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수력 발전은 상시적으로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인도 등 저개발 국가의 에너지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콩고 강 유역에 4만㎿ 규모의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그랜드 잉가(INGA)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전력 부족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인도는 수력 발전소 건설과 함께 부탄으로부터의 전력 수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풍부한 수량을 갖고 있는 브라질은 매년 4,500㎿의 발전 용량을 늘인다는 목표 아래 최근 아마존 강 지류인 마데이라 강에 수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국제적인 탄소배출 규제로 수력 발전에 대한 우호적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는 수력 발전이 에너지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력 발전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함께 많은 개발이 이뤄져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할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유럽과 일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수력 발전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수력 발전의 신천지 아프리카
이 같은 상황에서 수력 발전의 신천지로 떠오른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 인도 등의 저개발 국가다.
지난 4월 21일 아프리카 7개국 정부와 은행, 건설업체들이 세계에너지기구(WEC)의 후원으로 런던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이 모인 것은 세계 최대의 수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가칭 ‘그랜드 잉가(INGA) 프로젝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을 관통하는 콩고 강 하구로부터 148km 상류에 위치한 지역에 발전용량 4만㎿ 규모의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댐의 높이는 무려 205m며, 예상 사업비만 800억 달러(80조원)에 이른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185m 높이의 중국 샨사 댐을 능가하게 된다. 샨사 댐은 세계 최대를 목표로 오는 2009년 완공될 예정이다.
콩고 강 유역에 건설되는 수력 발전소는 초당 2만6,000톤의 물을 이용해 50개의 터빈을 돌리게 된다. 각 터빈은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맞먹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를 통해 아프리카 전력 생산량을 3배 정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에 의해 건설되는 댐은 높이가 205m에 달해 오는 2009년 완공될 185m의 중국 샨사댐을 능가한다.
콩고 강 유역은 수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천혜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불과 13km 거리의 표고차가 100m에 달한다. 본류를 따라 평행선처럼 계곡이 형성돼 있어 본류를 막지 않고도 발전이 가능하다.
콩고 강은 길이 4,370km로 세계 6위지만 유역 면적은 한반도의 17배인 369만㎢로 양쯔 강(길이 6,300km, 유역 면적 180만㎢)을 제치고 아마존 강에 이어 세계 2위다.
넓은 지역에서 물이 흘러들어 유량 또한 풍부하다. 평균 유량은 초당 4만2,800톤으로 양쯔 강(2만2,000톤)의 2배에 이른다. 특히 적도를 두 번 통과하기 때문에 사계절 유량 변화가 적다. 건기와 우기가 적도 남북 쪽에 번갈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 커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는 오는 2025년까지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첫 단계로 WEC는 실현 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현재 캐나다, 브라질, 중국의 건설회사와 세계은행,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변 국가가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계획이 제안된 것은 20년 전인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오랜 내전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서랍 속에 방치됐었다. 이처럼 서랍 속에 잠자던 계획이 지난해 이후 급속하게 진척된 것은 콩고 내정이 안정을 되찾았고, 전 세계적으로 클린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과 UN 기후변화협약으로 창출될 수조 달러 시장에서의 엄청난 잠재가치가 인정받으면서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영국 정부에 대해 가디언은 “이 프로젝트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자들도 초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는 콩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 혜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거대한 송전망을 타고 북쪽으로는 이집트, 서쪽으로는 나이지리아, 남쪽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보내져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5,000만 명의 삶을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전력 사정은 극도로 열악하다. 적어도 6억명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53개국 중 35개국이 불확실한 전력 공급의 위험을 안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조차 수시로 단전 사태를 겪고 있다.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에 대해 WEC는 아프리카를 자립과 번영으로 이끌 원대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WEC의 제럴드 도우셋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사업은 콩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클린 에너지를 공급, 사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일자리 창출과 가난으로부터 탈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수몰에 따른 주민피해 등 악영향이 우려되고, 댐 건설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기존에 설치된 2기의 수력 발전소는 이 같은 우려를 대변해 주고 있다.
