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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치료약 스마트 드러그

정상세포 사이에 숨어있는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스마트 드러그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나노튜브는 기존 항암제 보다 1,000배 이상 높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도종환 시인은 ‘접시꽃 당신’에서 매일 아침 아내의 베개를 붙잡고 눈물을 삼키며 오열했던 추억을 구구절절하게 적어 놓았다.

항암치료로 아침이면 베갯머리에 한 움큼씩 묻어나던 아내의 머리카락. 아내의 빠져만 가는 머리카락은 여성성의 상실이요, 그래서 죽음의 공포만큼 무섭게 절망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슬픔도 이제는 옛말이 될 것 같다.

바로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똑똑한 약, ‘스마트 드러그(smart drug)’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암 치료의 부작용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중소기업진흥공단

전후방 동시 공격하는 3세대 항암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항암제의 기본 원리는 이처럼 빨리 자라는 세포의 DNA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서 죽이는 것이다.

문제는 머리카락이나 식도, 위장관의 점막에 있는 세포들도 암세포 못지않게 빨리 자란다는 데 있다. 식도의 점막은 일주일 만에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 외에 이런 정상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를 유발하게 된다. 암세포만 골라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반면 스마트 드러그는 적진만 골라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처럼 정상세포 사이에 숨어 있는 암세포만 골라낸다. 이와 같은 특성이 미사일과 같다고 해서 ‘미사일 항암제’로도 불린다. 현재 시판 중인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 드러그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와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있다.

이 약들은 암세포 생장에 핵심적인 효소에 달라붙어 작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인다. 현재 이런 원리의 항암제는 7가지 정도가 시판되고 있는데, 대부분 작은 분자를 이용해 암세포에 달라붙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세포뿐 아니라 암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세포까지 공격하는 항암제들도 나오고 있다.

1세대 항암제들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도 무차별로 공격했다면 글리벡과 같은 2세대 표적 치료제들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원리였다.

이보다 진화된 3세대 다중 표적 항암제들은 암세포를 공격할 뿐 아니라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경로를 차단한다. 전방 전투부대와 후방 보급부대를 동시에 궤멸시키는 작전이다. 바이엘의 ‘넥사바’와 화이자의 ‘수텐’이 대표적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마찬가지로 산소와 영양분을 주변의 혈관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종양이 자라나면 안쪽의 세포는 영양이 부족하게 된다.

이럴 때 종양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주변에 있는 혈관을 침범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혈관의 형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넥사바와 수텐은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효소와 함께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내피 세포를 억제한다.

스마트 드러그 중에는 인체의 면역세포에서 기능을 빌린 것들도 있다. 외부에서 병원균이나 이물질(항원)이 침입하면 인체는 그에 맞는 항체를 분비해 공격한다.

이후 똑같은 항원이 침입하면 과거의 전투를 기억해 바로 대항군 항체를 내보낸다. 최근 과학자들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개발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치료용 항체는 20여개 제품이 나와 있으며, 2003년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에서 2004년 104억 달러로 50%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시판 중인 암 치료 항체는 대부분 암세포에 달라붙어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형태다.

바이러스가 자라나면서 암세포 파괴

바이러스하면 에이즈나 독감과 같은 각종 질병이 연상된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스마트 드러그도 개발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감염돼 인체의 효소와 유전자를 이용해 증식한다. 충분히 증식하면 세포를 뚫고 나오는데, 이때 세포를 파괴해 질병을 유발한다. 에이즈 바이러스 역시 인체의 면역세포에서 자라서 면역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면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이 점에 착안, 돌연변이를 일으킨 암세포 유전자에만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 바이러스는 자라나면서 암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르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문제는 암 치료 바이러스가 동물세포에는 그만인데 사람의 암세포에서는 기대만큼 치료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첨단 스마트 드러그는 나노기술과도 결합하고 있다. 미국에선 나노입자(Nanoparticles)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센터가 5개나 운영 중일 정도로 각광받는 미래 기술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세한 맞춤 나노입자가 암 진단과 치료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조셉 디시몬 박사팀은 최근 자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나노입자는 현재 치료제보다 항암제 전달에 보다 효과적이고 표적화될 수 있으며 화학요법과 관련된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셉 박사에 따르면 나노입자는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특별한 암만을 공격하는 분자로 디자인된다. 새로운 맞춤 나노입자는 특수한 약물을 전달하는 미립자다. 세포연구에서 나노입자는 특수한 세포를 표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화학약물을 세포 내로 방출할 수 있다.

