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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도로 주행 항공기








사진설명 : 테라퓨지아의 도로 주행 항공기인 트랜지션의 앞 범퍼는 비행을 할 때 카나드 역할을 겸한다. 카나드란 항공기의 날개 앞쪽이나 동체 앞부분에 매단 작은 날개를 말한다.

출근 시간은 빠듯한데 도로에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을 때 누구나 한 번 쯤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대한 환상을 꿈꾸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꿈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MIT 공대 출신들이 모여 만든 회사 테라퓨지아가 지금 이 같은 개념의 도로 주행 항공기 ‘트랜지션(Transition)’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랜지션은 먼 거리를 비행해 날아간 다음 일반 자동차처럼 도로를 주행해 주택의 차고에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다.

테라퓨지아의 엔지니어들이 트랜지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즉 비행 자동차가 아니라 도로 주행 항공기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행 자동차와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프로펠러가 달린 단발식 항공기를 도로 주행도 가능하게 개조한다는 점, 그리고 도로가 아닌 활주로에서만 이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로 주행 항공기로의 분류가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트랜지션은 오는 11월 첫 비행에 나서며, 내년 말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설명 : 테라퓨지아는 2007년 7월 접히는 날개[아래]를 공개했다. 이들은 이 날개의 작동 시범을 본 고객과 투자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 4월 이들은 탄소섬유 외피로 된 동체를 완성했다. 동체 안에는 복합소재로 된 안전케이지[위]가 들어있다.

테라퓨지아(Terrafugia)사가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운송수단 트랜지션(Transition)은 날아다니는 자동차, 즉 비행 자동차가 아니다. 내년부터 시판될 트랜지션은 지상과 하늘에서 쾌적하게 운행할 수 있는 도로 주행 항공기다.

4개의 바퀴와 F-1 스타일의 서스펜션이 있으며, 3m 폭의 접는 식 날개 한 쌍도 있다. 매사추세츠 주 워번에 있는 테라퓨지아의 엔지니어들은 파퓰러사이언스의 객원 편집자 그레고리 몬이 개념실증기안에 탈 수 있도록 해줬다. 몬은 트랜지션을 몰고 지상의 복잡한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창공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날아다니는 자동차, 즉 비행 자동차가 아니다. 트랜지션은 도로를 주행하는 항공기다.

테라퓨지아의 개발팀은 이 둘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그 차이는 대화에서, 이들의 티셔츠에서, 그리고 이들의 작업장 밖에 있는 트레일러에 크게 적힌 파란색 글자에서도 명백히 드러나 있었다.

사실 자동차와 항공기가 공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비행 자동차는 우리가 상상해 오던 주된 미래형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같이 멋진 교통수단만 있으면 우리도 TV 만화영화의 주인공 조지 젯슨처럼 출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많은 발명가들은 평생을 바쳐 비행 자동차를 설계하고, 축소 모형을 만들었으며, 작동 가능한 시제품까지 선보였다.

1950년대에는 전직 해군 조종사인 몰트 테일러가 여러 가지 비행 자동차를 비행시키기도 했다. ‘에어로카’라고 불리는 그의 작품들은 항공기와 자동차의 합성으로서 별도의 날개와 꼬리를 끼우면 항공기로 변신하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구매할 사람을 많이 모으지 못한 탓에 상업적 이득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그 꿈을 다시 현실로 만드는데 도전한 소수의 총명한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이것도 일종의 비행 자동차다.

테라퓨지아의 공동 설립자인 칼 디트리히(31세)는 자신과 동료들이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 중 누구도 선각자라고 불리기는 힘들다”면서 “우리는 단순한 엔지니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디트리히의 회사는 손에 넣기 어려운 기술이나 인프라를 가지고 계획을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 회사의 어디를 봐도 덕티드 팬(ducted fan)이나 반(半) 중력 기술 관련 서적은 없다. 대신 그의 팀은 프로펠러가 뒤에 달린 단발식 항공기를 도로 주행도 가능하게 개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시뮬레이터로 설계를 다듬고, 기존의 교통수단에서 성능이 입증된 소재를 사용했다. 트랜지션은 비행 상태에서는 미 연방항공국 기준에 부합하며, 도로 주행 때에는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 및 환경보호국의 기준에 부합한다.
이 새로운 교통수단은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으며, 조종하려면 조종사 면허가 있어야 한다. 교통체증 속에 갇혀 있을 때는 날아오를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로 주행도 가능한 항공기이니까.

