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도 아닌 월가와 지구 온난화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며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현재 지구 온난화는 월가 전문가들의 최대 골칫덩이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국제유가 전망치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서 엘리뇨, 라니뇨 등 지구 온난화로 비롯된 각종 기상이변들이 유가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최대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월가 관계자들은 뉴욕이 129년 만에 처음으로 눈 없는 겨울을 맞고 있는 사실 등을 상시시키며 이러한 기상이변들이 유류의 수요·공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유가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배럴 당 78.4달러까지 치솟았던 뉴욕의 유가가 최근 55달러 대로 하락한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환경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영국계 바클레이즈 은행이 올해의 평균 유가를 배럴 당 76달러로 전망한 것과 달리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은 58달러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는 등 투자은행들의 유가추이 전망치가 서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는 이란 핵 문제, 중동지역의 경제·정치적 상황, 산유국 동향 등에 더해 환경문제가 유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유가와 기업수익성이 직결되어 있는 항공사 등의 기업들은 정확한 운영전략을 세우지 못해 난감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인도 항공사인 에어인디아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매우 불투명해 경영전략을 신중하게 세우라는 충고를 받고 있다”며 “고유가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워놓았지만 실제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우케미컬 관계자는 “유가추이와 관련해 각 기업들은 2~3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속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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