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우주개발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달 궤도를 도는 탐사위성을 보내고, 2025년에는 무인 달착륙선을 보내게 된다. KSLV-I 발사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우리 땅에 건설한 우주센터에서 우리가 만든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달 또는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3가지 핵심기술을 모두 확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KSLV-Ⅰ은 대한민국 달 탐사의 첫 단추가 되는 셈이며, 현재 개발 중인 KSLV-II는 직접 달 탐사에 나설 우주발사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우주개발에 나서는 모든 국가의 최종 목표는 외계 행성 탐사다. 외계 행성 탐사는 화성·목성·토성 등의 행성과 이들 행성에 딸린 위성까지 포 함하고 있다. 외계 행성 탐사가 최종 목표인 것은 다른 행성에 사람이 이주해 살거나 각종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시 최종 목표는 외계 행성 탐사다. 하지만 본격적인 외계 행성 탐사에 나서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중간 기착지가 있는데, 달 탐사가 바로 그것이다. 지구에 속한 위성인 달을 탐사하는 것은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첫걸음이자 기술력을 점검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사람 을 달에 보냈던 미국은 오는 2020년 재차 유인 달 착륙을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일본, 중국, 인도 등도 경쟁적으로 달 탐사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은 달을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교두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 탐사를 위해서는 탐사위성 또는 탐사선 제작 기술, 우주발사체 제작 기술, 그리고 우주발사체에 탐사위성 또는 탐사선을 실어 쏘아올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기술력은 이 같은 3가지 핵심요소 가운데 탐사위성 또는 탐사선 제작만 가능한 상태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
국내 우주개발 역사는 크게 로켓으로 대변되는 우주발사체, 그리고 인공위성으로 대변되는 탑재체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988년부터 로켓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군사용 미사일에도 적용되는 고체추진제 로켓부터 시작됐다. 1993년 6월 1단형 고체추진제 과학관측 로켓인 KSR-I이 시 험 발사돼 150kg 무게의 탑재물을 130km 상공까지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KSR-I의 성능 향상을 통해 1997년 7월 2 단형 고체추진제 로켓인 KSR-II를 발사했다. KSR-II는 KSR-I과 같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했지만 2단형 로켓으로 1단과 2단의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1997년부터 개발된 KSR-III부터는 액체연료 로켓으로 방향이 전환된다. 2002년 까지 5년간 7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된 KSR-III는 2002년 11월 18일 231.8초의 비행시간을 기록하며 발사에 성공했다.
KSR-III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시작한다는 신호탄에 해당되는 것으로 길이 14m, 지름 1m, 총 중량은 6.048톤이다. KSR-III의 개발 의의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을 개발했다는 것.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로켓을 점화하기 위해서는 연료뿐만 아니라 산소를 공급하는 액체산소가 함께 필요하며, 이를 적절히 혼합해 연소시키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달 말 KSLV-1은 100kg 내외의 소형 위성인 과학기술 2호를 고도 600~700km 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게 되고, 오는 2018년 1.5톤급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KSLV-II는 달 탐사에도 사용하게 된다.
우주개발의 또 다른 축 인공위성
국내 우주개발의 또 다른 축은 인공위성이다. 지난 1992년 8월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에 성공, 우리나라가 인공위성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별 1호는 무게가 50kg에 불과하고 통신기능만 있는 소형 위성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이후 우리별 2, 3호가 잇달아 발사돼 소형 위성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됐다.
우리별 시리즈 이후 기본적인 과학임무를 수행하는 과학기술 위성 시리즈가 개발됐다. 무게 106kg의 과학기술 1호는 지난 2003년 9월 러시아에서 발사됐으며, 과학기술 2호는 이달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KSLV-1을 이용, 우주에 올려지게 된다. 현재 개발 중인 과학기술 3호는 오는 2010년 발사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상용 위성 시대를 연 것은 다목적실용 위성인 아리랑 시리즈다. 지난 1999년 12월 미국 반덴버그 발사장에서 발사된 아리랑 1호는 무게 470kg으로 고도 685km의 지구 저궤도를 돌며 해상도 6.6m급의 흑백 영상을 촬영한다. 위성 영상의 해상도에서 6.6m급은 지상에서 가로 세로 6.6m 크기의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6년 발사된 아리랑 2호는 촬영된 위성 영상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 위성으로 무게가 800kg 에 달한다. 아리랑 2호는 흑백 1m급, 컬러 4m급 해상도를 가진 위성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두개의 영상을 합성하면 해상도 1m급 컬러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리랑 시리즈는 오는 2010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 5호를 비롯해 2011년 발사되는 아리랑 3호, 그리고 2012년 발사되는 아리랑 3A호 등 3개가 더 있다. 아리랑 5호는 해상도 1m급 영상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으며, 아리랑 3호는 흑백 0.7m급 광학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아리랑 3A호는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말 프랑스의 꾸르 발사장에서 발사될 통신해양기상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올려지는 국내 최초의 정지 궤도 위성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저궤도 위성보다 한 단계 앞선 원격통신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달 궤도를 도는 탐사위성의 기초 기술이 된다.