하지만 접근방식이 간단하다고 해서 이것을 만드는 것까지 수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디트리히의 개발팀은 1년에 트랜지션 수백 대를 제조 및 판매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려면 과거의 비행 자동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기체에 큰 구멍이 뚫려도 견딜 수 있고, 시속 50km 속도로 벽돌담에 충돌해도 탑승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도로 주행 항공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저렴하고도 신뢰성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판하려면 정부 당국의 무수한 규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해 보험을 해줄 사람도 찾아야 한다.

이들은 그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 분투하고 있다. 이 기사를 취재하는 동안에도 완전 작동하는 실제 크기의 개념 실증기가 11월에 있을 시험비행을 위해 준비되고 있었다. 몬이 만나본 모든 전문가들은 트랜지션이 실제로 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40명이 넘는 고객들이 트랜지션을 구입하기 위해 이미 7,500~1만 달러의 선금을 낸 상태였다.

테라퓨지아는 이미 약 100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가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내년이면 고객에게 트랜지션이 최초 인도될 것이라고 한다. 과거 비행 자동차 개발에 수 십 년이나 되는 시간이 들어간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이들은 2년 전부터 과거의 모든 사례들을 연구하고 조직적으로 계획을 밀어 부쳐왔다. 디트리히와 파트너들은 이 도로 주행 항공기의 범퍼에 ‘다음 자동차는 항공기로!’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그들에게 이 말은 농담이 아니라 그들이 지켜야할 여러 약속들의 가장 핵심적인 제목이었다.






사진설명 왼쪽①: 제어 패널의 실물 모형. 누구나 트랜지션을 운전할 수 있지만 날개를 펴려면 키 코드가 있어야 한다.

오른쪽위②: 테라퓨지아 직원들이 에어쇼 참가를 위해 트랜지션을 트레일러에 싣고 있다.

오른쪽아래③: 마크 스틸러가 부품을 연마하는 동안 칼 디트리히(무릎 꿇은 사람)와 앤드류 히피츠가 부품을 보고 있다.

1. 웬만한 집 차고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

지난 2004년. 당시 27세이던 디트리히는 매사추세츠 공업대학원의 항공학과 학생이었다. 그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키며 새로운 종류의 항공기 개발에 몰두했다. 그 원칙 중 하나는 이 항공기의 크기는 교외 주택의 차고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 즉 가로 2m, 세로 6m 이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차 요금을 줄이려면 포르쉐보다는 뭐라도 나아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미 연방항공국의 규정 개정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 해 연방항공국은 경량 스포츠 항공기라는 새로운 항공기 등급을 발표했다. 경량 스포츠 항공기의 조종사가 되려면 단 20시간만 훈련을 받으면 된다. 일반적인 항공기 면허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 연방항공국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 비행의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이 규정을 만들었다. 디트리히는 여기에서 도로 주행 항공기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스포츠 조종사 면허에서는 날씨가 나빠질 경우 즉시 착륙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디트리히는 이를 보고 만약 항공기가 도로 주행도 가능한 것이라면 항공기를 타고 바로 집까지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트리히는 그 아이디어라면 작은 회사도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도로 주행 항공기는 저렴해서 생산과 수리에 돈이 많이 들지 않아야 했다. 그러려면 길고 날씬한 날개처럼 복잡한 기계적 구조를 갖춘 도로 주행 항공기는 만들 수 없었다.

