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최근 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섬과 환초, 그리고 산호초 지대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취약한 환경정책을 극렬하게 비판해오던 사람들조차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환경보호 계획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임기 말년의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 계획의 골자는 해당지역 내에서 일체의 상업적 행위를 금지, 이곳의 야생 동식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의 세부 내용이나 전체적인 추진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부처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총 180만㎢가 넘는 하와이 서쪽 바다와 북 마리아나 제도, 그리고 마리아나 해구 등의 해역을 보다 철저히 보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아나 해구는 최대 수심이 1만1,000m에 달할 정도로 깊은 바다며, 수백 종의 희귀한 해양 동식물이 사는 곳이다. 이 지역의 섬들은 이미 국립야생동식물보호구역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섬의 해안에서 3~12해리(5.6~22.2km)에 불과한 보호구역을 200해리(370km)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바다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계획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곳 해역에는 19종의 고래를 비롯해 가장 큰 조개인 거거조개, 바다거북, 그리고 하와이 몽크 바다표범이 살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 종인 알바트로스와 부비 가마우지를 포함해 1,400만 마리의 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현재 이 같은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대규모로 서식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의 태평양 도서지방 담당관인 돈 팔라우스키는 “이 지역이야말로 건강한 산호초 생태계의 표본과도 같다”며 “잘 보존한다면 심하게 손상된 다른 지역의 산호초를 되살리는 방법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 해역이 얼마나 잘 보호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부시 대통령 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해역에서 어업, 심해 광물 채굴, 그리고 석유 채굴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게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다.
지난 2006년부터 부시 행정부와 환경보호정책을 논의해 온 퓨(Pew) 환경그룹의 전무이사인 조슈아 라이허트는 “지금도 태평양 한복판 해역에서 어업, 광업을 실시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못하다”면서 “하지만 이 지역의 어부들은 참치나 상어를 잡아 아시아 각국에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말한다.
인구가 적은 이들 섬의 여론은 환경보호정책에 호의적이지만 북 마리아나 하원은 장래의 어업 제한을 두려워해 보호구역 지정을 반대하는 표결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와 멕시코 만의 자연보호구역 설정 안(案)이 기업형 어업의 수익 감소를 우려한 여론에 밀려 기각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해수 온도의 상승과 바닷물의 산성화로 산호초 부식을 비롯해 상어, 참치, 황새치 등 포식어류 90%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보호는 긴급히 추진해야 할 이슈가 되고 있다.
해양생물보존연구소의 부소장인 랜스 모건은 “내년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다”면서 “하지만 바로 지금이 이 지역에 대한 전면적 보호조치를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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