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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세컨드라이프' 열풍

먹세컨드라이프 열풍이 지구촌으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사용자가 상상하는 인물을 창조하거나 스스로 그 인물이 될 수 있다. 결혼식을 올려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사이버섹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카지노 등 도박은 물론 폭력성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세컨드라이프.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되고 있다.

먹고, 자고, 일하고, 심지어 결혼까지….

인터넷에 가상현실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IT기업 ‘린든 랩’이 지난 2003년 첫 선을 보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는 이미 거주자가 9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말로 하면 ‘제2의 삶’ 정도로 번역되는 세컨드라이프는 3D 온라인 가상현실 커뮤니티다. 이곳에 가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3차원 캐릭터인 ‘아바타(avatar)’를 통해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데이트를 한다.

실제 무료로 가입한 뒤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회사도 다니고, 물건도 사고팔 수 있다. 다른 아바타와 친구 또는 애인이 될 수 있으며, 결혼식을 올려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사람들이 세컨드라이프에 열광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세컨드라이프 열풍이 불면서 ‘사이버 부부’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 아내를 두고도 세컨드라이프 세상에서 ‘새 아내’를 얻은 릭 후저스트라트(53)의 삶을 소개했다.

3개월 전 그의 아바타 ‘더치 후렌비크’는 캐나다 여성의 아바타인 ‘테냐 재컬로프’와 세컨드라이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도 20명이나 됐다.

이들은 가상의 집에서 2마리의 개도 기르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도 갚아 나가고 있다. 함께 쇼핑몰을 가고 여행도 즐긴다. 가끔씩 미술 전시회도 간다.

가상세계에서 ‘새 살림’을 차린 릭의 아내 수는 “모든 사람이 취미를 갖고 있지만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계속하는 것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삶”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불만 또는 분쟁 사례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공산도 크다.

현실 세계를 빼다 박은 세컨드라이프

세컨드라이프는 언뜻 3D 온라인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정한 룰에 따라 승부를 가리지 않고 아바타 스스로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현실 세계와 무척 닮아 있다.

린든 랩의 설명에 따르면 세컨드라이프는 전적으로 사용자(유저)가 창조하고 참여하면서 이뤄지는 영속적인 온라인 가상 세계다. 유저는 세컨드라이프 속에서 자신이 상상하는 인물을 창조하거나 스스로 그 인물이 될 수 있다.

아바타는 유저의 기호에 따라 매우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존재로 꾸며진다. 또한 나이트클럽, 교회, 대학, 도서관과 같이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뿐 아니라 무인도, 우주정거장, 서부 개척시대의 도시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상현실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하나의 사회를 구성, 교류도 할 수 있다.

특히 유저는 세컨드라이프에서 자신이 꿈꾸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빌딩이나 상품을 만들어 팔수도 있다. 친구나 애인을 사귀는 것은 물론 마음만 맞으면 사이버섹스도 할 수 있다.

이는 세컨드라이프 안에 설치돼 있는 콘텐츠 개발 도구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말하자면 유저는 가상현실 속에서 창조주와 같은 권능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컨드라이프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런 특성, 즉 말 그대로 현실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자유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컨드라이프는 실제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실제 세컨드라이프에서는 공식 통화인 ‘린든 달러’가 사용된다. 이를 통해 교환, 매매, 자본증식 등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린든 달러는 현실 세계의 달러로 ‘환전’될 수도 있고 환율도 고시된다. 결국 세컨드라이프에서 돈을 벌면 현실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세컨드라이프 주민 가운데 월 5,000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

그 중에는 10달러 정도를 들여 세컨드라이프에 둥지를 튼 뒤 부동산 사업을 벌여 2년여 만에 100만 달러가 넘는 누적 수입을 올린 독일 여성도 있다. 이 여성은 현재 세컨드라이프의 최고 갑부로 알려져 있다.

올해 세컨드라이프의 총 생산규모(GDP)는 약 1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정치인들도 속속 참여



세컨드라이프가 점차 현실 세계를 닮아가면서 잠재력을 실감한 기업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IBM,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델, 도요타, 소니 등이 이곳에 사이버 지점을 개설했다.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은 캠퍼스를 설립했다. 로이터 통신은 세컨드라이프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전담 기자를 둬 취재활동도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힐러리 클린턴 등 대권 후보들은 일찌감치 사이버 대선 캠프를 차려놓고 활발하게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세컨드라이프 바람은 지구촌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스웨덴, 몰디브 등은 최근 세컨드라이프에 대사관을 열어 사이버 외교, 국가홍보 활동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국내에서는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세컨드라이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과 종교단체들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거나 이미 진출한 상태다.

현재 세컨드라이프에 둥지를 튼 한국인은 약 2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든 랩은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도 본격 진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세컨드라이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커뮤니티냐, 게임이냐는 하는 정체성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성격이 다소 모호해 한국 네티즌들의 정서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얼마 전 3D가 인터넷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세컨드라이프처럼 최근 등장하는 3D 서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노무라 종합연구소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는 가상현실 서비스의 여명기로 2010년께면 기업과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작 가상현실 신드롬을 불러온 린든 랩은 세컨드라이프의 미래에 대해 이념이나 방향 같은 것은 없다고 밝힌다. 세컨드라이프는 단지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공공 놀이터’만을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린든 랩의 한 관계자는 “린든 랩은 세컨드라이프를 3차원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플랫폼으로 규정한다”며 “때문에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세컨드라이프가 보다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기술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나머지, 즉 세컨드라이프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유저의 몫이라는 것이다.

성인물ㆍ도박 등 한계도 드러나

세컨드라이프가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 주는 서비스가 되면서 카지노 등 도박과 사이버섹스 등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폭력성을 기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세컨드라이프에는 200여개가 넘는 도박장이 개설돼 있다. 린든 랩은 세컨드라이프에 추가로 도박장을 개설하는 것, 그리고 도박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재 영업하고 있는 도박장을 폐쇄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용 콘텐츠도 개설돼 있다. 예를 들어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자유로운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꾸며진 프리섹스 랜드(Free Sex Land)는 유저 간 성행위를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저의 아바타가 옷을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돌아다닐 수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선택하면 아바타 간 성행위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곳은 입장에 연령 제한이 없다. 따라서 아직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들이 성인물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총기 구입도 자유롭다. 현실 세계에서 총기는 살인무기로 소지와 사용에 제한이 있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구매가 가능하다.

구매한 총은 사격장에서 목표를 향해 사격할 수 있다. 총으로 다른 유저에게 공격도 가능하다.

이런 경험이 자칫 폭력성을 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폭력성의 문제는 이미 GTA(Grand Theft Auto) 등의 게임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락스타게임즈라는 회사가 만든 GTA 시리즈는 미국의 한 가상도시에서 갱단인 주인공이 경찰은 물론이고 민간인 등 사람들을 많이 죽일수록 경험치가 높아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폭력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세컨드라이프 역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경희 서울경제 기자 sunsh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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