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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의한 지구의 6번째 대멸종

지구에 생물이 출현한 이래 최소한 11차례에 걸쳐 멸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멸종이 있었던 다섯 차례를 대멸종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 화산폭발, 기후변화, 해수면의 변화, 그리고 이 같은 상황들이 조합을 이뤄 나타난 게 주요 원인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지난 20세기 동안에만 2만~200만종의 생물이 멸종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지금도 매년 14만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멸종이 자연적인 원인이 아닌 탐욕에 물든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14년 9월 1일.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시에 있는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마사라는 이름의 여행비둘기가 죽었다. 이로서 한때 개체수가 30억~50억 마리에 달하는 등 지구상에서 가장 많았던 새 가운데 하나였던 여행비둘기는 완전 멸종되고 말았다.

나그네비둘기라고도 하는 여행비둘기의 몸길이는 약 43cm. 머리와 등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고, 가슴은 포도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꽁지는 회갈색이고 길다. 나무 한 그루에 많은 무리가 떼지어 번식하며, 한 배에 1개의 알을 낳는다.

북미대륙에 살던 철새인 여행비둘기는 19세기를 거치면서 남획됐다. 고기와 깃털을 얻기 위해, 심지어는 실용적인 목적이 아닌 단순 사냥용으로 남획됐다. 여행비둘기의 씨가 마른 것은 노예 노동자와도 관련이 있다.

고기가 비교적 저렴해 당시 미국 경제의 한 축을 이루던 흑인 노예 노동자에게 우수한 영양식으로 공급됐던 것. 하지만 아무리 개체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행비둘기는 소집단일 경우 번식력이 크게 떨어졌고, 한 배에 알을 한 개밖에 못 낳는 등 번식력이 의외로 약했다.

19세기 중반 들어 여행비둘기의 개체 수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오하이오 주 의회에 여행비둘기 보호를 촉구하는 조례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가들은 무진장으로 많은 여행비둘기가 멸종할 턱은 없다며 조례를 기각했다.

결국 최후의 야생 여행비둘기가 사냥된 것은 1906년. 1909년부터는 여행비둘기를 생포해 오는 사람에게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아무도 잡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사육되던 여행비둘기 마사도 1914년에 죽었다. 야생 여행비둘기를 보았다는 목격담 역시 1930년대를 끝으로 다시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른 어떤 자연적 요인도 없이 인간의 탐욕에 의해 벌어진 1914년 여행비둘기의 멸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사실 지구상에 생물이 출현한 이래 현재까지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리고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 6번째의 대멸종을 일으키는 것은 지각변동도 아니고, 운석 충돌도 아니다. 바로 인간의 탐욕이다.

생물종이 멸종하게 되는 요건

멸종이란 생존해 있던 종(種)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개체가 확인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종을 구성하던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는 시점을 멸종 시기로 본다. 이 경우 번식을 통한 개체 수 증가의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개체 수를 100% 파악할 수 없는 야생 동식물의 경우에는 멸종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멸종된 것으로 간주되었다가 다시 발견된 생물종을 나사로 분류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든 새로운 생물은 종분화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즉 기존 생물에서 진화한 새로운 종의 생물이 등장한 후 생태적 적소를 찾아 번성하는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존 환경이 많이 바뀌어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없거나 생존경쟁에서 다른 종에게 완패했을 때는 멸종한다. 지상에 존재했던 생물종 가운데 99.9%는 이런 식으로 1,000만년 이상 대를 잇지 못하고 멸종됐다.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멸종은 오늘날 덧씌워진 부정적 어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생물종의 순환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것도 있다. 바퀴벌레, 은행나무, 실러캔스 등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일부 생물종은 수억 년 동안이나 대를 이어가기도 한다. 하나의 생물종이 멸종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다음 몇 가지가 꼽힌다.

유전학적 및 개체수적 문제

이 문제는 한 종의 진화, 또는 멸종을 좌우할 수 있다. 개체 수가 적고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살아가는 종은 이 같은 문제에 취약한 편이다.

이럴 경우 자연선택에 의한 열성 형질 제거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배우자의 범위가 좁아 생긴 유전적 부동 현상이 악성 돌연변이로 이어져 종에 큰 타격을 입힐 확률이 높다. 물론 개체 수가 많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종은 이 같은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짧은 시간 내에 개체 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개체군 병목현상이 일어날 경우 종 내의 번식 가능 개체 또한 줄어들고 불임이 만연, 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인간에 의한 개체군 병목현상이란 개체 수의 상당 부분이 죽음을 당하거나 번식을 못해 전체 개체 수가 급속히 감소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의 원인으로는 남획과 개간이 꼽힌다.