현재 콩고 강에는 2기의 수력 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잉가Ⅰ, 잉가Ⅱ로 각각 1972년, 1982년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후한 설비로 지금은 설계 용량의 4분의 1의 전력만을 생산할 뿐이다.
이 전기는 모두 2,000km 거리의 카탕가 광산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92%는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잉가Ⅲ 계획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아직 도상단계에 불과한 상태다.
환경 운동가인 테리 해서웨이는 “현재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콩고의 94%, 아프리카 인구의 3분의 2는 이 프로젝트가 완공돼도 여전히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는 산업시설이 밀집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전기를 수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콩고 강 이외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대형 수력 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앙골라의 크완자 강에는 1,050㎿의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5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크완자 강 발전소(73억 달러)를 비롯해 카툼벨라 강 프로젝트(3억4,000만 달러), 쿠니네 강 프로젝트(7억5,000만 달러) 등 총 84억 달러의 프로젝트다.
전력 부족, 인도 경제의 걸림돌
인도 역시 수력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만성적인 전력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하룻밤에만 수십 번 전기가 끊겨 ‘정전의 나라’라는 오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인도 북서부 지역에서 정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40%에 이르는 인도인들은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절대적인 발전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현재 인도의 총 발전 용량은 13만5,402㎿다. 이중 화력 발전이 64.5%, 수력 발전이 24.8%, 원자력이 3.1%,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7.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631㎾/h에 불과하다. 이는 캐나다(1만7,179㎾/h)의 27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1만3,338㎾/h), 호주(1만1,126㎾/h), 일본(8,076㎾/h), 프랑스(7,689㎾/h), 독일(7,030㎾/h) 등 주요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인도는 시골 지역까지 24시간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인도는 2012년까지 1인당 전력 사용량을 1,000㎾/h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절반으로 끌어올리려면 지금의 발전 용량을 5배 이상 늘려야 한다.
전력 확충 방법으로 인도 정부는 수력 발전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인도의 잠재 수력 발전 능력은 14만8,700㎿에 달한다. 이 중 20.3%가 이미 개발됐고, 9.2%는 건설 중이다. 오는 2012년까지 1만6,553㎿ 용량의 수력 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인도는 특히 ‘용의 나라’로 불리는 히말라야 소국 부탄과의 외교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부탄은 지난 1949년 독립 이후 외교와 국방에 대해 인도의 권고를 받을 정도로 인도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 하지만 전력 부족이 두 나라간의 역학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최근 부탄을 방문, 오는 2020년까지 부탄으로부터 1만㎿의 전력을 수입하기 위한 협력 사업을 이끌어냈다.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양국은 국경 도시인 인도 서부 벵갈의 하시마라에서 부탄의 푸엔트숄링까지 30km의 철로를 연결키로 합의했다.
인도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선진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 정부는 그 해법을 수력발전에서 찾고 있다.
부탄의 외무장관은 “양국 지도자가 당초 목표였던 5,000㎿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전달됐다”면서 “향후 양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조치라는데 양국 지도자가 확신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인도가 부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탄의 잠재 수력 발전량은 3만㎿에 달한다. 이 중 절반만 개발된다고 해도 북부 인도의 전력난은 일시에 해소된다.
브라질의 지라우 프로젝트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브라질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4,500㎿씩 발전 용량을 늘여야 한다. 하지만 풍부한 수량의 아마존 강을 보유한 브라질은 수력 발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정부는 얼마 전 3,300㎿ 용량의 ‘지라우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아마존 강의 주요 지류인 마데이라 강에 건설될 이 수력 발전소는 50억 달러에 수에즈(SUEZ) 컨소시엄에 낙찰됐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의 약 70%는 지역 전력회사에 ㎿당 71.4헤알(43.27달러)에 판매된다.
수에즈의 에너지 부문을 맡고 있는 더크 뷰사르트는 “유럽에서는 지어질 수 있는 모든 수력 발전소가 끝이 났지만 브라질은 잠재 발전 용량의 3분의 1만 이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도 서울경제 기자 do@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