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종교, 그리고 과학적 합리주의

요즘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아프가니스탄에 쏠려 있습니다. 탈레반에 납치된 분당 샘물교회의 젊은이들 때문이죠. 이 칼럼을 쓰는 시점에 벌써 한명이 살해됐습니다.

책이 시중에 나오는 8월에는 상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 학생조직으로 출발한 무장 세력입니다. 다섯 살 때부터 매일 코란을 외우게 하면서 기독교 등 다른 종교를 신(神)의 적(敵)으로 가르쳐 전사로 키웁니다.

특히 탈레반 정권은 지난 1996년 집권, 2001년 미국과의 전쟁으로 무너질 때까지 사지절단, 공개처형과 같은 공포정치를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같은 행위를 종교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합니다. 바로 신의 뜻이라는 것이죠.

샘물교회 젊은이들이 벌이는 봉사활동은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더구나 납치, 자폭테러, 참수 등이 비일비재한 곳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봉사활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마치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전도에 나선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아마도 샘물교회의 젊은이들은 더 많은 곳, 더 위험한 곳으로 선교활동을 떠나는 것이 신의 뜻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마치 신앙심의 척도나 되는 것처럼.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샘물교회 젊은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종교 신념의 비합리성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실 종교는 삶의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든 존재에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 주고, 치열하고 경쟁적인 일상생활에 평화로운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또한 불공정한 운명과 모진 불행에 대해 위안을 주고, 영생에 대한 약속까지 제공합니다.

그 뿐인가요. 종교는 현실이라는 토양 위에 꿈의 세계를 심게 하고, 종종 매혹적인 상상력과 위대한 시적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교가 뿌리를 내리고 번영하는 것이 하등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는 종교일 뿐입니다. 그 것이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종교는 인류의 역사가 창조해 낸 가장 뛰어나고 놀랄 만큼 정교한 성취물입니다. 하지만 그 것은 과학이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성경이나 코란은 엄청난 지혜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쓴 인간의 조건을 기술한 책일 뿐입니다.

실제 당시의 경전 집필자들은 제한된 지식으로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우주, 지구, 생명과 같이 물질적 존재의 진정한 기원과 본질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지나친 종교적 열정 때문에 야만스러운 행동이 난무했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신의 이름으로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것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됩니다.

전쟁터와 다름없어 정부가 여행제한국가로 지정한 곳에 무작정 들어간 샘물교회 젊은이들의 행동 역시 종교적 신념의 비합리성으로 해석됩니다.

인간 정신의 일부인 합리성(현대적 의미에서의 과학적 합리주의)은 이성과 더불어 진화가 인류에게 선사한 생존 패러다임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과학적 합리주의를 일상생활을 이끌어가는 이정표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은 미혹이라는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야생초처럼 그 뿌리로 서서히 바위를 부서뜨립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