2005년까지 그는 50개가 넘는 설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했다. 그 결과 도로와 활주로, 사업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설계를 하나 건질 수 있었다. 그 설계대로 만든 축소모형은 풍동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MIT 우주추진연구소장인 마누엘 마르티네스 산체스는 “디트리히는 처음부터 프로답게 시작했다”면서 “결코 창고에서 서투르게 대충대충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디트리히는 이미 다양한 발명품을 만든 발명가였다. 그의 작품 중에는 로켓엔진도 있고, UN 직원들이 지뢰를 제거할 때 쓰는 도구도 있다. 그 같은 발명과 함께 트랜지션의 설계는 그에게 MIT 최고의 레멜슨 상을 안겨주었다. 매년 주어지는 레멜슨 상은 가장 창의적인 학생에게 주어지는 상금 3만 달러짜리 상이다.

그는 그 돈으로 MIT 로켓클럽에서 만난 만물박사 엔지니어 샘 슈와이가트와 함께 회사를 차렸다. 2005년 말에는 동료 학우인 안나 므라체크를 회사에 끌어들이는데도 성공했다.

므라체크와 디트리히는 얼마 후에 결혼했다. 므라체크는 매우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자다. 쓸데없는 논의를 생략하고, 회의를 빨리 끝낼 수 있으며, 화장실 청소방법에 대해 9개항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회사를 방문했을 때는 엔지니어가 8명으로 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지난 10년 동안 태양열 및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온 앤드류 히피츠, 20년 동안 아메리카컵 경주용 보트를 만들어온 복합소재 전문가 존 터틀 텔프얀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본 트랜지션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5분의 1 크기의 무선조종 모형뿐이었다. 컴퓨터 스크린에는 엔진 내부구조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완성된 트랜지션의 구성품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트랜지션의 복합소재 프레임 제작에 필요한 형틀을 만들고 있었다. 디트리히는 나중에야 작동 가능한 실물 크기 날개의 작동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 날개는 부드럽게 펼쳐져 원하는 위치에 확실히 고정됐다.

이 한 장의 날개로부터 수 백 대의 도로 주행 항공기를 양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디트리히의 들뜬 마음은 언제인지 모르게 사그러들고 있었다. 이 멋진 날개가 완성되었는데도 벤처 자본이 아직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잠재 투자자와 고객들은 테라퓨지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디트리히는 “우리는 해내고 말 것”이라면서 “꼭 훌륭하게 움직이는 도로 주행 항공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 기존 항공기 대체하기 위해 설계

트랜지션은 자동차가 아니라 기존의 항공기를 대체하기 위해 설계됐다. 약 20만 달러라면 렉서스 한 대 또는 세스나 경비행기 한 대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테라퓨지아의 고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캔자스시티의 부동산 개발업자 마이크 맥니콜이 좋은 케이스다. 그는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있는 유명한 골프 코스에 항공기로 가고 싶어 한다. 그는 집에서 56km 떨어진 그린에도 항공기로 가고 싶어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트랜지션만 완성되면 공항까지 타고 날아간 다음 거기서 몇km 떨어진 클럽 하우스로 자동차처럼 달려갈 수 있습니다. 거기서 또 날개를 펴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구요.”

테라퓨지아가 풍동실험, 무선조종 방식의 축소 모델, 날개 작동 등 모든 일정을 제 시간에 소화해 내는 것에 감동받은 맥니콜은 그 회사의 초기 투자자가 됐다. 그들은 하겠다던 모든 것을 해냈을 뿐만 아니라 약속한 시간에 맞춰 해냈다는 것이다.



트랜지션을 구입해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운행 가능하게 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테라퓨지아의 계획에 극도로 중요하다. 테라퓨지아의 사업개발 부사장인 리처드 거쉬는 “고객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면 우리의 모든 사업은 멈춰버리고 만다”고 말한다.

56세의 거쉬는 보험업계에서 30년을 일한 아마추어 조종사다. 그는 2006년에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슈와이가트와 디트리히에게 난처한 질문을 했다. 트랜지션을 항공기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동차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슈와이가트와 디트리히는 멍청하게 하늘만 볼 뿐이었다. 그래서 거쉬는 이들에게 힘을 빌려주기로 했다.

거쉬는 요즘 트랜지션이 출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보험 및 법규 관련 문제를 예상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트랜지션의 날개가 망가졌을 경우 보험업자가 수리비용 및 기간을 물어온다면 그 답은 엔지니어가 아닌 거쉬가 해내야 한다.

