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땅 위와 지구를 벗어났고 우리 생김새, 움직임 그리고 지능을 닮은 기계를 만들어 내려는 수 천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 가장 궁극적인 제한요소였던 사람의 신체와 마음까지 주입한 로봇을 만들어내는 시점으로 가고 있다.
일단 가속도가 붙은 과학의 발전이 사람의 지능 뿐만 아니라 사람를 능가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면 우리는 사이보그(6백만불의 사나이와 같은 기계적인 인간), 안드로이드(스타트렉의 다타와 같은 인간-로봇 혼합형)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다른 결합체를 보게 될 것이다.
사람의 지능과 자연스러운 동작을 모방한 기계를 최초로 만들어 낸 이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었지만(인간의 지능 역시 자연의 법칙에 의해 지배 받을 수 있다는 그리스인들의 발상에 힘을 입어 개발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꽃을 피운 것은 유럽 르네상스 시대로, 이때 최초로 실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졌다.
이 중에는 1540년 이탈리아 발명가 자넬로 토리아노가 만든 만돌린을 연주하는 아낙네도 있다. 1772년에는 스위스의 시계제작자 피에르 자콥-드로즈가 생각에 잠긴 아이 에크리뱅(L’Ecrivain-작가)을 만들어 내었는데, 이는 펜으로 문장을 쓸 수 있었다. 이 에크리뱅의 두뇌는 기계적인 컴퓨터였지만 그 복잡함은 심지어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다.
이와 같은 발명들로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인간의 두뇌 자체는 정교한 자동장치일 뿐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뉴튼과 동시대 인물인 빌헤름 레인비즈는 1700년경 다음과 같이 썼다.
“이러한 학설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우리가 마치 마술처럼 몸이 줄어들어 누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의 머리로 들어가 본다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펌프, 피스톤, 기어 그리고 레버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들의 움직임을 기계적 용어로 완벽하게 묘사해 낼 수 있을 것이고, 뇌의 사고 과정을 완전하게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묘사하면, 그 어디에도 생각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 아닌가! 단순히 펌프, 피스톤, 레버에 대한 묘사만이 있을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 뇌 속에는 정말로 펌프, 피스톤 레버와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우리는 지금 이들을 뇌 체제의 신경 전달 물질, 이온 채널, 그리고 다른 분자 구성요소들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비록 이 작은 장치들이 어떻게 생각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완전히 알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이 같은 무지는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란 말의 유래는 거의 1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의 드라마작가 카렐 카페크가 1921년에 그의 희곡 R.U.R에서 이 용어를 처음 썼으며, 이 말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을 의미하는 체코말 ‘로보타’에서 만들어 냈다. 그는 희곡에서 로봇을 하인으로 쓰기 위한 목적으로 발명된 똑똑한 생물 역학적 기계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의 로봇은 매력이나 친절함은 결여되어 있으나, 지능에 대한 모든 것이 동원되어 시력, 감각 기능, 인지력, 판단력, 세상에 대한 지식, 정교한 모터 조합과 심지어는 약간의 상식까지 갖추고 있다.
카펙은 작품 속의 지능을 갖춘 기계들이 사악해지기를 원하여, 인간의 나약성에 대해 로봇의 완벽한 이성이 경멸을 보내기를 원하였다. 이 로봇들은 결국에는 그들의 주인에 대항하여 모든 인류를 멸망시키게 된다. 이 같은 반유토피아적 생각은 그 이후로 공상과학 소설에 널리 쓰여졌다.
기계 지능이 그들을 만들어 낸 주인을 노예화하는 무서운 사실은 일반 대중의 의식에 지속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카펙의 로봇으로 인간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로봇에 대한 개념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생각은 로지의 C-3PO에서 터미네이터에 이르는 안드로이드가 소설과 영화에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며 더욱 강화된다.
그러나 근대 로봇의 제 1세대는 이같은 사람의 모습을 닮은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었으며, 대부분의 로봇 생산자들은 인간을 흉내내는 로봇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1960년대의 조립용 로봇인 ‘유니메이트’의 경우 한쪽 팔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는 기능만 있었다. 현재는 2백만 개가 넘는 룸바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인간이 하던 일(진공 청소)를 해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그 모습이 도우미라기보다는 동작이 빠른 거북이를 닮았다. 대부분의 로봇들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어떤 특정한 일을 해내는 실용적인 장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이란 단어를 생각했을때 우리의 상상력을 지배하고 우리가 가진 목표에 대한 영감이 되는 것은 백 년 전 카펙이 우리의 이미지 속에 심어준 바로 그기계들이다.
인간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인공지능에 있어 최종적인 목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인간의 인지력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적인 기술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뇌 기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의도와 동작을 결합시키는 것은 주로 소뇌가 하는 역할인데, 소뇌는 뇌 전체 신경세포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신체 그 자체 역시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인간의 신체를 보여주는 인간 게놈에는 뇌의 구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알아낼 수 있게 되는 단계를 향해 우리는 엄청나게 발전해 가고 있다.