KSLV-I 발사가 갖는 의의
이달 말 발사 예정인 KSLV-I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우리 땅에 건설한 우주센터에서 우리가 만든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것이다. 즉 달 또는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우주발사체, 그리고 우주발사체에 탐사위성이나 탐사선을 실어 쏘아 올리는 2가지 기술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KSLV-I의 발사에 성공했다고 당장 달 탐사의 성공을 논하기는 어렵다. KSLV-I의 발사성공은 달 탐사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달 탐사를 위해서는 최소 1.5톤 무게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우주발사체가 필요하며, 우주궤도에서 탐사선을 달 궤도까지 보내는 기술, 3만 6,000km 상공의 지구 정지궤도보다 10배 이상 먼 거리에 있는 달 궤도에서 이용할 원격통신기술 등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현재 국내에서는 KSLV-I의 발사 성공 이후까지 달 탐사와 관련된 논의는 중단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교육과 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이미 지난 해 ‘달 탐사 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연구’를 진행했다.
이 기획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우주발사체 KSLV-II가 당초보다 1년 앞당겨진 2017 년까지 개발되고 달 탐사 계획에 역량을 집중하면 2018년에는 달 탐사위성, 그리고 2020년에는 달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2020년 달 궤도 탐사위 성, 2025년 달착륙선이라는 현재의 계획을 2~5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달 탐사에 사용하게 될 KSLV-II
발사 시점이 언제든 본격적인 달 탐사를 위해서는 새로운 우주발사체 KSLV-II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KSLV-II는 로켓엔진부터 1단, 2단, 3 단, 또는 4단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 봤을 때 연료탱크, 산화제, 제어장치 등이 들어 있는 로켓의 몸통 부분은 개발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엔진의 개발. 대추력 로켓엔진 기술을 가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KSLV-I의 1단 로켓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1개의 엔진으로 170톤의 추력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KSLV-II는 보다 작은 추력인 75톤급 로켓 엔진으로 개발 중이다. 이는 대추력 로켓엔진의 개발이 쉽지 않고, 최근 선진국에서도 소추력 로켓엔진을 여러 개 묶어서 사용하는 엔진 클러스터링 기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추력 30톤급 로켓엔진의 60초간 점화 테스트, 그리고 연소기 및 터보펌프 등의 요소기술 개발을 마쳤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추력 75톤급 로켓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추력 75톤급 로켓엔진이 개발되면 KSLV-II의 1단 로켓 부분에 4개를 장착해 약 300톤의 추력을 발생시키고, 2단 로켓 부분에는 1개의 75톤급 로켓엔진을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3단 로켓에는 가압식 로켓 엔진을 창작해 지구 저궤도에 1.5톤 무게의 위성을 올리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된다.
KSLV-II를 달 탐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3단 로켓의 추진력을 확대시키거나 고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4단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의 달 탐사 기획연구에 따르면 KSLV-II를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중량은 550kg 수준이기 때문에 탐사위성 또는 착륙선은 550kg 내외의 중량으로 개발돼야 한다.
또한 KSLV-II를 달 탐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구궤도에서 달 궤도까지 탐사위성이나 탐사선을 보내는 TLI(Trans Lunar Injection)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TLI는 고 체추진제를 사용하게 되며, KSLV-II의 추력 등을 고려할 때 중량이 2,010kg(고체추 진제 1,710+자체 중량 300kg) 이하로 개발돼야 한다.
달 탐사를 위한 또 다른 요소는 달 궤도를 도는 탐사위성과 달착륙선 개발이 있다. 탐사위성은 달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달 표면에 대한 촬영과 지질구조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 탐사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달 착륙지점 및 달 탐사의 목적 등을 확정하게 된다.
중형급 위성인 아리랑 1, 2호를 개발해 운용한 경험과 고궤도 정지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3개의 아리랑 시리즈 위성을 제작한 기술력을 감안하면 달 탐사위성과 달착륙선을 개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현재 우리 나라의 우주개발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70%지만 아리랑 시리즈와 같은 중·저궤도 위성은 선진국 대비 약 80%, 통신위성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약 60% 정도의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위성 부문은 선진국 대비 약 90%의 기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센터를 포함한 발사 기술의 경우 이달 말과 내년으로 예정된 두 번의 KSLV-I 발사, 그리고 2018년으로 예정돼 있는 KSLV-II 발사를 위한 발사장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되면 달 탐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 착륙과 귀환을 묶은 프로젝트
2018년 또는 2020년에 달 궤도 탐사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달착륙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인 우주비행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2020년 또는 2025년에 무인 달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달착륙선을 추진하는데 있어 착륙과 귀환을 분리해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달 착륙만을 분리해 진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쉬우며, 달착륙선이 촬영한 영상이나 정보를 지구에서 수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달 탐사 경쟁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달로부터 월석 또는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의 달 탐사 기획연구에 따르면 달 착륙과 귀환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한 상태다. 이는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용된 달착륙선처럼 달에서 이륙할 수 있는 귀환선을 장착한 형태다. 이 귀환선은 탐사로봇 또는 로봇팔 등을 이용해 채취한 월석과 시료를 싣고 달에서 이륙해 달 궤도를 돌고 있던 궤도선과 도킹한 후 궤도선의 로켓 추진을 통해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 같은 달 탐사 계획이 성공한다면 유인 탐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1958년부터 1972년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진행한 달 탐사 프로젝트를 10여년 만에 따라잡는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달 탐사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유인 우주 비행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 어서 우리나라 역시 본격적인 우주개발국의 대열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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