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폴 포츠, 뉴턴, 한국 대통령

지난 6월. 영국의 한 TV 노래경연대회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예선무대에 36세의 핸드폰 판매원인 폴 포츠(Paul Potts)가 등장합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외모는 소위 말하는 ‘비호감형’입니다. 배는 불룩하게 나오고, 치열이 고르지 못한 탓인지 말도 주섬주섬 주워 삼킵니다.

자신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후줄근한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은 낡은 양복 차림새는 그를 더욱 없어(?) 보이게 합니다.

“오늘 무슨 노래를 준비해 왔느냐”는 심사위원 아만다 홀덴의 질문에 그는 “오페라”라고 짧게 대답합니다.

아만다를 포함한 3명의 심사위원들 표정에는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세상에 찌든 그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그는 이날 푸치니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우리말로 하면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릅니다.

그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지는 순간 아만다는 얼어붙고, 몇 소절이 지나자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악명 높은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자세를 고쳐 앉고, 객석에서는 엄청난 가창력에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시각장애 오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곡으로 유명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로 준결승전을 통과하고, 재차 네순 도르마로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못생긴 외모와 어눌한 말투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그를 위로해 준 것은 노래였고, 28살 때에는 자비로 이탈리아에 단기 유학까지 갑니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었지만 충수 파열, 부신 종양 등의 병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 2003년에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쇄골까지 부서집니다.



포츠는 큰 성량이 요구되는 오페라를 부르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자 결국 핸드폰 판매원이 되지만 잃어버린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채 노래경연대회에 참석, 인생 역전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저는 이 동영상을 무려 20번 이상 되풀이해서 보았습니다. “One dream, one chance, dreams do come true”라는 그의 감동적인 대사는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다 같은 것인지 이 동영상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로 유명한 유튜브에서 사상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같은 영국 출신에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포츠를 보면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뉴턴은 아버지가 죽은 후 태어난 유복자며, 3살 때는 어머니조차 재혼을 합니다. 그럼에도 뉴턴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됩니다.

미국의 법률가이자 과학평론가인 마이클 H. 하트는 세계사를 바꾼 인물 100명의 랭킹을 매겼는데, 뉴턴은 마호메트에 이어 2위를 기록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하트는 “과학은 기술이나 경제에 변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정치·종교·사상·예술·철학까지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인간의 뛰어난 지적 활동인 과학 혁명 앞에 변화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과학 하는 사람들에게 뉴턴은 영원한 스승이기에 앞서 지적 감동 그 자체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우리의 대통령 역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동은 잠깐 동안의 인기나 눈속임, 특히 정치공학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