올 봄 그는 디트리히와 동료들을 데리고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 및 환경보호국의 당국자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공기 역학적으로 좋지 않은 사이드 미러를 없애고 대신 비디오카메라와 방풍유리 장착형 스크린을 달 수 있도록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을 설득했다. 또한 환경보호국에 대해서는 트랜지션을 자동차보다 배기가스 규제가 덜한 항공기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견을 교환했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환경보호국은 거쉬에게 답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는 자동차 배출물 인증 담당관들과 회의를 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트랜지션을 자동차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면서 “그런 경우에는 정말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안전하며, 어떤 기후조건에서도 달려야

트랜지션은 안전하며 어떠한 기후조건에서도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달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테라퓨지아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경량 스포츠 항공기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무게가 600kg 선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스마트카보다 225kg나 더 가벼운 것이다. 또한 트랜지션은 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SUV와의 정면충돌까지 갈 것도 없이 심한 돌풍이 불 때조차도 쓰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트랜지션은 자동차와 항공기 모두를 추구하다보니 둘 중 어느 것으로도 아주 뛰어난 성능은 발휘할 수 없다. 1999년 도로 주행 항공기 설계 학술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버지니아 테크 대학의 항공공학과 교수 제임스 마치먼은 “자동차 설계에 필요한 원칙과 항공기 설계에 필요한 원칙은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디트리히는 그래도 자신의 설계가 이 같은 난점을 멋지게 피해갔다고 믿고 있다. 무거운 자동차들만 안정적이라는 것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트랜지션의 중심을 낮게 잡고, 차축거리를 길고 넓게 잡으며,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 디트리히의 설명이다. 여기에 달리는 차량을 지면에 눌러주도록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카나드를 달면 가벼운 트랜지션도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서 달린다는 것.

물론 그는 트랜지션의 한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커다란 접는 식 주익과 꼬리날개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바람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트랜지션이 달리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안 좋은 날은 1년에 7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SUV와 충돌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지난 10년간 태양열 및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온 히피츠가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카본섬유 및 폼 코어로 제작된 안전케이지가 정면 및 측면 충돌에서 탑승자를 보호하는 능력은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의 기준에 맞았다.

그는 같은 소재로 전기 자동차 시제품을 제작해서 충돌실험을 했지만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은 그 결과를 믿어주지 않았다. 이유는 충분한 횟수의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히피츠는 실험예산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 직원은 몬에게 설령 풍선껌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라도 충돌 테스트에 합격만 한다면 소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테라퓨지아는 개념실증기를 부셔서 안전성을 입증할만한 여력이 없다. 개념실증기는 판촉용 자료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 테라퓨지아는 3대의 시제품을 더 만든 다음 충돌실험을 해서 안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히피츠는 “시제품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게 완성되면 트랜지션의 설계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얼마나 부수기 힘든지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몬은 올 들어 지난 3월과 4월 테라퓨지아를 다시 방문했는데, 여전히 볼 건 별로 없었고 부술만한 것도 없었다. 조종석 프레임은 완성되었지만 안은 비어 있었다. 엔진실에는 진짜 엔진 대신 항공 합판과 플라스틱 컵, 화장지 상자 등으로 만든 가짜 엔진이 들어가 있었다.

복합소재 전문가인 텔프얀은 새로 들어온 인턴 직원에게 탄소섬유 붙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기체를 다루는 인턴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항공기가 아닌 조각품을 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속은 거의 모두 준비돼 벽에 있는 상자 안에 정리돼 있었다. 변속기, 벨트, 엔진, 서스펜션, 심지어는 의자와 바퀴도 있었다. 마치 판과 부속이 준비된 지그소 퍼즐 같았다.

이제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슈와이가트는 “우리는 무(無)에서 시작해 이제 조립만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슈와이가트의 빛나는 큰 눈은 기체 표면에서 몬이 보지 못한 미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이 기체는 앞으로 6개월 내에 도로 주행 항공기로 변신할 것이다.





