한 해군 소속의 후방차단선(riverine interdiction craft)의 성능 개선 가능성을 점검할 목적으로 베트남에 갔다.

“제트동력에 속도가 아주 빨랐지만 15km 밖에서도 들릴 만큼 소음이 컸습니다.” 케리 일행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베트콩은 이미 마을과 숲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리곤 했다.

이에 대해 혼은 정찰용 기구를 사용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부터 떠올렸다. 그러나 금세 자각한 대로 “기구는 소음이 적은 게 장점이지만 조절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리학 학위를 소지했으며 해군 조종사이기도 한 혼은 비행기의 소음 발생 원인과 이를 엄폐, 경감 및 제거할 방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주로 비행기의 프로펠러와 엔진 배기구, 엔진 자체의 기계장치, 기체 표면의 공강(空腔) 및 돌출부분(protrusion), 형상항력(form drag)이 분석 대상이 됐다.

한편 정말 기묘하게도 록히드사의 미사일 및 우주 개발부서에서 일하던 소규모 엔지니어 팀 역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혼은 군에서 이따금 실현되는 재능과 업무의 이상적인 결합 속에 베트남 현지에서 발탁되어 캘리포니아로 송환된다. 록히드사에 파견되어 국방 고등 연구 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업무 수행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혼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중간 주파수의 소음 완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저주파대의 소음은 중간 수준의 소음보다 훨씬 커지기 전까지는 청각으로 감지하기 어렵다. 한편 고주파 소음의 경우는 개들만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혼은 또한 약간의 배경 소음(곤충소리나 야간 시 정글숲 속의 미풍)으로 스텔스기의 잔여 소음을 충분히 엄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여기서의 관건은 중간 주파수대의 소음을 완화시킴으로써 비행기 소음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