유전자 오염

자연적으로 진화돼 특정 지역에서만 번식하던 순혈 고유종의 경우 외래종으로 인한 유전자 오염에 취약한 편이다. 유전자 오염이란 외래종과의 무절제한 교잡으로 인한 유전자 이입으로 외래 유전자가 특정지역 유전자형을 자신과 동질화하거나 아예 대체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경우 고유종은 외래종에 밀려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잃고 외래종에 동화돼 사라져 버리고 만다. 게다가 이렇게 외래종이 유전자적으로 고유종을 몰아냈어도 그 외래종이 해당지역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어 쉽게 도태된다면 해당지역의 생태계에 먹이사슬의 고리 하나를 끊는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 단위로 일어나는 고유종의 이 같은 멸종은 외부에서 관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인간에 의한 유전자 오염의 원인으로는 인위적인 외래종 도입이 있다.

서식지 훼손

어떤 생물종이라도 서식지에서 나오는 영양분, 물, 공기 등 여러 가지 자원을 섭취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서식지가 훼손돼 이 같은 자원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경우 그 종의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개체 수 역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나 식생변화, 먹이사슬 변화 등의 자연적 원인이 서식지 훼손의 고전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에는 인간의 활동으로 서식지가 유독물질에 오염되거나 서식지 자체가 물리적으로 훼손돼 종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동반멸종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듯이 한 종이 멸종하고 나면 그 뒤를 따라 다른 종이 멸종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종의 숙주에만 기생해 살 수 있는 기생충이 있다고 하자. 어느 날 그 숙주가 멸종하면 기생충들도 함께 멸종해 버리는 것이다.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먹이사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종이 멸종할 경우 동반멸종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 역시 생물의 멸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돼 기온이 올라가면 높아진 기온을 버티지 못하고 멸종하는 생물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살 공간을 완전히 빼앗겨 버리는 생물도 등장하게 된다.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해 육상 동식물 중 4분의 1이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를 휩쓴 5번의 대멸종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한두 종이 아니라 상당수의 생물종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감소시켜 버리는 현상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지질시대의 구분도 보통 이 같은 대멸종으로 인해 생태계의 틀이 완전히 새로 짜이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대멸종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소 5번은 있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최초로 생물이 등장한 시기를 35억 년 전으로 치니까 꽤나 드문 이벤트임을 알 수 있다. 5번의 대멸종을 오래된 순으로 늘어놓으면 다음과 같다.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4억4,000만~4억5,0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 벌어졌다. 이 대멸종에서는 생물 과(科) 중 27%, 속(屬) 중 57%가 멸종했다. 일반적으로 분류학에서는 유연관계와 진화계통에 따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계(界), 문(門), 강(綱), 목(目), 과(科), 속(屬), 종(種)의 순으로 나눈다.

이 같은 분류단위는 지구상에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생물이 발견됨에 따라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이전인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에서도 대멸종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자료의 판독을 통해 그 같은 대멸종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깊은 지층 속에 화석자료가 있는데다 화석자료의 수도 적어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오래된 화석이라서 정확한 연도 측정도 곤란하다.

데본기 말기 대멸종

지금으로부터 3억6,000만~3억7,500만 년 전 사이, 그리고 데본기의 마지막 시기인 프라스니안 시대와 파메니안 시대 사이에 여러 차례의 크고 작은 멸종이 있었다. 이를 통해 석탄기로 넘어갈 때까지 전체 생물종의 70%가 사라졌다. 이 같은 대멸종은 2,000만년 동안이나 계속 진행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생물 과 중 19%, 속 중 50%가 사라졌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2억5,100만 년 전 페름기에서 트라이아스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대멸종이 벌어졌다. 이는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으로 해양 생물 중에는 전체 과 중 53%, 속으로는 84%, 종으로는 96%가 멸종했다. 육상에서도 식물·곤충·척추동물을 합쳐 과로는 57%, 속으로는 83%, 종으로는 70%가 멸종했다.

