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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초능력자들이 살고 있을까?

초능력자는 영화나 만화, 그리고 소설의 단골 주제다. 이들은 손금 보듯 과거를 들여다보고 미래도 내다본다.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며, 텔레파시로 먼 곳에 있는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꼭 영화나 만화, 그리고 소설 속의 얘기일까. 초능력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초심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은 초능력자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매일 만나는 친구나 옆집 아저씨가 평범한 사람으로 정체를 숨긴 초능력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도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전우치가 최근 550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옥황상제의 아들로 위장해 임금을 농락하는 등 장난을 일삼는 천방지축의 전우치가 누명을 쓰고 500년간 그림족자 안에 갇혀 있다가 현세에 되살아나 요괴를 잡는다는 게 줄거리.

언뜻 유치해 보이는 이 영화가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전우치가 펼치는 현란한 도술이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 영화에는 분신술, 축지법, 둔갑술, 봉인술 등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 도술들로 채워져 있다. 그림속의 장소로 순간 이동하는 텔레포트, 손을 대지 않고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 장애물을 통과하는 사물 통과술 등도 나온다.

예로부터 이렇게 도술에 능한 사람들은 도사, 퇴마사, 주술사로 불렸다. 하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이들을 재해석하면 조금은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바로 초능력자다.

과학자 VS 과학자의 논리적 공방

초능력자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초능력자만큼 문화예술의 주제로 자주 활용된 대상도 없다.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중국의 손오공, 그리고 미국의 슈퍼맨과 영국의 해리포터가 단적인 예다.

그중에서도 빅 히트를 친 미국의 외화 시리즈 히어로즈는 신비한 힘을 지닌 초능력자에 대한 로망을 집중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 등장인물 대부분이 초능력자로 텔레파시, 텔레포트, 예지력, 염력, 독심술, 사물 통과술, 시간이동, 신체 비행, 기계와의 대화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초능력을 구사한다.

이외에도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와 만화, 그리고 소설이 초능력자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를 감안하면 초능력자를 제외하고는 문화예술을 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만약 초능력자들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영화, 만화, 그리고 소설에서처럼 자신의 능력을 숨기거나 혹은 내재된 능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초능력은 초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연구대상이며,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존재를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전개되고 있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초능력 미스터리와 관련한 특징적 사실은 이를 믿고 입증하려는 사람들도 과학자고, 마술사들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일축하는 사람들도 과학자라는 점이다. 게다가 두 진영 모두 막연한 당위성이 아닌 과학적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한다.

외계인, 사후세계, 종말론 등 대개의 미스터리들이 과학자 대 음모론자, 과학자 대 일반인 전문가의 논리 공방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또 초능력자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과거 역사에 기록된 초능력 사례

초능력자에 관한 양측의 논쟁을 이해하려면 먼저 초능력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초능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인간이 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초능력은 초감각적 지각(ESP)의 약자로서 오감 및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초과학적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해 과학자들은 6가지 정도를 초능력이라고 칭한다.

말·행동·표정 등의 정보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지각·감정을 읽는 텔레파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사물 또는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는 투시력,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예지력이 그것이다.

또한 과거에 벌어진 일을 보는 과거 투시력, 혼령과 인간을 매개할 수 있는 영매 능력, 특정 사물을 만져서 소유자나 그 사물이 있던 장소의 정보를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도 학술적 초능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과학자들에 따라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 배운 적 없는 외국어를 말하고 쓰는 제노글로시, 유체이탈, 그리고 먼 거리의 소리를 듣는 투청(透聽)을 초능력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늘을 날고, 건물을 들어올리며, 시간까지 되돌릴 수 있는 슈퍼맨이나 그 밖의 영화 속 슈퍼 히어로들은 엄격히 말해 초능력자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초능력과 관련한 일화들은 무수히 많다. 일례로 1759년 스웨덴의 과학자 에마누엘 스베덴보리는 예테보리라고 하는 도시에서 식사를 하던 중 주변 사람들에게 스톡홀름에서 큰 화재가 났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은 예테보리에서 500㎞나 떨어진 곳이지만 그가 묘사한 화재 상황은 사실과 거의 맞아떨어졌다.

링컨 대통령의 예지몽도 유명하다.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 14일 자신이 관 속에 들어가 있는 꿈을 꾼 뒤 각료들에게 꿈 얘기를 했고, 바로 그날 포드 극장에서 저격을 당해 사망했다.

미국의 소설가 모건 로버트슨이 1898년 쓴 소설 '퓨틸리티'도 초능력과 관련이 있다. 호화 여객선의 침몰을 다룬 이 소설이 14년 후 발생한 타이타닉호의 사고와 너무나 흡사했던 것.

소설에서는 타이탄이라는 여객선이 4월 영국 사우스햄튼에서 처녀 출항, 북대서양을 지나다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현실에서는 타이타닉호가 4월 14일 사우스햄튼에서 뉴욕으로 가던 첫 출항에서 북대서양의 빙산에 충돌해 수몰됐다. 여객선의 길이, 승선인원, 구명보트의 숫자도 소설과 거의 일치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스베덴보리, 링컨, 로버트슨은 각각 투시력과 예지력이라는 초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인디고 아이들, 크리스털 아이들

이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 말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지칭하는 인디고 아이들과 크리스털 아이들의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인디고 아이들은 초능력을 포함해 각종 비과학적 능력과 기존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행동패턴을 소유하고 있는 아이들을 의미한다.

