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를 구성하는 상당 부분의 기계적 장치를 전기ㆍ전자장치로 바꾸고 있다.
자동차마다 100여개의 컴퓨터 장치가 탑재되고, 엔진은 물론 변속기ㆍ현가장치ㆍ제동장치ㆍ조향장치에 이르기까지 첨단 전자기술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처럼 자동차 한 대에 넣어야 할 전자장치 수요는 갈수록 폭증하고 있다. 특히 전자제어장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경쟁력 있는 자동차 개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선우명호 교수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장치들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설계하는 기술을 통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엔진을 자주 언급한다. “어떤 자동차가 좋은 자동차인가”라고 물으면 “엔진은 벤츠가 최고”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을 전기·전자 장치가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우명호(아래사진)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가 이달(11월)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선우 교수는 지난 1993년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연구소에서 전도유망한 연구자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건너왔다.
9년 가까이 GM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선우 교수는 자동차 내 각종 전자장치를 이용해 운전자의 편의성·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엔진 중심적 사고에서 전기·전자 장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잔 고장 없이 엔진만 좋으면 수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에어백 등 운전자 안전성 기준이 미달되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5년부터 타이어의 적정기압이 운전자에게 통보되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자국 내 수입을 불허할 만큼 세계 각국이 엄격하게 안전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물리적인 기계구동 운전방식에서 전자신호에 의한 운전(Drive-by-wire)방식으로 자동차 개념이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선우 교수의 설명처럼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를 구성하는 상당 부분의 기계적 장치를 전기·전자 장치로 바꾸고 있다.
자동차마다 100여개의 컴퓨터 장치가 탑재되고, 엔진은 물론 변속기·현가장치·제동장치·조향장치에 이르기까지 첨단 전자기술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처럼 자동차 한 대에 넣어야 할 전자장치 수요가 폭증하면서 당연히 이 같은 독립적 제어장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경쟁력 있는 자동차 개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장치들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설계하는 기술이 바로 선우 교수의 주력 연구 분야다.
선우 교수는 “차량 한 대에 적용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가 평균 30~40개에서 최대 100개에 이르며, 전자제어시스템도 매우 세밀하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의 독립적 제어기 설계이론과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적 제어기 설계이론을 제시, 제어 성능과 안전성 모두를 개선한 전자제어기 설계방법을 개발해 산업계에 보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그가 독자 개발한 전자제어시스템은 현재 소나타ㆍ그랜저 등에 적용돼 현대자동차의 전자제어시스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네트워크 기반 전자제어기 설계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커먼레일 직분식 분사제어시스템’을 기술이전, 연 2,000만원의 기술료 수입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우 교수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커먼레일 직분식 분사제어시스템은 디젤 연료의 분사량 조절 효율성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우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자동차에는 팬티엄급 컴퓨터 6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수준의 전자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며 “네트워크 기반 제어시스템은 미래형 자동차에 신경망을 만들어 주는 핵심 기반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계 각국이 경쟁 중인 하이브리드형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 여부는 사실상 컴퓨터 기술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각광받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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