사진설명 : 트랜지션의 첫 비행은 올 11월 실시될 것이며, 고객 인도는 2009년 말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4. 11월 첫 비행, 2009년 말 고객 인도

트랜지션의 첫 비행은 올 11월 실시될 것이며, 고객 인도는 2009년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6월 초 몬은 착륙 상태를 알아보는 테스트에 참가했다. 트랜지션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 있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트랜지션은 스탠드에 매달려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트랜지션은 제대로 된 교통수단처럼 보였다. 날개와 프로펠러는 없었지만 그 모습은 항공기와 모래밭 주행용 소형차인 둔 버기(dune buggy)의 혼혈아처럼 보였다.

서스펜션과 뒷바퀴는 제 위치에 있었고, 인턴사원인 조던 쿠쉬가 앞바퀴를 손보고 있었다. TV 방송국에서도 한 명이 와서 취재하고 있었다. 디트리히의 신경은 날카로웠다. 그는 “뒤쪽의 큰 너트 잘 조였지?”라고 물었다.

쿠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분 후 슈와이가트 역시 뒷바퀴는 잘 고정되었느냐는 질문을 반복했다. 고정했다고 쿠쉬가 답하자 디트리히는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바퀴를 3번 점검한 후 이들은 조심스럽게 개념실증기를 스탠드에서 들어내 신중하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부서지거나 금 가지 않았다. 엔지니어인 마크 스틸러가 소리쳤다. “보라구! 자기 발로 섰어!”

몇 분 동안 작업장 안은 웃음꽃과 환호성, 그리고 카메라 폰의 플래시로 가득했다. 트랜지션이 혼자 힘으로 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것으로 오늘의 할 일은 끝났다.
하지만 디트리히는 여전히 불만이었다.






테라퓨지아의 트랜지션

무게: 600kg

크기: 5.71m × 2.05m × 2.05m

날개너비: 8.38m

탑승인원: 2명

지상 최대속도: 128km

공중 순항속도: 185km

항속거리: 740km

가격: 19만4,000달러


그는 꿇어 앉아 기수를 잡고 위아래로 눌러보았다. 혹시 부서진데는 없나 자기 눈으로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철저한 검사는 오늘 예정에 없었다. 그의 아내는 민감한 표정으로 살펴보았다. “왜 그래, 칼?”

하지만 처음의 들썩임이 가라앉자 다른 사람들도 디트리히의 움직임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디트리히를 따랐다. 그들은 한쪽에 2명씩 들러붙어서 트랜지션 뒤쪽을 1m 좀 넘게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렸다.

트랜지션이 지면에 떨어지자 모두 숨을 들이켰다. 땅에 부딪치면서 한번 튕겼지만 아무 것도 부서지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그 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8주 후 반짝반짝 빛나는, 흰색으로 도색된 멋진 도로 주행 항공기가 주기돼 있었다. 몬이 도착했을 때 테라퓨지아 직원들은 위스콘신 주 오시코시의 EAA 쇼에서 자신들이 완성한 도로 주행 항공기를 보여주러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이 쇼를 위해 밤새 일했다. 오전 11시가 됐음에도 슈와이가트는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고, 디트리히도 빈 커피 잔을 옆에 수북이 쌓아둔 채 의자에서 비몽사몽이었다. 이제 프로펠러축만 끼우면 된다. 기체와 엔진은 완성됐고, 전자기기도 작동됐다. 원격조정 방식의 문도 탈 없이 잘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트랜지션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수만 명의 조종사들과 잠재 고객이 오는 이 행사는 사업에 매우 중요했다. 두 인턴사원이 도로 주행 항공기를 작업장에서 끌어내 차고만한 크기의 트레일러에 밀어 넣었다.

이웃들과 택배 직원들이 이 진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쾌청했다. 트랜지션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좋은 날씨였다. 트랜지션은 분명 멋지게 날아오를 것이다. 개발팀이 사람들에게 이 도로 주행 항공기의 성능을 보여주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으니까.

하지만 다음 달에는 트랜지션의 엔진을 켤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 보여주고, 달리며, 날은 다음에 수백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설 때까지 이 도로 주행 항공기를 여러 가지 기준에 맞춰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트랜지션 뒤쪽을 1m 좀 넘게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렸다. 땅에 부딪치면서 한번 튕겼지만 아무것도 부서지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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