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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씨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정됐다. 고 씨는 러시아의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한 뒤 과학실험 등의 활약을 펼치게 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직접 유인 우주선을 개발한 것이 아니고 단지 러시아의 우주선을 빌려 타고 갔다 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하지만 최초의 우주인 배출은 우리나라 우주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은 결국 모험을 즐기는 청년 고산(31)씨로 결정됐다. 지난해 4월 지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후 1년여 동안 4차례의 선발과정과 러시아 현지에서의 훈련 동안 고 씨와 이소연(29)씨가 팽팽한 남녀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고 씨가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정윤 과학기술부 차관은 지난달 5일 “한국우주인선발협의체를 열어 선발 성적과 러시아 가가린 우주훈련센터에서의 전문가 평가 등을 종합한 결과 고 씨가 이 씨보다 근소한 차이로 우수해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치열했던 선발과정

최종 탑승 우주인 선발은 2명의 후보를 선발하던 당시의 성적이 30% 반영됐고, 올 들어 지난 4월 시작된 러시아 가가린 우주훈련센터에서의 평가가 50% 반영됐다.

나머지 20%는 지난 8월 국내에서 수행된 과학실험평가와 종합평가가 각각 10%씩 감안됐다.

지난해 4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을 꿈꾼 지원자는 모두 3만6,206명에 달했다. 이들은 서류평가와 달리기를 통해 3,000명으로 줄었고, 다시 영어·상식시험과 신체검사를 통해 1%도 안 되는 245명으로 압축됐다. 이것이 1차 선발과정이었다.

임무 수행능력 평가 등이 이뤄진 2차 선발과정에서 30명이 엄선됐고, 정밀 의학검사와 중력가속도 테스트 등 우주적성 평가를 벌인 3차 선발과정에서 10명이 뽑혔다.

이들 가운데 2박3일 합숙과 러시아 현지평가 등을 거쳐 고 씨와 이 씨가 선발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3월 7일 러시아로 건너가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훈련 겸 평가를 받아왔다.

고 씨와 이 씨는 사실 체력이나 과학적인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이 씨는 여성이라고는 해도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체력이 강하고 못하는 운동도 없다.

더욱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바이오시스템학과 박사과정에 있었던 만큼 과학적 마인드 역시 우수하다.

하지만 러시아어 실력이 우주선 탑승권의 향방을 갈랐다. 실제 정 차관은 “두 후보가 점수 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우주선에 동승할 우주인과 러시아어 대화에서 고 씨가 다소 우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고 씨와 이 씨도 인정한다. 고 씨는 “러시아 현지 훈련 당시 웬만한 의사소통은 모두 러시아어로 해결하려고 한 점이 교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종 선발 결과를 들은 직후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어는 고 씨가 조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또 “우주 과학실험에서도 고 씨가 다소 우위를 보였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지난 8월 러시아에서 귀국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할 18가지 과학실험 임무를 훈련한 뒤 이중 5가지를 골라 평가를 받았다.

사실상 과학적 배경은 이 씨가 깊었지만 고 씨가 실험과 프리젠테이션에 다소 우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탑승·예비 우주인 어떻게 다른가

앞으로 고 씨와 이 씨는 탑승 우주인과 예비 우주인으로 분류돼 각각 2명의 러시아 우주인들과 팀 훈련을 계속한다. 사실 발사 직전까지 두 후보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훈련도 똑같이 받는다.

만약 고 씨가 갑자기 아프거나 하면 발사 직전이라도 탑승자가 이 씨로 바뀐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의 대우도 우주에 가는 것과 상관없이 동등하다.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내년 3월 소유즈호가 발사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로 이동하는 데까지다.

하지만 4월 소유즈호 발사 5일 전이 되면 고 씨와 이 씨는 각각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고 씨는 소유즈호 발사 5일 전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와 격리된다. 그리고 드디어 소유즈호를 타고 ISS로 날아간다.

고 씨는 소유즈호를 타고 ISS에 도킹한 뒤 화려한 활약을 펼치게 된다. 그는 7~8일간 ISS에 머무르며 3차례의 SBS TV 생방송을 통해 자신의 우주 생활을 국민에게 공개한다. 또한 공개모집으로 엄선된 18가지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그동안 예비 우주인인 이 씨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남아 고 씨를 지켜보게 된다. 이 씨는 관제센터에서 고 씨와 통신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역만리의 우주기지에서 한국어로 통신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두 사람의 운명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우주 홍보대사로서 다양한 대중 활동을 하게 되며, 해외의 경우를 보면 광고 모델로 각광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주에서 돌아온 후 얼마간 고 씨는 '우주 영웅'으로 대접 받으며 TV 출연이나 대중강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씨는 똑 같은 훈련을 받았어도 우주에 가지 못한, 그저 우주인 후보로 남는다. 항공우주연구원측은 이 씨에 대해 나중에라도 우주에 갈 기회를 열어둘 방침이다.

백홍렬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유인 우주인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와의 협력을 통해 우주인을 배출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만 갖고 있으면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우주인을 보낼 때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 씨가 가장 첫 번째 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선 탑승에서부터 귀환까지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 씨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게 될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우주선 소유즈호가 발사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로 이동한 후 고 씨는 발사 5일 전부터 외부와의 접촉이 전면 차단된다.

세균 감염 방지 등 우주인의 위생관리를 위한 것이다. 또한 우주인들은 발사 전까지 하루 4시간 이상 집중적인 체력훈련도 받는다.

고 씨와 동승할 우주인들은 발사 5시간 전 최종 점검을 받고 발사 2시간 30분 전 소유즈호에 탑승한다. 소유즈호의 비좁은 공간에서 ISS로 건너갈 때까지 이틀이나 버텨야 한다.