각종 정보 기술, 전자학, 생물학 등의 가격 대비 성능, 능력, 범위가 매년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이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을 나는 ‘Law of Accelerating Ruturns’이라 부른다. 우리의 생물학에 대한 이해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정보의량 역시 매년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한 예로 HIV의 구조를 밝혀내는데 5년이 걸린 반면,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단지 31일이 소요되었다.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구조를 밝혀낸 유전자 데이터의 수는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기본 쌍을 밝혀내는데 드는 비용 역시 매년 절반으로 감소하고 있어 1990년에 10달러가 들던 것이 이젠 1센트면 된다.
우리는 게놈이 단백질 속에서 어떤 성질을 나타내고 넓은 범위의 생물학적 체계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데에 필요한 지식을 축척해가고 가고 있다. 사실 우리는 심장, 심장 판막, 관절 근육 등 신체의 거의 모든 기관과 체계를 강화시키고 재현해 내고 있다.
인간 뇌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도의 발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뇌 스캔에 대한 3차원 분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가장 최근에 나온 스캐너는 개별의 신경세포 연결구조를 실시간에 그려낼 수 있다.
뇌에 대해 과학자들이 수집하고 있는 데이타 분량 역시 비슷한 추세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이 자료들을 모형과 뇌 영역별 시뮬레이션으로 재구현해 내면서 이 정보를 이해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 이들 중 20여개는 완성된 상태이다.
최근 IBM에서도 대뇌 피질의 상당 부분을 아주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모형화 하는 야심에 찬 작업에 착수했다.
만약 우리가 인간 두뇌가 가진 힘을 재현해 내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 뇌가 얼마나 복잡한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뇌에는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그 각각은 수천개의 연결부분을 가지며 그 각 연결부분마다 약 1천여개의 신경통로가 있다. 완전히 성장한 뇌의 상태를 표현해 보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계산해 보니 수십억조 바이트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상당히 복잡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뇌의 구조는 이보다는 수 십억배 더 간단하다. 인간 뇌 구조, 그리고 신체의 구조는 게놈 안에 들어 있으며, 게놈에 들어 있는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인간 게놈에는 30억개의 DNA 층이 있는데 이는 비트로 따지면 60억 비트, 바이트로 따지면 8억 바이트이다.
이 수는 반복되는 부분을 빼면 다시 줄어든다; ALU라는 긴 구조도 30만번 반복된다. 우리가 게놈의 구조를 알고 있으니, 우리는 그 정보를 3천만에서 1억 바이트로 압축할 수 있다. 이는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용 코드보다 더 작은 수치이다. 이 중 절반 정도가 인간 뇌 구조를 담고 있다.
필자가 말하려 하는 바는 인간의 뇌가 단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의 복잡한 정도가 우리가 가늠하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뇌의 복잡함을 분석하는 과제에 ‘Law of Accelerating Ruturns’를 접목시켜 보면 우리는 앞으로 약 20년 안에 뇌의 수백 개 영역에 대한 모형과 시뮬레이션이 무한히 나오리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지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이 원칙들을 상세히 묘사한 사항들을 저렴한 컴퓨터에 입력함으로써 2020년 후반이 되면 이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보다 수천 배 더 막강해 질 것이다 - 이는 또 다른 ‘Law of Accelerating Ruturns’의 연속이다.
그리하여 2029년이 되면 우리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만들어 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아주 정교한 수준의 완전히 사람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혈구 크기의 로봇을 우리 몸과 두뇌로 보내어 안으로부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지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최후의 한계라고 생각해 온 우리의 몸과 지성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인간형 로봇 변천사
우리의 사랑을 받아 온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그 외의 영화속 로봇들
1927 - 마리아, 메트로폴리스
프리츠 랭의 유혹적이고도 사악한 마리아는 노동계층을 억압하는 인물로 만들어졌다. 한 예로, 그녀는 관능적인 춤을 추어 폭동을 유발하려 하였다.
1951- 고트,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외교관이자 평화를 사랑하는 고트는 적에 해를 가하지 않고 무기를 증발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1956 - 로비 더 로봇, 금지된 행성
드럼통 모양의 가슴을 한 로비는 이외에도 다른 몇 편의 영화와 애덤스 패밀리, 로스터 인 스페이스 등의 TV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1962 - 로지 더 로봇, 젯슨스
로지는 전후 세계가 꿈꾸던 기술을 통해 편해진 세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비전은 여전히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한 연구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1973 - 건슬링거, 웨스터월드
이 안드로이드는 성인 테마파크의 연습용 과녁이었다. 그러나 작동 불량으로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진다.
1977 - C-3PO, 스타 워즈
두뇌는 있으나 완력은 없는 이 안드로이드는 루크, 한, 그리고 3PO의 작지만 용감한 친구 R2-D2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1984 - T-800, 터미네이터
아놀드가 최초의 킬러본능을 표현했다. 그는 인류의 미래 지도자를 살해하는 임무를 띠고 온 사실상 파괴불가능한 암살 로봇 역을 했다.
2000 - 아시모, 혼다
제작에 약 15년이 걸린 프로젝트. 아시모는 두 발로 서서 균형을 잡고 앞뒤로 움직이는 최초의 인간을 닮은 로봇이다.
2003 - 넘버 식스, 배틀스타 갈락티카
12명의 모델 모습을 한 악의 로봇이 등장하여 인류가 저지른 죄에 대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 이중 넘버 식스는 스파이 유혹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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