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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에서 싸우는 병사의 아버지

[Best of What’s New 2008] 블랙-아이 로보틱스의 랜드샤크

이라크 전(戰)에 참전한 아들이 매복한 적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자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병사 대신 사제폭발물 제거해 주는 로봇 개발해 낸 엔지니어

브라이언 하트와 그의 아내 앨마는 아들 존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아들은 군인이 되고 싶어 했고, 9.11 테러가 있은 지 1년 뒤인 2002년 9월 19세의 나이로 입대했다. 존은 제173 공수여단에 배치돼 곧장 이라크에 파병됐다.

그토록 원했던 입대였지만 존은 이라크 최전방에서 싸우면서 미국의 전쟁 준비가 충분치 않음을 깨달았다. 2003년 10월 초 브라이언은 방탄복이 필요하니 구해달라는 존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것이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전화통화를 한 지 일주일 여가 지난 10월 18일 존과 그의 소속 부대장이 방탄 처리되지 않는 군용 험비를 타고 이동하던 중 적의 매복에 걸려 전사한 것.

아들의 죽음을 접한 브라이언은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파병 병사들에게 더 좋은 보호 장구를 지급하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 덕분인지 이들이 처음 의견을 개진했을 때 미군의 험비 중 방탄 처리가 된 차량은 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차량에 방탄 처리가 돼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존이 군 생활 중 벌어들인 돈을 밑천삼아 블랙-아이 로보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동생인 리처드를 수석설계자로 앉혔다. 이후 이들은 많은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제폭발물 제거 로봇 개발에 나섰다.

브라이언 하트는 “큰 회사들은 덩치가 커 움직임이 둔하지만 우리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형제가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지난 1996년 아버지가 포장이 잘못된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과다 복용해 숨지자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약품용 바코드 추적시스템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블랙-아이 로보틱스는 올해 6개의 바퀴로 구동되는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랜드샤크로 명명된 이 로봇은 땅 속에 묻혀 있는 사제폭발물을 찾은 다음 강력한 수압의 물줄기를 뿜어내 폭발시켜 버린다. 랜드샤크의 외관은 평범한 모터와 기성품 컴퓨터, 자동차 배터리, X박스 컨트롤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장비를 장착해도 가격은 7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이는 경쟁 모델에 비해 50%나 저렴한 것이다.

브라이언은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랜드샤크는 경쟁 모델보다 더 많은 양을, 그리고 더 빠르게 생산해 전선에 투입할 수 있어 훨씬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 국방부도 이를 인정해 얼마 전 80만 달러 규모의 구매를 결정했으며, 내년 중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랜드샤크를 투입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보스턴 소재 로건 국제공항에도 1대가 인도돼 차량 폭탄 제거 임무에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적 데뷔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은 여전히 공세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성공한 포스터 밀러나 아이로봇과 같은 경쟁사와 달리 자신은 자기자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블랙-아이 로보틱스가 매사추세츠 주 팅스보로의 한 저렴한 임대 사무실을 본사로 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브라이언은 연구자금을 펑펑 써대는 경쟁사들을 제압하고 거대 군수품 제조업체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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