또 다른 종류로 암 친화도를 갖는 나노입자도 최근 발표됐다. 마치 혈소판이 상처 난 부위를 찾아가는 것처럼 암을 찾아가는 나노입자가 암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다.

이 나노입자는 연구팀이 이전에 개발한 ‘혈관 우편번호(vascular zip code)’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혈관 우편번호 기술로 만들어진 펩 타이드는 암세포와 혈관 내 주요 표지자(marker)를 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암세포에서 만들어진 혈관 내부의 응고에만 결합한다고 한다.

나노입자 이용 항암제 치료 효과 커

나노기술이 암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은 암세포 주변 혈관의 특이한 구조 덕분이다.

암세포는 워낙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혈관도 급조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혈관 세포막에 여기저기 구멍이 나게 된다.

따라서 항암제를 나노입자에 넣고 주사하면 정상혈관에서는 그대로 흘러가지만 암세포 주변 혈관에서는 구멍을 통해 나노입자들이 빠져 나오게 된다. 그 옆은 바로 암세포. 축적된 나노입자들에서 나온 항암제들이 암세포를 죽이게 된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기존에 비해 1,000배 이상이다. 예를 들어 BMS가 개발한 항암제 ‘탁솔’을 환자에게 주사했을 때 암세포 주변에 가는 비율은 0.00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주사량을 늘리게 되고, 다시 부작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나노입자에 탁솔을 붙이면 암세포로 가는 비율이 5%로 무려 1,000배나 늘어난다. 현재 미국은 물론 영국과 일본에서도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나노입자는 물에 녹는 고분자로 만들어진다. 물을 좋아하는 고분자와 싫어하는 고분자를 물에 넣으면 좋아하는 것은 밖으로 향하고 싫어하는 것은 안으로 들어가 공 모양을 이룬다. 그 안에 항암제를 넣게 되는데 암세포를 만나면 공이 서서히 풀리면서 항암제를 배출하게 된다.

물론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도 치료효과가 어떤지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 암세포의 크기를 재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노입자에 형광색소를 달아 항암제가 암세포에 제대로 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암세포를 찾아내는 진단효과도 있다.

또 암세포에만 있는 효소와 만나면 부서지는 나노입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때 발생되는 빛으로 치료효과를 알 수 있으며, 진단도 가능하다.

현재 암은 극복하기 힘들며 치료하기 힘든 질병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40만명 이 암 선고를 받고, 60만명 정도가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암에는 200가지 정도가 있고 특징 또한 다르다. 어떤 암세포는 매우 공격적이고, 어떤 암세포는 치료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암세포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물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오랫동안 종양학자(oncologists)들의 관심이었다. 현재 유전학자와 단백질을 연구하는 분야, 세포 생물학자들 사이에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노기술은 분자 단위까지의 수준에서 현상을 설명 가능함으로써 암 진단과 영상 및 약물 전달 시스템에서 혁명에 가까운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의학과 과학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종양을 죽이는 물질을 원하는 세포에 직접 전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종양학의 미래는 암으로 인해 고통 받거나 사망하는 기회를 최소화하고 분자 수준에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라고 미국 암센터의 앤드류 박사는 말했다.

암 나노기술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또 나노기술이 단순히 암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뿐만 아니라 의학의 전 분야에 걸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민 테크타임즈 기자 jeno426@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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