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는 22세 때 중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에서 토목공학을 배웠고, 2002년에는 후난 대학교의 겸임교수로 중국에 돌아왔다. 이 47세의 교수에게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인근의 광대한 대나무 숲을 여행하고부터.
대나무라고 하면 연 같은 장난감용으로나 쓸 정도의 강도 밖에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샤오는 대나무를 다리나 빌딩의 보강재로 사용할 생각을 했다.
현재 남 캘리포니아 대학의 공학 교수인 그는 책과 인터넷을 조사, 과거 건축에 대나무가 사용된 사례를 찾고 있다.
사실 그는 연구를 빨리 끝내야 한다. 중국에서는 목재로 쓸 만한 나무가 거의 베어져 나가고 있으며, 시골의 건축물은 저질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쓰촨성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너진 학교처럼 맥을 못 추는 건물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샤오가 발견한 건축물의 대나무 이용 사례는 단 한 건 뿐이다. 미술가가 일회성 건축 프로젝트에 사용한 적이 있었을 뿐 정식 건축업자가 대나무를 건축 자재로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
대나무는 무시할 수 없는 소재다. 어떤 종의 줄기는 경재만큼이나 밀도가 높다. 또한 가장 신속하게 자라는 식물 중 하나며,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능력도 대단히 우수하다.
하지만 불규칙하고 마디가 져 있는 특유의 모양은 문제다. 신뢰성 있는 대나무 구조물을 만들려면 정확한 규격에 맞는 대나무를 골라야 한다.
반면 목재는 원하는 사이즈로 잘라 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대나무 조각으로 다루기 쉬운 들보를 만드는 공정을 연구했다. 그리고 2006년 그는 들보와 지붕틀에 적합한 강도를 가진 대나무 목재인 글루밤(GluBam)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겨울 중국에 돌아온 샤오는 기계도 없이 단 8명의 인원만으로 후난성 오지마을 레이양에 하중 8톤을 견딜 수 있는 10m짜리 글루밤 다리를 만들었다. 이 사실은 중국 국영 통신사를 통해 보도됐다.
샤오는 현재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쓰촨성에 글루밤을 이용한 가옥과 학교를 지어주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글루밤의 최대 효과는 대나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대나무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후난성은 그 중 4분의 1을 생산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콘크리트 거푸집이나 나무젓가락 등 부가가치가 낮은 용도로만 사용된다. 따라서 글루밤은 성장세를 타고 있는 중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뿐 아니라 목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건축 자재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샤오는 “글루밤은 모든 면에서 의미 있는 발명품”이라면서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고,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으며, 많은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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