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보니 녹색기술과 녹색성장만이 친환경적이고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 녹색기술과 녹색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녹색생활이다.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녹색성장을 달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녹색생활은 누구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녹색생활이야말로 친환경적이고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미국에서 부는 백색바람
미국은 녹색바람 이전에 백색바람이 먼저 불고 있다. 도로나 건물의 색을 흰색으로 바꾸는 운동이 한창인 것.
흰색은 햇빛에 대해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 표면이나 지붕을 흰색으로 칠할 경우 건물로 쏟아지는 햇빛의 80%를 반사시킬 수 있다. 기후가 더운 지역에서 흰색의 건물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원리 때문이다.
햇빛이 반사되면 건물 내부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에어컨 등 냉방장치 사용이 줄어 전기 에너지는 물론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의 방출도 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2005년부터 평평한 상업건물의 지붕을 흰색으로 칠하고 있다. 또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 역시 건물의 지붕을 하얗게 칠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막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도로 전체를 하얗게 칠할 경우 흰 눈으로 덮인 도로처럼 반사되는 빛이 운전자의 눈을 피로케 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눈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지붕은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절전형 전구 사용 캠페인인 'Change the World' 도 실시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거리의 가로등은 물론 슈퍼마켓의 냉동고와 백화점 매장의 조명등에 이르기까지 백색 LED 램프 바람이 불고 있는 것. LED램프의 최대 장점은 전기를 덜 먹는다는 것과 수은이 나 납을 함유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
가로등에 많이 사용됐던 250W 나트륨 등의 경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12시간 동안 켰을 때 소모되는 전력 1㎾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420g이나 되는 것. 만일 이런 가로등이 1만기 있다면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5,000톤이나 된다.
하지만 이를 140W의 LED램프로 교체 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200톤이나 줄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1,100대를 운행하지 않거나 나무 11만5,0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환경오염 자동차 출입통제
독일의 베를린, 하노버, 그리고 쾰른. 이들 도시의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 앞 유리를 자세히 보면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스티커들이 붙여져 있다. 버스나 트럭도 예외 없이 스티커를 붙이고 달린다. 왜 이런 것을 붙이고 다니는 것일까.
이 스티커는 환경 존에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과 같다. 환경 존이란 미세먼지와 질소 화합물 등의 배출량이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초과한 지역 또는 초과할 위험이 높은 지역을 말한다.
지난 2008년 3월 독일 정부는 베를린과 하노버, 쾰른을 환경 존으로 설정하고 배출 가스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차량은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염 우려 지역의 미세먼지와 질소화합물 농도를 낮추려는 것. 독일이 법으로 정한 일정 지역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 경계 값이 50g/㎥이다. 이 값을 연간 35회 이상 초과해서는 안 되고, 연평균 경계 값은 40g/㎥으로 규정돼 있다.
환경 존으로 설정된 시내에서는 공인기관에서 발급한 스티커를 붙인 차량만 진입할 수 있다. 스티커는 유해물질 배출등급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구분된다. 빨간색의 경우 3원 촉매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가솔린 자동차와 매연필터가 없는 노즐분사방식의 디젤 자동차에 발부된다.
산화나 환원 방식의 배기가스 정화장치 만 있는 가솔린 자동차, 매연필터가 없으면 서 고압분사방식인 디젤 자동차에는 노란 색이 주어진다. 그리고 초록색 스티커는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만족하는 모든 가솔린 자동차와 매연필터가 장착된 고압분사방식 디젤 자동차에 발부된다.
한번 빨간색 스티커를 발부받으면 영원히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엔진을 개조하거나 매연필터의 추가 장착을 통해 초록색 스티커로 바뀔 수 있다. 만약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채 환경 존으로 진입할 경우 차량 소유자에게는 일정액의 벌금이 징수되고 벌점이 추가된다. 아직까지는 스티커가 없는 차량만 빼고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차량의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초록색 스티커 차량만 환경 존에 진입할 수 있다.
순환적 물질대사의 실현
덴마크는 돼지의 나라다. 사육되는 돼지의 수가 인구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실제 덴마크의 인구는 540만 명이지만 인구 1인당 5마리에 달하는 2,50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이렇게 돼지가 많으니 사육농가에서 배출되는 분뇨의 양도 만만치 않다. 엄청나게 쌓여가는 돼지 분뇨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덴마크 정부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이를 녹색성장을 이루는 발판으로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돼지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추출, 지역난방이나 전기발전에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는 정화시켜 식수를 만들거나 영양분의 형태로 토양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10여 년 전 덴마크의 환경부 장관은 카메라 앞에서 돼지 분뇨를 정화한 식수를 시음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돼지 분뇨 찌꺼기에서 얻은 이산화황은 황산제조업자나 비료의 형태로 토양에 제공된다. 즉 덴마크는 돼지 분뇨를 통해 순환적 물질대사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광산 프로젝트
일본은 도시 광산 프로젝트로 자원부국과 녹색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폐휴대폰, 폐가전제품, 자동차 등에서 희유금속(稀有金屬)과 고가의 금속을 추출해 자원낭비를 막고 이산화탄소까지 줄이겠다는 것.
