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발로 170명의 사망자와 1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지진과 화산, 그리고 지질학적 재난은 20세기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낼 뿐 아니라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원한 두려움의 대상이자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지진(地震)이란 지구 내부의 급격한 지각 변동으로 인해 생긴 파동, 즉 지진파가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이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구 내부 암석권에 있는 판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판구조론을 비롯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나로 정립된 것은 없다. 이번 중국 쓰촨성 지진은 세계 최대 규모인 싼샤 댐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 상태다. 즉 과대한 저수량과 수압의 영향으로 지표층의 변화가 오면서 주변지역에 지진을 초래했다는 것.
지구 내부에서는 매일 1,000~5,000회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지진은 일정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확실한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산(火山)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지하 깊은 곳에서 생성된 마그마가 벌어진 지각의 틈을 통해 지표 밖으로 나올 때 휘발하기 쉬운 성분은 화산가스가 되고 나머지는 용암이나 화산쇄설물로 분출한다. 화산암괴는 때로 20km 이상 날아가기도 하며 화산재는 식물을 말라죽게 하고 사람들을 질식시킨다.
이처럼 지진, 화산, 그리고 지질학적 재난은 순식간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낼 뿐 아니라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원한 두려움의 대상이자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과학적 묘사 뛰어난 단테스피크
지진이나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97년 나란히 선보인 ‘볼케이노(Volcano)’와 ‘단테스피크(Dante’s Peak)’는 대표적 재난영화로 꼽힌다.
믹 잭슨 감독의 볼케이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화산 폭발과 용암 분출에 휩싸인다는 설정으로 자연의 위협과 공포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토미 리 존스가 재난당한 사람들을 구조, 지휘하는 LA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온다.
LA의 상수도국 직원들이 지하 상수도 점검 도중 분사체로 발견되는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지만 경찰 조사반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지질학자가 화산 폭발의 징후를 발견하지만 화산은 이미 활동을 시작해 LA 전체가 위기와 혼란에 휩싸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회 사람들이 수백만 명의 인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가 주요 골격이다.
상당한 스릴과 박진감이 넘치는 이 영화는 재난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와 미국식 영웅주의가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화산 활동으로 인한 용암의 줄기가 지하철의 선로를 타고 흐르는 설정은 기발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용암과 맞서 싸우면서 위험을 피하는 과정 등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보다는 단테스피크가 화산의 징후와 폭발 과정을 묘사하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다 우수해 보인다. 흥행에서도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
로저 도날드슨 감독에 007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해진 미남배우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여전사로 낯익은 린다 해밀턴이 주연을 맡았다.
화산 폭발로 인한 파편으로 약혼녀를 잃은 화산학자 해리 달톤(피어스 브로스넌 분)은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동료의 권유로 퍼시픽 노스웨스트 마을에 있는 단테 봉우리 근처의 미미한 지진 활동에 대해 조사를 벌이게 된다.
사업가이자 작은 마을의 시장인 레이첼 완도(린다 해밀턴 분)는 단테 봉우리 부근을 대상으로 거액의 투자를 유치,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해리는 지질 변형, 가스 방출 등 화산 폭발의 징후를 관찰하고 크게 놀라 시장에게 대책을 촉구하게 된다.
주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시장은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지만 해리의 상사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며 해리의 경고를 무시하려 한다. 하지만 화산 폭발의 징후는 갈수록 더하면서 주민들을 위협하고,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다.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교통이 마비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는 와중에 해리와 레이첼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위험한 고비를 맞게 된다. 이 영화는 같은 해에 나온 볼케이노보다 흥행 실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활용한 촬영으로 실체감을 높인 점도 볼 만하다. 특히 마지막에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화산의 징후와 폭발 과정에 대한 과학적 묘사도 훌륭한 편이다. 유해 가스의 방출로 인한 동식물의 죽음이나 호수의 산성화, 그리고 화산 활동 전후에 지진이 동반되거나 화산재와 함께 비가 내리는 점 등은 눈여겨 볼만하다.
사진설명 : 화산과 지진은 정확한 예측과 예방이 어렵고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재난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화산 폭발 묘사한 폼페이 최후의 날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고전적 작품으로는 ‘폼페이 최후의 날’을 들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E. G. 리턴이 1834년 발표한 역사소설로 영화와 TV 시리즈의 소재가 됐다.
로마 문화가 한 창 번성해 가던 서기 1세기 무렵. 미남 청년 글라우쿠스와 그의 연인 이오네가 온갖 음모와 사회적 풍상에 휘말려 고초를 겪다가 베수비오 화산이 분화를 일으키던 날 앞을 못 보는 노예 여자 니디아의 도움으로 피난한다는 이야기다.
