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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건설한 생물약제 단지

바이오테크놀로지
지하 실험실이 생물약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줄 수 있을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더그 오젠보오가 지하에 약제농장을 만들었다. 그것도 인디애나 주 남부의 외딴 시골에 말이다. 이 농장은 마렝고라는 마을 부근에 있는 오래된 석회석 광산 깊숙이 위치해있다. 그곳에서는 인공 조명과 살수(撒水)식 관개용수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재배되고 있는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오젠보오가 설립한 신생 바이오테크 전문업체 컨트롤드 파밍 벤처스가 퍼듀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운영 중인 이 재배시설은 본래 약제용 작물을 키울 목적으로 마련됐다. 약제용 작물이란 백신이나 의료제제를 생성토록 DNA를 변형시킨 옥수수나 토마토, 담배, 기타 식물을 의미한다. 제약회사들은 생물약제로 지칭되는 이와 같은 신종분야를 전통적 제조방식과 비교해 비용이 저렴한 대안책으로서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 식품업계 관계자 및 여타 진영에서는 약제용 작물이 식품 공급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약제용 작물은 식용 목적으로 재배되진 않으며 일부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단지 추측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타코 벨 사의 타코제품에서 사료용 GM(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옥수수를 재배한 아벤티스 크롭사이언스 사(Aventis CropScience)는 재빨리 제품을 폐기 처분하는 한편 이로 인해 알레르기 증세가 발병했노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24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연방정부는 실험용 돼지 백신이 함유된 약제용 옥수수가 아이오와 주 및 네브래스카 주 일대의 콩밭으로 확산되게 방치했다는 죄목을 들어 바이오테크업체인 프로디진 사(ProdiGene)에 3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관련법규가 강화됐으며 바이오테크업계의 간판주자인 몬사토 사가 2003년 생물약제 연구를 포기함으로써 이 신생분야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식물을 이용한 생물약제가 일부 임상평가 중에 있긴 하나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아직 전무하다.

오젠보오의 말에 따르면 지하로 내려감으로써 이 분야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인디애나 주에 소재한 60에이커 면적의 광산은 재배지를 바깥세상으로부터 충분히 차단시켜주기 때문에 확산 방지 부담을 몇 가지 방식으로 덜어준다는 것이다. 우선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재배공간에 해충이 없기 때문) 외부 공격에 노출될 위협요인이 적다(무장경비원이 입구를 지키고 있기 때문). 게다가 항시 51℃ 를 유지하고 있는 굴 속 공기는 뜨거운 인공 조명을 식혀줄 천연 냉각시스템 기능을 한다. 또한 오젠보오의 GM작물을 날려 보내 수 마일에 걸쳐 위험물질을 흩뿌리게 할 중서부의 고질적 폭풍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작년 봄만 하더라도 토네이도로 인해 마렝고 일대가 초토화된 바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하에서 재배된 작물은 수확량이 엄청날 수 있다. 마렝고 단지의 연구진은 최근 시험작물(유전자가 변형됐으나 식용 가능한 옥수수 종으로 본격적인 약물제품은 아니다)을 첫 수확했는데 수확량이 실로 놀라웠다. 에이커당 337부셸에 상당하는 양을 수확했는데 밭에서 키운 옥수수의 평균 수확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각 식물은 지하 환경에 알맞도록 고안돼 비료를 첨가한 관개용수가 공급되는 인공토양 같은 점토로 가득 찬 용기 안에서 따로따로 재배됐다. 기온이나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같은 실내 환경조건은 컴퓨터로 유지, 관리된다.

폐광이나 기타 동굴이 전국 각지에 부지기수로 널려있다는 점을 감안해 오젠보오는 이와 같은 재배시설을 더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젠보오는 두 번째 재배시설을 건립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담배, 토마토, 약제로 전환 가능한 여타 작물의 재배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런 작물들도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잘 자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작물들만 잘 자라준다면 제약업계에서는 앞다퉈 지하 재배 프로젝트에 뛰어들 것이다. 아직 뚜렷이 성사된 계약은 없으나 오젠보오는 이와 같은 그의 아이디어가 생물약제 산업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는 한편 콘플레이크에 약물이 섞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쉿, 옥수수는 어디 있지? 더그 오젠보오[우측]는 인디애나 주 마렝고의 폐광 안에 유전자 변형 식물을 위한 최초의 지하 재배시설을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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