도시 광산은 지난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만든 용어로 버려진 가전제품이나 방치됐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금속 폐기물을 하나의 광산으로 여기고 이를 다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도시 광산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다. 특히 휴대폰, PC 등 정보기술(IT) 제품이 도시 광산의 절대적 품목이다. 휴대폰은 고가 귀금속과 희유금속이 집적돼 있는 고(高)순도 초우량 광산에 해당한다. 실제 휴대폰 한 대에는 금 0.02g을 포함해 은(0.14g), 구리(14g), 니켈(0.27g), 텅스텐(0.39g), 팔라듐(0.005g)이 들어 있다.
이것은 극소량이다. 하지만 휴대폰 수십 만 개를 모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약 1만 대의 휴대폰, 즉 1톤의 휴대폰에서 나오는 금은 200g이나 된다. 1톤짜리 금광석에서 금을 채굴할 경우에는 평균 5g이 나온다. 이 정도면 도시 광산이 천연 광산보다 채굴 효율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일본은 자국내 축적된 도시 광산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해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에 따르면 자국 내 전자 제품에 들어 있는 금은 6,800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 금 매장량 4만2,000톤의 16%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14%)보다 많은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20조 원이나 된다.
창고나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을 활용한 도시 광산은 일본의 자원 문제를 해결할 훌륭한 대안이다.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전거 천국의 도시
자전거의 도시하면 떠오르는 곳은 프랑스 파리다. 파리에는 요즘 재차 자전거의 물결이 일고 있다. 파리시의 히트작벨리브(Velib) 시스템 때문이다. 벨리브는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24시간 무인 공영 자전거 시스템으로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다.
300m마다 들어선 자전거 주차장에 20 대 정도의 자전거를 비치해 두고 하루에 1유로만 내면 누구에게나 빌려 준다.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고, 1일권과 7일권, 그리고 1년권에 따라 요금이 구별된다. 요금 정산기는 태양에너지로 작동되고, 무선통신 이 가능하도록 자전거와 거치대에 RFID가 설치돼 있다.
프랑스에서 자전거는 에너지 절약의 일등 공신이자 가장 유용한 출퇴근용 교통 수단이다. 자전거는 일반 차도와의 사이에 20cm 높이의 턱을 만들어 차량들이 넘어 오지 못하게 만든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달리도록 돼 있다.
파리에서는 지난 1980년대부터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차도 중앙에서 달리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차량들이 자전거를 불편해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역시 불안해해서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데 자전거 전용도로에 턱이 생기고, 벨리브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파리 주변 도시에까지 자전거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파리 시내 어느 곳이든 5분 이내에 자전거 주차장을 찾을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총 이용자수는 210만 명, 하루 평균 이용건수는 12만여 건이다. 시스템 도입부터 정착까지 이 정도의 효율을 올린 나라는 없다. 자연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효과에 건강지킴이 역할까지 하는 벨리브 시스템은 시너지 효과를 자랑하며 파리 교통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녹색 지붕 프로젝트
홍콩은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를 갖고 있다. 덥고 습한 것. 이 때문에 연중 에어컨이 꺼질 날이 없다. 에어컨과 자동차 열기, 밝은 조명 등으로 홍콩은 도시열섬 현상이 심각하다.
이를 고심하던 홍콩 정부가 내세운 정책은 녹색 지붕 프로젝트다. 말 그대로 전문기술을 이용, 건물 지붕에 풀이나 나무를 심어 초목지대를 조성하는 것. 식물을 이용한 녹색 표면은 태양으로부터의 열을 적게 흡수하고, 증발산 작용을 통해 대기를 냉각시킨다. 증발산이란 증발과 증산을 함께 아우르는 말로 증발은 어떤 물질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하는 것, 그리고 증산은 식물 안에 있는 수분이 수증기가 돼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내려주고, 지역에 따라 온도를 3.6~11.3℃ 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에어컨을 필요로 하는 시간도 12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녹색 지붕을 도입하면 도시 열섬 현상이 완화되고, 에어컨 사용량이 줄어 대기오염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쇼핑몰 2곳과 학교 10곳, 정부 건물 등이 녹색 지붕으로 변해 있고 다른 곳에서도 설치 중이다. 녹색 지붕은 기온을 낮추는 효과 외에도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향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터키는 재활용이 보편화된 나라 중 하나 다. 폐식물성 기름을 통한 경유 생산이 대표적.
터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원유, 천연가스 등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의 광물성 연료를 수입한다. 신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재활용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식물성 폐유를 모아 경유를 생산하는 에너지 재활용이다.
터키에서는 이스탄불을 포함해 총 30개 도시의 식당, 패스트푸드점, 호텔, 학교,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쓰고 남아 버려지는 폐 식물성 기름을 모아 매년 7억5,000만 달러의 경유를 생산한다.
사실 녹색생활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고, 또한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녹색성장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한창인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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