폼페이 최후의 날은 화산 폭발에 대한 과학적 설명보다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로마시대 당시의 건축양식이나 풍속, 그리고 사상 등을 상세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남녀 간의 애정이나 사람들의 갈등 및 대립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베수비오 화산은 폼페이를 비롯한 인근의 여러 도시를 순식간에 죽음의 도시로 만들면서 묻어버리는 참사를 일으키지만 서기 79년 8월의 폭발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 차례 폭발을 일으킨 유명한 화산이다.
이 화산에 오랫동안 매몰돼 있던 폼페이는 19세기 들어와 유적들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신전, 저택, 도로와 상하수도를 비롯한 고대 로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 이제는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가 됐다.
폼페이 최후의 날은 바로 이 같은 폼페이 폐허 유적지를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다. 즉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인한 참극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묘사했던 것.
베수비오 산은 나폴리와 폼페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의 상징으로 여러 노래와 그림, 그리고 문학 작품 등에서 인용되지만 실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꼽히고 있다.
서기 79년의 대폭발 이후에도 수십 차례에 걸쳐 폭발하거나 용암이 흘러내려 많은 희생자를 냈다. 20세기 들어서도 분화가 지속돼 1944년에는 용암류로 인해 등산전차가 망가졌고, 1973년과 1979년에도 분화가 있었다.
화산학자들이 베수비오 화산을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꼽고 있는 것은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매우 큰 폭발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활화산으로서 격렬하고 잦은 폭발을 일으킴에도 나폴리를 비롯한 인근에 수백 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것.
더구나 이 화산은 먼지구름, 화산쇄설물, 화산이류, 산체 붕괴, 용암류와 같은 치명적인 화산 현상들을 복합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베수비오 화산 이외에 여전히 큰 위험을 안고 있는 화산들로는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그리고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등이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 1983년 분화한 이후 올해 들어서 재차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1991년 폭발한 피나투보 화산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묻혀버린 화산폭발은 20세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500개의 활화산이 현존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화산 폭발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백두산마저도 오랜 휴화산의 시기를 끝내고 조만간 다시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화산의 폭발력은 원자폭탄의 수백만 배에 달할 수 있으며, 용암과 화산재 뿐 아니라 강도 높은 지진과 대량의 진흙 홍수 등도 동반한다. 이 때문에 화산은 자연적인 재앙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세계의 주요 활화산에 화산관측소 등이 설치돼 화산 활동의 징후를 간파하고 예상 폭발 시기 등을 알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폭발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갑작스런 폭발로 분화구 인근에서 연구 중이던 화산학자들과 취재에 나선 언론인들마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설명 : 멈춰 선 지구의 내핵을 다시 회전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가지고 코어로 내려간다는 내용을 그린 영화 ‘코어’.
현실성이 결여된 황당한 영화들
지질학적, 그리고 지구적 재난을 다룬 영화중에는 현실성이 너무 결여돼 있거나 황당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일본 열도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는 ‘일본 침몰(日本沈沒, Sinking Of Japan; 2006)’과 ‘코어(The Core; 2003)’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침몰은 동명의 SF 베스트셀러를 영화와 드라마로 만든 것인데,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조잡한 구석이 많다. 또한 침몰의 원인과 과정도 과학적인 측면에서 납득하기가 매우 힘들다.
코어는 미국 정부에서 인공지진으로 적을 공격하는 비밀 병기를 개발하지만 그로 인해 지구 핵(CORE)의 회전이 멈추면서 갖가지 기상 이변과 재난이 속출한다는 내용이다. 미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지구의 코어에 내려 보내 몇 개의 핵폭탄을 터뜨려 지구 코어의 회전을 되돌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지구 핵의 회전이 멈춰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착상이 상당히 기발해 보이기는 한다. 즉 지구 자기장의 근거로 지구 외핵의 유체 운동을 꼽는 다이나모 이론, 그리고 지구 역사에서 자기장의 역전이나 격변 때에 생물 멸종 등의 재난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나름대로 그럴 듯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황당하고 현실성이 너무 결여돼 있다. 엄청난 고열을 지닌 지구 핵 부근으로 사람들을 내려 보낸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지하에 어떻게 터널을 뚫고 어떤 수단으로 지구의 핵으로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 거의 없다. 이 영화는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를 맡은 특공대가 핵폭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휴먼 드라마나 미국식 영웅주의가 1998년 최악의 영화로 꼽힌 아마겟돈(Armageddon; 1998)과 유사하다.
이야기의 전개 등을 볼 때 소행성과 우주라는 아마겟돈의 무대를 지구 속의 핵으로 옮겨 놓은 듯이 보인다. 평론가들 역시 아마겟돈에 마이크로 결사대 혹은 타워링을 뒤섞어 놓은 영화라고 혹평을 내렸다고 한다.
글_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지구상에는 5억여명의 사람들이 활화산 인근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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