이 엄청난 멸종은 진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육상에서는 포유류와 유사한 파충류의 지배가 완전히 끝나고, 이후 3,000만년이 지나서야 척추동물의 세력이 다시 회복될 만큼의 충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조룡이 등장하고, 이것이 이후 공룡으로 진화하면서 공룡시대를 열어가게 된다. 바다에서는 착생동물의 비중이 67%에서 50%로 줄어들게 된다. 조룡이란 하늘을 나는 파충류로 공룡의 조상이며, 착생동물이란 어려서는 자유생활을 하다가 자라게 되면 다른 물체에 붙어 사는 동물을 말한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이전에도 페름기 말기 전반에 걸쳐 바다생물의 생활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트라이아스기-주라기 대멸종

지금으로부터 2억5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에서 주라기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해양생물 전체 과 중 20%, 속 중 55%가 멸종했다. 이때 공룡의 조상이던 조룡 대부분, 수궁류 대부분,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대형 양서류 전부가 사라져 버렸다.

수궁류란 포유동물의 모습을 하고, 포유동물의 조상을 가진 파충류를 말한다. 트라이아스기-주라기 대멸종 때 사라진 과의 수는 육상과 해상을 합쳐 전체의 23%, 속의 수는 48%에 달한다.

백악기-신생대 제3기 대멸종

6,500만 년 전 백악기에서 신생대 제3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생물 과 중 15%, 속 중 50%가 멸종당했다. 백악기에서 신생대 제3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처럼 대멸종이 일어남에 따라 공룡시대는 끝이 나고 포유류와 조류가 육상을 호령하는 새로운 척추동물이 됐다. 바다에서는 착생동물 비율이 33%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백악기-신생대 제3기 대멸종은 이전의 대멸종에 비해 그리 가혹한 수준은 아니었다. 공룡을 비롯한 많은 종들이 멸종했지만 멸종을 이기고 살아남은 종들도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때의 대멸종은 유카탄 반도에 낙하한 지름 10km의 거대 운석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6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인간

지구의 대멸종은 이 같은 5번으로 끝난 것일까. 놀랍게도 5번의 대멸종 이외에 또 한번의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약 10만 년 전부터 인구가 증가하고 인간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존의 화석자료에서 나타나던 속도의 100~1,000배나 빠른 속도로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에 따르면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생물의 멸종 속도가 매년 100만종 가운데 1종 꼴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매년 평균 1,000종 가운데 1종 이상에 이른다. 비관적인 분석에 따르면 2100년까지 현존하는 생물종 가운데 절반이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따르면 서기 1500년~2006년 사이에 멸종된 것이 확실한 동식물은 784종이나 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멸종이 보고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20세기 동안만 하더라도 2만~200만 종의 생물이 멸종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비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도 매년 14만 종의 생물이 멸종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 다.

과거의 대멸종과 현재의 대멸종이 다르게 여겨지는 이유는 대멸종의 주요 원인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개체 수 및 활동의 과도한 증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짧은 지질학적 시기, 즉 불과 수십~수천 년 사이에 너무나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에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물의 대멸종을 '인류세 멸종'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인류세는 지난 2000년 노벨상 수상자 폴 크뤼천이 들고 나온 새로운 지질학적 개념이다. 시기적으로는 홍적세에서부터 현세까지를 포괄하며, 인류의 행위로 인해 자연환경이 파괴돼 많은 문제가 나타나는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동식물 멸종의 역사는 길게 잡아도 홍적세 (200만년~1만년 전) 말기까지로 국한된다. 이는 인간이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자연에 대해 처음으로 우월한 입장에 서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불의 사용이 인간의 자연지배에 미친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불을 통해 인간은 처음으로 도구나 육체적 힘뿐 아니라 외부 에너지를 사용해 일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사용하는 많은 도구는 불을 이용해 만들어졌거나 불을 이용해 뭔가 일을 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와 원자력도 광의의 불 개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얻은 외부 에너지로 추위와 어둠을 몰아내고, 요리를 하며, 더욱 성능이 우수한 도구를 만든다.

