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중심으로 늘어선 55줄의 관객석에 약 1만4,0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이 고대 원형극장은 그동안 어떻게 배우의 육성만으로 객석 맨 뒤쪽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미국 조지아 공대의 니코 데클레르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계단들이 청중의 웅성거림과 같은 저주파를 흡수해 배경소음을 줄이는 여과기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고주파를 청중석으로 반사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저주파 흡수 기능으로 인해 배우의 육성이나 반주음악의 저주파 부분도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는 인간의 청각 기능 중 ‘버추얼 피치’라는 기능으로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피치는 소리 중 특정 음역대의 사라진 부분을 머리속에서 복구해내는 것으로 저주파 없이 대화가 이뤄지는 전화통화 역시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형극장을 건축한 폴리클레이토스 2세가 이 같은 음향구조를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건축 과정 중 우연의 결과로 효과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