인지심리학자 낸시 앤 태프가 1970년대 처음 정립한 개념으로 정확히는 1975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 가운데 생체에너지인 아우라가 남색인 경우를 말한다. 평범한 아이들은 아우라가 무지갯빛으로 방출된다고 한다.

인디고 아이들은 인류와 세상을 구원할 신인류로까지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법이 개발됐으며, 수차례 국제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인디고 아이들의 놀라운 능력과 관련된 일화는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러시아의 15세 소년 보리스카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소년은 3세가 되기 전 부모에게 자신은 전생에 화성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화성인으로서 지구를 방문했을 때 봤던 고대 레뮤리아 문명에 대해 어린이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의 세밀한 지식을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레뮤리아 문명은 대서양에 있었다고 하는 아틀란티스 문명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태평양상의 대륙에 있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보리스카는 특히 지난 2000년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 쿠르쿠스호 침몰 사고, 2004년 체첸반군이 베슬란의 학교에서 벌인 인질극을 예견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베슬란 인질극이 벌어질 당시 등교하던 보리스카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며 학교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횡설수설했는데, 이 사건으로 어린이 등 400여명이 희생됐다.

크리스털 아이들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맑고 순수한 영혼의 아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전생의 환상을 보거나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독심력을 지녔다는 게 이 아이들의 특징. 미국의 작가인 제임스 트와이맨은 마르코라는 크리스털 아이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대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악성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실과는 시공간 다른 제2의 세상

사실 초능력은 몇몇 선택된 사람들만의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경험해본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사람이 바라보고 있었다거나 불현듯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하려는데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는 경험 말이다.

한 걸음 더 나가 말 못하는 아이와 아무런 불편 없이 의사소통하는 어머니의 능력도 텔레파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꿈에서 조상이 가족에게 닥칠 위험을 미리 알려줬다거나 하는 식의 예지몽은 초능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흔한 일이다.

실제 지난 1963년 초심리학자 루이자 라인 박사가 1만여 건에 이르는 초능력 경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초능력은 꿈에서 57%(현실적인 꿈 39%, 비현실적인 꿈 1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리고 직관과 환각이 각각 30%, 13%로 그 뒤를 이었다.

초능력이 타고난다거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경지에 올라있을 때 발현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잠재돼 있는 능력이라는 게 대다수 초심리 학자들의 견해다. 단지 일부 사람들이 이를 좀 더 잘 발휘하기 때문에 예언자, 성인 등 경외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초능력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힘이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고, 사물을 움직이며, 미래와 과거를 보여주는 것일까. 초능력 회의론자들은 초능력도 결국에는 에너지의 하나로 본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검출할 수 없는 전자기파 에너지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체 사이에 작용하며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



하지만 이 이론에는 논리적 맹점이 있다. 이는 오직 텔레파시의 메커니즘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 투시력, 예지력, 염력 등 여타 초능력에는 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전달될 수 있으며 사물과 사람을 이어주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

텔레파시의 경우에도 완벽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텔레파시는 두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상례인 반면 이를 주장하는 회의론자들조차 이 같은 특성을 가진 에너지가 무엇인지 단서조차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초심리학계에서는 초능력을 '인간이 이해 가능한 물리적 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어떤 것'으로 정의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세상에 더해 현실과는 전혀 다른 법칙들이 작용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상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제2의 세상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현실과는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이나 미래의 사건들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2의 세상에 대한 인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 이를 통해 취합된 정보들이 의식 상태에서 자각된다는 것이다.

초능력의 실체에 대한 과학적 접근

근대사회 이전만 해도 이 같은 초능력은 그저 심령현상의 하나로 여겨졌다. 초능력자도 다른 수많은 미스터리와 마찬가지로 믿거나 말거나 식의 명제에 지나지 않았던 것. 누구도 이를 증명해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초능력이 이성적·합리적 증거가 필요한 학문의 범주로 들어온 것은 19세기 초부터다. 많은 과학자들이 초능력의 실재를 과학적 연구로서 입증하고자 했던 것. 초심리학이라는 용어도 이 같은 과정에서 지난 1905년 프랑스의 생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샤를리셰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본격화된 초심리학은 1930년대 들어 획기적 전기를 맞는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듀크 대학의 조셉 라인 박사에 의해서다. 루이자 라인 박사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초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을 창안하는 한편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조셉 박사가 초능력의 과학적 입증에 활용한 것은 'ESP 카드'다. 제너 카드라고도 불리는 ESP 카드는 별, 십자, 네모, 원, 물결 등 5 가지 무늬가 그려진 카드로서 각 무늬별로 5장씩 총 25장으로 구성돼 있다.

