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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과 소변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재미있는 과학상식

최근 서울 근교 중소도시에서 몇 달 사이에 4차례의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사람이 없는 동안 범행이 이루어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일 계속되는 범행에 주민은 물론 경찰도 예민해져 있었다. 정밀한 현장조사를 통해 일부 단서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사건을 해결할 만한 결정적 증거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사건 모두 범행 수법이 비슷해 동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재차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수사관들은 또다시 터진 비슷한 사건에 매우 당황했다. 아직 기존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태에서 보란 듯이 절도사건이 재발했기 때문.

수사관 몇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때였다. “악! 이게 뭐야. 대변이잖아. 에이! 재수 없어. 밟을 뻔했네!” 한 수사관이 건물 외곽을 조사하다가 풀잎으로 덮여있는 대변을 발견한 것.

“어, 그래! 가만히 있어. 조심! 조심!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다행이군! 어제 비가 안 와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대로 들어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야겠어.” 선임 수사관은 대변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달려가 대변을 조심스럽게 채취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건현장에서 대변이 채취돼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의뢰되는 경우가 있다. 과연 대변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범인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대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건현장 주위에서 발견되는 대변은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변에서는 어떤 과학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어려운 실험이 되겠지만 혈액형 및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다. 혈액형 분석의 경우 대변의 표면에 항문샘 등에서 분비된 점액성의 물질이 묻어있는데, 이 점액성 물질에는 혈액형 물질이 함께 묻어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면 범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의 경우 대변에 장 내벽 세포가 같이 묻어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장의 표면과 닿았던 대변의 겉면을 채취해 전 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DNA를 분 리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다. DNA 분리 후에는 일반적인 DNA 분석방법과 같은 과정을 거쳐 유전자형을 얻을 수 있다.



대변 자체가 오염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전자형을 성공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어렵지만 비교적 신선한 대변에서는 유전자형을 검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소변에서도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를 얻을 수 있다. 소변인지 여부, 사람의 소변인지 여부, 그리고 유전자 분석까지 모두 가능하다. 오히려 소변의 경우 대변보다는 더욱 쉽게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실험이 가능한 것은 요로상피세포가 소변에 같이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절도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주변의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 수십 명의 용의자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변에서 검출한 혈액형과 일치하는 사람들로 용의자로 좁힐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변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압축된 용의자들의 유전자형을 비교해 일치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아주 하찮은 증거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변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어느 수사관의 이 같은 농담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글_박기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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