고씨는 식물은 어떻게 싹이 트고 자라는지, 초파리의 노화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는 무엇인지에 대해 실험하게 된다.



그동안 우주인들은 소유즈호에서 음식을 먹거나 배설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탑승 전 미리 약을 투약, 소화기관 내에 음식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소유즈 FG 발사체가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다. 118초 후 1단 로켓이 분리되고, 226초 만에 대기권을 벗어나면 2단, 3단 로켓이 분리된다. 그리고 발사 후 588초 만에 정해진 궤도에 진입한다.

이때부터 소유즈호는 자체 엔진을 이용해 2일 동안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ISS와 같은 궤도에 맞춰 도킹하기 위해서다. 비행 3일째 350㎞ 상공에서 ISS와 도킹하면 고 씨는 드디어 꿈같은 ISS 생활을 시작한다.

고 씨는 ISS에서 7~8일간 머물면서 미리 준비해간 장비로 18가지 우주과학 실험을 한다. 우주공간에서 식물은 어떻게 싹이 트고 자라는지, 초파리의 노화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는 무엇인지에 대해 실험한다. 또한 안구의 압력이나 심장에 무중력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도 실험하게 된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원자력연구원 등이 개발한 우주김치 등 우주식 시식과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이용한 실험 등 우리나라의 기술을 직접 실험해 보는 내용도 있다. 고 씨는 주로 ISS의 러시아 모듈에서 생활하지만 미국 모듈도 방문할 예정이다.

열흘이 지나면 고 씨는 다시 소유즈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온다.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특히 ISS에 탑승하기까지 이틀이 걸린 것과 달리 귀환에는 약 3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유즈호는 ISS로부터 떨어져 나온 뒤 다시 엔진을 점화해 지구로 향한다. 지구에 가까워지면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게 된다.

궤도모듈과 기계추진모듈은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불타 없어지고, 우주인들은 대기와의 마찰열에 버티도록 고안된 귀환모듈을 타고 착륙한다.

낙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착륙 15분 전 4개의 보조 낙하산과 주 낙하산을 펼치고, 착륙 2초 전 연착륙 엔진을 가동한다. 우주인들은 이렇게 카자흐스탄의 초원에 착륙할 예정이다.

귀환한 우주인들은 회복을 위해 러시아 병원에서 약 2주간 휴식을 취한다. 첫 주에는 의사와 생활하며 건강을 점검하고, 2주째에는 혼자 적응 생활을 하게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 의미

고 씨가 우주에 오르면 우리나라는 36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가 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첫 우주인 배출 사업은 관심이 많은 만큼 비판도 많았다. 비판의 요지는 우리나라가 직접 유인 우주선을 개발한 것이 아니고 러시아의 우주선을 빌려 타고 갔다 오는 것이 한국의 우주개발에 무슨 기여를 하겠느냐는 것.

더욱이 고 씨와 이 씨를 수개월 동안 훈련시키는 것부터 소유즈호와 ISS를 타는 것까지 통틀어 우리나라는 2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돈 내고 우주 관광객을 배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최초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정부는 우주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우주인 배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이 한 차원 도약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 정도 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것만 해도 일단은 성공이라는 평가다.

불과 15년 전 어깨너머 배운 기술로 소형 실험위성인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우리나라가 내년이면 자체 발사장과 자체 발사체를 보유하게 되니 무서울 정도로 빠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고 씨는 “우주를 향한 동경과 꿈을 간직한 사람으로서 이번 우주인 배출 사업이 유명인을 한 명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기술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 씨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 모두의 꿈을 소중하게 품고 올라가 저 우주에서 멋지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결정된 후 고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 씨는 어떤 사람일까?

약 열흘간 우주여행의 행운을 거머쥔 고 씨는 모험을 즐기는 청년이다. 서울대 수학과에 진학한 사람답지 않게 산악부, 축구부, 복싱부 등 운동 동아리 활동을 즐겼다.

대학원(서울대 인지과학 전공)에 재학 중이던 2004년에는 파미르 고원에 있는 해발 7,500m의 무스타크 아타를 등반한 기록이 있다.

특히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키 170㎝, 몸무게 68Kg으로 그다지 우람한 체구하고 할 수는 없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을 자랑한다.

무스타크 아타를 등반했던 일은 고 씨에게 있어 인생의 중요한 경험으로 꼽힌다. 그는 “고산(高山)을 등반하는 일은 극한 환경에 대해 치밀한 위기관리와 팀워크를 발휘하는 일”이라며 “이는 우주에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는 홀어머니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자란 외아들이다. 10명의 후보에 선발됐을 때, 2명의 후보에 선발됐을 때, 그리고 최종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됐을 때 언제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이번에도 그는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은 부모님이다. 우리 어머니와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 씨는 또한 고집이 세고 깐깐한 사람이다. 지난해 12월 10명의 후보가 결정된 후 기자가 10명에게 각각 “선발과정에서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언제였느냐”고 물었을 때 고 씨는 유일하게 “그런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단점이나 다른 경쟁 후보와 비교해서 부족한 게 무엇이냐”고 재차 묻자 그는 “왜 꼭 단점이나 부족한 것을 물어보느냐”고 답을 피했다.

2명의 후보에 든 이후 수차례 기자회견에서 “둘 중 누가 탑승 우주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나, 선발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나올 때면 “안 되면 섭섭하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한 이 씨와 달리 고 씨는 “그런 질문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

고 씨는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기 전 삼성종합기술원의 연구원이었다.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컴퓨터 시각에 대한 연구를 했다.

현재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신분이다. 우주에 다녀오면 항공우주연구원은 고 씨와 이 씨를 선임연구원으로 대우할 예정이다.

고 씨는 우주 홍보대사로서 대중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 씨 자신은 전공을 살려 우주에서 사용될 로봇연구 등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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