ESP 카드를 활용해 텔레파시, 투시력, 그리고 예지력을 실험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텔레파시의 경우 2명의 피실험자를 따로 격리시켜 놓고 한명에게만 ESP 카드를 제공한다.

물론 무늬를 볼 수 없도록 뒤집혀진 상태에서 말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카드를 한 장씩 뒤집어 무늬를 확인하고 다른 장소에 있는 피실험자에게 텔레파시로 그 무늬를 전송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다른 장소에 있던 사람은 텔레파시를 수신한 차례대로 ESP 카드의 무늬를 적고, 이를 송신자가 텔레파시로 보낸 실제 무늬의 순서와 비교하는 것이다.

투시력은 실험자가 25장의 ESP 카드 중 하나를 택하면 피실험자가 그 카드를 투시해 무늬를 맞히는 방식이며, 예지력은 실험자가 카드를 뒤섞어 배열하기 전에 피실험자가 어떤 순서로 카드가 배열될지 미리 예측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피실험자가 초능력을 가졌음을 평가하는 기준은 적중률이 20%를 넘었을 때다. 20%는 피실험자가 초능력이 없더라도 5개의 무늬 중 하나를 찍어 우연히 맞출 수 있는 확률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셉 박사는 우연적 변수를 최소화하고 결과의 정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피실험자에 대해 수천~수만 번 이상의 실험을 반복했다. 한두 번의 실험으로는 자칫 우연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지력 실험에서 25장의 카드 중 10장을 맞춰 40%의 적중률을 보인 것은 통계학적 의미가 없지만 이를 1만 번 반복해서 25%가 적중됐다면 우연 이외의 어떤 힘이 작용했다는 증거가 된다.

반론과 재실험, 그리고 논란

결과는 놀라웠다. 다수의 피실험자들에게서 명백히 의미 있는 데이터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한 피실험자는 8만5,724번의 실험에서 2만4,364번이 적중해 28.4%의 적중률을 보였다. 이는 우연의 확률 20%와 비교해 무려 7,219번을 더 맞춘 것이다.

조셉 박사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초감각적 지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텔레파시는 송·수신자의 물리적 거리나 장애물의 유무에 의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텔레파시와 투시력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능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셉 박사의 ESP 카드 실험이 초심리학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의 반응도 거셌다. 오히려 실험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에 나선 것.

가장 대표적인 게 ESP 카드 실험은 '이중 은폐 실험'이 아니어서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중은폐 실험이란 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에게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알려주지 않고 진행되는 실험이다.

다시 말해 조셉 박사의 실험은 실험자가 카드를 섞는 과정 등에서 무늬를 볼 수 있고, 이것이 얼굴표정과 몸짓 등으로 나타나 피실험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카드를 섞을 때 얼마든지 속임수를 쓸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비판을 일식시키기 위해 초심리학자인 찰스 호노턴은 1970년대 한층 진일보한 실험법을 창안했다. 간츠펠트 실험으로 명명된 이 실험의 핵심은 피실험자의 모든 감각을 박탈한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

이를 위해 피실험자의 눈에는 탁구공을 반으로 쪼개서 붙이고, 귀에는 노이즈가 송출되는 헤드폰을 쓰도록 했다. 그런 다음 다른 방에 있는 또 다른 피실험자에게 무작위로 선택된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고 그 내용을 텔레파시로 보내게 했다. 호노턴이 24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우연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을 웃돌았다. 적중률이 34%나 된 것.

이후에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임의의 숫자를 제시하는 방법 등 텔레파시 실험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초능력 실험기법이 개발되면서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도출됐다.

이 시대의 진정한 초능력자들

이렇듯 초능력 논란이 시작된 지 10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논란의 수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초능력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초능력 입증의 증거물들도 하나같이 과도하게 초현실적이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예지몽 또한 통계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에는 6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날 꾼 꿈이 내 자신이나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경험할 수 있는 특정 상황과 비슷할 확률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이들은 또 평상시의 경험과 논리력, 직관력이 어우러지면 초능력이 없더라도 초능력처럼 보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표정, 몸짓, 말투 등을 보면서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회의론자들은 지금껏 제시된 초능력의 증거들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재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과학실험은 어떤 연구자라도 최초 실험 방법을 모사했을 때 항상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능력 실험들은 매번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전직 마술사이자 대표적 초능력 회의론자인 제임스 랜디는 지난 1996년부터 초능력을 지녔음을 입증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어놓고 있지만 지금껏 누구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랜디는 스푼을 염력으로 구부리려면 도전자가 가져오지 않은 스푼을 사용토록 했고, 투시력을 보여주려면 도전자가 그 장소에 가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도록 하는 등 합리적 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을 준수한 채 초능력을 발휘한 사람은 없었다.

이를 보면 객관적으로 초심리학자들과 회의론자들의 논쟁은 일정 부분 회의론자 쪽에 무게중심이 옮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 논리를 떠나 초능력자를 바라본다면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초능력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든 고등학생,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사람을 맨몸으로 받아낸 청년, 미소 한번 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주는 자녀,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종말을 예언하며, 염력으로 물건을 옮기는 사람 들보다는 바로 이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초능력자가 아닐까.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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