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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 한국해양연구원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도 있다.

200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폐지되고, 교육부과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나머지 13개 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 산하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이처럼 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신설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의 연구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 편집자 註

■ 바다에서 미래의 성장 동력 만든다

인류는 40억km 넘게 떨어져 있는 해왕성에 보이저 2호를 보내 사진을 찍을 만큼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10km 깊이의 바다 속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처럼 바다의 비밀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높은 수압과 냉장고처럼 차가운 수온, 그리고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 등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는 식량과 식수 문제, 그리고 자원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류에게 남은 지구상 유일의 미개척 영역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해양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바다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세계의 해양연구기관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해저자원 개발. 특히 석유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인류의 차세대 연료로 부각되고 있는 메탄수화물 등에 대한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국제해저기구를 통해 하와이 동남방 해상의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 등 약 7만5,000㎢의 단독 해저광구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통해 태평양 심해저에 분포한 망간단괴 등 광물을 채취한다는 계획이다. 바다 속의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40여종의 유용 광물을 함유하고 있는 감자 모양의 금속산화물이다. 현재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에는 5억1,000만 톤에 달하는 망간단괴가 매장돼 있는 상태다.

망간각과 해저열수광상도 한국해양연구원의 주요 탐사 및 개발 목표다. 망간각은 수심 800~1,500m의 해저산 사면에 있는 암반 위에 코발트, 니켈, 백금 등이 부착돼 형성된 광물자원이다. 해저열수광상은 화산활동이 활발한 수심 1,000 ~ 3,000m의 해저에서 열수 순환에 의해 만들어지는 광물자원으로 금, 은, 구리, 아연 등이 함유돼 있다. 특히 열수분출구는 새로운 생명체들의 서식처로 신물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해저자원 개발은 우리나라 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동해의 EEZ에는 메탄수화물과 인광석 등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해미래는 세계 4번째로 개발된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해미래를 통해 해저자원을 탐사,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광물 채취를 위해서는 심해 무인잠수정을 활용한 탐사가 필수적이다. 해양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일찍이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전 세계적으로 1조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심해 6,000m에서 탐사작업이 가능한 무인잠수정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2001년부터 6년간 12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 개발해 낸 것.

해미래는 로봇팔과 각종 계측장비, 수중카메라 및 조명장치 등을 부착하고 심해저에 있는 자원을 탐사하고 생물연구도 수행하게 된다. 해미래는 6개의 전동추진기를 통해 앞뒤, 좌우, 상하 운행이 가능하다. 또한 ±5m 오차범위에서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는 위치추적장치(USBL)도 장착하고 있다.

해미래 개발을 주도한 한국해양연구원의 이판묵 박사는 “해미래의 경우 외국산의 60% 가격에 제작이 가능해 세계 심해 무인잠수정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해미래는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에서의 심해저 자원탐사와 심해 신물질 시료채취 등에 투입돼 해양탐사 영역을 한층 넓히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미래가 본격적인 대양 탐사를 나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해미래를 싣고 대양으로 나갈 탐사 모선(母船)의 규모가 너무 작고 노후화돼 있다는 것. 현재 한국해양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탐사선 중 가장 큰 온누리호의 규모는 1,400톤급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1991년 건조돼 시설이 낙후돼 있고, 최대 항해일수도 40여일에 불과한 상태다.

최대 항해일수가 40여일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상 대양 탐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해미래를 활용하기 위해 대양 탐사에 나설 경우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순수 탐사시간은 20일이 채 못 된다. 특히 온누리호의 규모로는 해미래와 각종 탐사장비, 그리고 충분한 연구 인력의 탑승을 소화해 내기 어렵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한국해양연구원은 4,000톤급 이상의 새로운 탐사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탐사선 건조를 위한 예산은 약 900억 원.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미 올해 초 국토해양부에 예산 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건조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온누리호의 선령은 17년으로 교체시기인 20년까지는 불과 3년이 남은 상황이다. 새로운 탐사 모선 건조에 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시간내 4,000톤급 탐사 모선의 건조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은 “온누리호의 선령(船齡)은 17년으로 교체시기인 20년까지는 불과 3년이 남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탐사선 건조에 약 5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건조작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이어 “경제성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미래의 탐사 모선 건조와 함께 종합해양과학기지 운영도 한국해양연구원의 주요 관심사다.