언어의 발전도 인간의 자연 지배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사고를 더욱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었으며, 보다 효과적인 집단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집단에서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예방하고, 집단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면 어떤 형태로든 규칙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규칙은 언어라는 그릇이 없으면 누구에게도 전달할 수 없다. 불과 언어, 그리고 이로 인해 더욱 강하고 정밀해진 도구는 다른 동물에게는 없거나 있어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인간은 이 같은 것을 가지고 이전에는 살 수 없던 곳까지 진출이 가능했고, 생활환경을 더욱 안락하게 바꾸어 사망률이 감소했으며, 개체 수도 늘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더 많이 필요해지는 자원을 얻기 위해 엄청난 자연파괴, 그리고 생물종의 멸종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한 멸종의 오랜 역사

지금은 자연파괴가 심각하지만 과거에는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비교적 조화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 적은 거의 없다. 현생 인류의 역사는 곧 자연파괴와 생물종 멸종의 역사였다. 인간에 의한 생물종의 멸종은 선사시대, 즉 빙하기 말기인 홍적세 말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유럽과 아시아의 온대지역, 그리고 아프리카 같이 불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한 지역에서만 살고 있던 현생 인류는 이 시기에 지구상의 대부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매머드, 마스토돈, 검치호랑이 등 대형동물의 멸종이 나타났다.

대형동물이 멸종한 것은 식량공급 대부분을 채집 및 수렵경제에 의존하고 있던 당시 인간에게 이들이 매력적인 모피와 고기의 공급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보다 힘이 센 대형동물은 인간들의 생활을 위협하기 때문에 사냥을 통해 없애지 않으면 안됐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미 이 같은 대형동물을 필요 이상으로 잡아 죽이는데 필요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 인간은 이 시기에 활과 화살, 투창, 함정, 작살, 독침 등의 사냥도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이 같은 도구를 사용해 대형동물을 조직적으로 사냥한 후 해체해서 운반, 보관할 수 있을 만큼의 사회적 조직력도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힘을 배경으로 대형동물에 대한 남획이 이루어졌고, 남획은 당시 대형동물 멸종의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북아메리카에서는 1만4,000~1만1,000년 전에 대형동물의 95%가 멸종했다. 이 시기는 북미대륙에 인간이 이주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대형동물뿐만 아니다. 인간은 사냥의 편의를 위해 불을 질러 숲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숲속에 살던 동식물 중 상당수가 타죽었음은 물론 그들의 생활공간이던 숲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동식물의 멸종 원인 중 집단 유전학적 및 개체 수 문제, 서식지 훼손 문제가 인간의 손으로 촉발된 것이다.





농업, 산업화, 그리고 자본주의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을 전후해 농업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신석기 혁명이 나타나면서 인간은 농업을 시작, 채집경제에서 농업경제로 전환하게 됐다.

하지만 농업은 자연적이며 목가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극히 인위적인 행위다.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상에 자신이 먹을 것을 키워 조달해 먹는 동물은 없다. 소가 풀을 길러 먹을 수도 없으며, 사자가 얼룩말을 양식해 잡아먹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수렵이나 채집이 아닌 농업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는 동물은 지구상에 오직 인간뿐이다.

농업은 수렵이나 채집에 비해 잉여생산물을 더욱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산체계다. 백수의 왕인 사자나 호랑이 등의 동물조차 매번 사냥에 성공해 큼직한 먹잇감을 물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냥에 실패하거나 마땅한 먹잇감이 없는 날이면 굶어야 한다.

하지만 농업은 땅만 있으면 지력이 쇠하지 않거나 천재지변이 없는 한 일정 규모의 식량공급이 가능하다. 인간은 이 같이 농업이라는 형태로 식량을 조달하게 되면서 남아도는 잉여생산물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고, 계층적 사회구조를 견고히 짰으며, 개체 수와 활동 범위를 늘려 나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파괴와 생물종의 멸종도 심화됐다.

고대 문명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축과 곡식을 기르기 위한 농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 상태의 토지를 개간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관개체계를 만들면서 생태계 파괴와 생물종의 멸종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이익에 맞지 않는 동식물을 말살해 버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고대인들이 가진 환경에 대한 인식과 지식은 현대인보다도 훨씬 낮았다. 이 와중에 어떤 생물이 얼마나 멸종했는지 기록해 놓지 않은 것이 무신경함의 좋은 증거다.

이런 와중에서도 인간의 문명은 더욱 진보를 이루었고, 유럽인들은 발달된 항해술을 통해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등 타 대륙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리고 신대륙으로부터 착취한 금, 은, 노예 등 경제와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의 거래 및 가공 과정에서 상업자본과 대량생산기술이 발달했다. 이 같은 발달 과정을 각각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이를 통해 근대적 자본주의 경제가 성립됐다.