한국해양연구원은 국토 최남단 마라도로부터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이어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수중 암반으로부터 77.5m, 수면위로부터 36.5m 높이에 400평 규모로 건설됐으며, 24.6m의 파고와 초속 50m의 강풍에 50년 이상 견디도록 설계됐다.

이곳에서 관측된 각종 자료는 무궁화 위성을 통해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과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곳을 지나가는 태풍은 10시간 뒤 남해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여 자연재해 예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종합해양과학기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의 심재설 박사는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구축하면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이는 곧바로 재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전남 가거초와 인천 백령도에 제2의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 interview: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Q.이력을 보면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분야의 전문가라는 게 한눈에 보이는데.

A.석유자원 고갈로 앞으로는 바다에서 모든 자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사실 바다는 무궁무진한 해저자원과 청정에너지가 잠재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평양상에 7만5,000㎢의 단독 개발광구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5억1,000만 톤의 망간단괴가 매장돼 있는데, 이는 연간 300만 톤씩 100년간 생산 가능한 양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망간각과 해저열수광상도 노다지가 될 수 있습니다.

Q.해저열수광상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A.해저열수광상이란 화산활동이 활발한 해저에서 열수 순환에 의해 만들어지는 광물자원입니다. 여기에는 금, 은, 구리, 아연 등이 함유돼 있죠. 특히 열수분출구에는 새로운 생명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을 연구하면 인간에게 유용한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Q.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광물자원 조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A.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에는 메탄수화물과 인광석 등이 매장돼 있습니다. 이중 메탄수화물이 요즘 각광을 받고 있죠. 메탄수화물은 메탄이 특정 온도와 압력 아래서 물 분자와 결합해 생성된 결빙 상태의 고체 물질입니다. 일명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하죠. 메탄수화물은 천연가스와 같이 95% 이상이 메탄으로 이루어져 열량이 우수합니다. 특히 천연가스와 알코올보다 적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환경오염 우려도 크지 않습니다.

Q.미래 에너지 확보 연구도 하고 있죠?

A.해양에너지 가운데 실용화 측면에서 앞선 분야는 조석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조력발전과 해수의 흐름을 이용하는 조류발전입니다. 내년이면 경기도 시화호에 있는 25만4,000kW급 조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될 예정입니다. 조류발전은 전남 울돌목에서 이뤄집니다. 올해 안에 시설용량 1,000kW급의 시험조류발전소가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밖에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海藻類)를 이용해 휘발유의 대체연료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조만간 선보일 계획입니다.

Q.해양 심층수를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A.해양 심층수는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에 존재합니다. 수온은 2℃ 이하로 안정돼 있으며, 해양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풍부하죠. 특히 중요한 것은 해양 심층수에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양 심층수는 식수는 물론 수산업, 식품공업, 농업, 의료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너무 자원 분야만 물어본 것 같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무엇입니까?

A.한국해양연구원은 종합해양과학연구원입니다. 미래자원 개발 외에 해양환경 보존, 지구환경 연구, 해양개발 및 공간이용 등 4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중 해양환경 보전은 일종의 바다에 대한 건강검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오염물질이 어디에서 와서 해양환경과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것이죠.

Q.지구환경 분야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A.바다의 변화를 관측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것이죠.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라 발생하는 태풍, 해일 등의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세계 처음으로 정지궤도에서 해양환경을 관측할 수 있는 해양관측위성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한반도 주변의 해양환경 및 어장정보 획득에 기여할 수 있는 위성을 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Q.해양개발 및 공간이용 연구는 어떻습니까?

A.인공섬은 매립과는 다른 신개념의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적인 해양공간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국토의 균형발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비행장ㆍ항만ㆍ해양레저시설로 활용이 가능한 km급 규모의 부유식 해상구조물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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