모든 자연물은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기술과 노동을 이용해 이 가치를 뽑아내 내다 파는 등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자연환경을 대하는 자본주의의 관점이다. 물론 이전의 문명들이라고 해서 딱히 친환경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만큼 철저하게 모든 자연물을 상품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게다가 산업혁명을 통해 발전된 기술과 과학은 자본주의의 무제한적 이윤 추구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위해 단순히 먹고 사는 욕구만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잠깨웠다. 또한 인간은 욕구를 채워줄 상품과 상품을 만들 자원을 얻기 위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자연을 파괴해 나갔다.

과거에는 인간의 이익에 맞지 않는 동식물을 그냥 죽였다면 이제는 인간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모든 동식물을 멸종할 때까지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생활 여건의 개선으로 인구 역시 급격히 늘면서 필요한 자원의 절대량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연파괴와 생물종의 멸종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근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행비둘기는 물론 스텔라 바다소, 고래, 족제비, 수달, 밍크, 담비, 오소리 등 상품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거의 모든 동식물이 지나친 남획을 겪었다. 그 중 일부는 완전히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종으로 전락해 버렸다.

고래와 같이 인간이 자발적으로 포획을 금지한 생물종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래가 너무 줄어들어 더 이상 고래사냥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경제적 논리에 따른 것이다.

자본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와 다른 자본주의 국가 견제를 위한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에 필요한 대량의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전쟁을 수행해 적을 공격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환경 파괴가 이루어졌다. 사실 적을 당장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의 속성상 전쟁을 하면서 환경적, 생태적 문제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사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시대의 전쟁은 파괴의 양과 질 면에서 이전 전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심하게 폭격을 받은 지역에서는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했고, 살아남은 피폭자들도 방사능으로 인한 유전자 변형으로 대대손손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극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파괴를 겪으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사라져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화석자료에서 나타나는 대멸종 속도보다 무려 1,000배가 빠르다는, 이른바 인류세 멸종의 기록적인 속도는 이 같은 원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종자돈까지 까먹어서는 안 돼

인간은 멸종된 동식물의 수를 일일이 세기조차 힘든 엄청난 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그 같은 위험성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인간의 식탁에 올라오는 여러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쌀·보리·콩·배추 같은 곡물과 채소, 닭·돼지·소 같은 동물이 멸종한다면 모를까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멸종의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모든 생물종은 거대한 생태계 먹이사슬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고리다. 멸종은 이 같은 고리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화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이라는 요소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도 멸종은 일어난다. 그리고 대멸종이 아닌 한 떨어져 나간 고리는 다른 고리로 언젠가는 연결된다.

하지만 대멸종 상황이라면 떨어져 나간 고리를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따라서 동반멸종 효과가 나타나면서 생물계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의 상실로 인한 생물계 전체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동식물 대신 흙을 퍼먹고 사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한 인간 역시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북아프리카 등에서 위세를 떨쳤던 고대문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문명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해 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태학자들은 문명발전 속도에 지나친 가속이 붙으면서 늘어나는 인구와 다양해지는 욕구가 자연 생태계의 공급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중남미에서 번창했던 마야문명이다. 마야문명은 기원전 900년경 멕시코 유카탄 반도, 벨리즈, 과테말라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마야문명은 건축, 예술, 수학, 천문학 분야에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룩했다. 심지어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만든 문자를 보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던 마야문명은 9세기를 전후해 멸망하고 말았다.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기 800~1000년 사이에 급격히 감소한 강수량과 이로 인한 농업 생산량 감소가 문명발전과 인구증가에 따라 급속히 늘어나던 식량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게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식량부족에 직면한 마야 사람들은 정글을 대량으로 개간해 농지로 만들고, 이를 통해 식량 수요를 충족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 때문에 해당지역에 더욱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식량생산은 더욱 감소하고, 부족한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져 높은 수준을 자랑하던 마야문명은 멸망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욕심을 위해 엄청난 종의 생물을 멸종시키는 현대문명의 어두운 앞길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에 의해 멸종된 생물종, 즉 생물계의 먹이사슬 고리가 자연의 힘으로 복구되려면 적어도 1,00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과연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지구라는 통장에 든 종자돈, 즉 생물종을 하나도 남김없이 써버리고 인간 자신도 사라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이자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게끔 씀씀이를 줄일 것인가? 공룡시대의 멸망처럼 타의에 의한 갑작스러운 멸망이 찾아오지 않는 한 선택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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