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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폭발 우리에게 남은 과제와 미래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지만 이륙 후 137초 만에 고도 70㎞ 상공에서 공중 폭발하는 비운을 맞았다.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 발사 실패는 우주발사체의 개발과 발사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국내 우주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를 계기로 1단 로켓 등 핵심기술과 우주발사체의 독자개발 능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발사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자국의 발사기지에서 위성을 발사한 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일본·인도·이스라엘 등 총 8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직까지 9번째의 영광을 차지한 국가는 나오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우주발사체의 독자 개발과 발사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것이 미래 우주개발시대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을 갖추는데 더 없이 필수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우주강국들이 우주발사체 기술이 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도 대량 살상무기로의 전용 가능성에 더해 이 같은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도 크다.

이 점에서 제2차 나로호 발사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발사대 종합설계, 총조립·시험, 발사 운영 등 우주시스템 기술과 나로호 상단 로켓의 요소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로호 3차 발사 가능할까?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 발사가 실패로 귀결되면서 모든 국민들의 관심은 3차 발사에 쏠려 있다. 이에 정부도 현재 나 로호 2차 발사 실패와 관련해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를 구성하고 실패 원인의 규명과 함께 3차 발사 여부를 본격 논의 중인 상황이다.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나로호의 폭발 원인이 1단 액체로켓의 연소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나로호와의 통신이 두절되고 폭발 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고도 70㎞ 지점은 1단 로켓의 연소 구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연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연소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터보 펌프의 오작동 등을 폭발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지난달 14일 1차 FRB를 열고 원격측정 결과 등 비행데이터 분석자료 정보를 교환했다"며 "현재까지는 1단 엔진 등 추진기관에는 이 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나로호가 폭발하기 전 136초 구간에서 가속도계와 압력센서 등에서 특이 진동값이 계측됐다"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137초 구간은 우리가 개발을 주도한 상단부의 작동시간이 아니며 발사 후 215초경 노즈페어링이 분리될 때까지 대기하는 구간이다. 또한 2단 킥모터의 점화나 폭발, 노즈페어링의 조기 분리 현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본부장은 "오는 7월과 8월 두 차례의 FRB를 개최해 정확한 실패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며 "3차 발사에 대비한 나로호 상단부분 제작은 이미 완료된 상태로서 3차 발사가 성사되면 발사대 유지·보수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항우연은 3차 발사 시 이미 제작을 마치고 대기 중인 송수신 기능만 갖춘 검증위성을 탑재할 것인지, 과학 기술위성 2호를 추가 제작하여 탑재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 못 했다. 향후 소요시간,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3차 발사는 이뤄질 수 있을까. 현 단계에서는 누구도 섣불리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지난달 16일 교육과학기술부도 FRB 1차 회의 결과 발표에서 7월경 2차 FRB를 모스크바에서 열고 8월경 한국에서 3차 FRB를 개최한 후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임을 시사했다. 8월 이후에야 나로호 폭발 원인 규명과 3차 발사 시행 여부가 정확히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3차 발사에 회의적 시각도 있어

3차 발사의 성사 가능성은 반반이다. 폭발의 원인이 1단 로켓으로 추정돼 러시아측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양국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과 문구를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3차 발사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다소 당위적인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3차 발사가 불발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회의적 분석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실제로 계약서만 놓고 보면 나로호 폭발 원인이 러시아에 있다고 판명될 경우 3차 발사는 당연히 이뤄진다. 2회 발사 중 어느 하나라도 발사임무에 실패했다는 결론이 FRB에서 도출되면 항우연은 추가 발사를 요청할 권한이 있고 러시아는 이를 수용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는 탓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러시아측이 실패의 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3차 발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양국간의 계약이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국제계약이어서 러시아가 설령 모르쇠 작전을 펼치더라도 이를 강제할 장치가 전무한 것.

우리의 무기는 추가 발사 거부 시 계약금액의 5%인 약 1,000만 달러를 지급하지 않는 것 정도인데 이마저도 큰 실효성은 없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3차 발사를 위해 투자해야할 비용, 다시 말해 1단 로켓의 제작과 시험 및 운반에 소요되는 비용이 1,000만 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오히려 발사 포기가 더 이득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조 본부장은 "만약 러시아가 3차 발사를 거부할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같은 국제 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단은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러시아와 원만한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향후 우리의 바람대로 3차 발사가 성사되면 우리나라가 얻을 이득은 상당하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3차 발사 수행을 통해 우리는 로켓 상단의 페어링 분리, 2단 엔진 연소, 위성 분리 등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아울러 발사운용 경험을 다시 한 번 쌓을 수 있다"며 "향후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있어 이는 많은 기술적, 경험적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3차 발사를 전제로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지도 관심사의 하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년 안에 3차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1년 내 발사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우주 로켓 전문가는 "3차 발사를 위한 1단 로켓 제작기간만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며 "우리나라가 맡은 2단 로켓 제작도 연소시험 등 각종 시험을 거쳐야만 해 3차 발사에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 서둘러야

3차 발사와 함께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조속한 개발 필요성도 초미의 관심사다. 나로호 발사가 바로 이를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3차 발사 여부와는 별도로 반드시 성사시켜야하는 목표다. 이에 정부와 항우연은 이미 약 3조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II를 오는 2018년까지 개발하고 2020년경 발사한다는 계획을 설정해 놓고 있다.

KSLV-II는 아리랑 시리즈와 같은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700~800㎞의 저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목적으로 한 발사체다. 전문가들은 KSLV-II가 실용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정지궤도 위성 발사, 달 탐사, 그리고 화성·목성 등 다른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의 중추를 차지할 우주발사체라 평가한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KSLV-II의 개발과 발사는 나로호 보다 더욱 힘든 과정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 정도 성능의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전용할 수 있어 타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것을 순전히 우리 힘으로 성공시켜야만 한다. 나로호 발사에 실패했고 우수발사체의 핵심인 1단 로켓 엔진을 러시아로부터 공수 받았던 우리가 과연 이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이인 KAIST 항공우주 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인 KSRⅢ 등 소형 액체로켓 개발과정에서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때문에 기술적으로 KSLV-II의 독자개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단 발사체가 성패의 핵

KSLV-II는 현재 높이 50m, 직경 3.3m, 무게 200톤의 3단형 대형 우주 발사체로 구상 중이다. KSLV-II를 개발하려면 고성능 로켓엔진과 연료탱크·산화제·제어장치 등이 탑재된 1·2단 로켓을 개발해야 하는 실정이다. 항우연은 KSLV-II를 나로호 1단 발사체처럼 액체연료(연료+산화제)를 사용하면서도 추력 75톤급 중형 로켓엔진 4개를 묶어 300톤의 추력을 확보하고 2단 로켓은 75톤급 엔진 1개, 3단은 5~10톤급 엔진을 채용할 계획이다.

즉 국내 기술력을 감안할 때 적어도 연료탱크, 산화제, 제어장치 등이 들어 있는 로켓의 몸통 부분 개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1단 발사체에 이르면 결코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 이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에는 KSLV-II에 채용될 추력 75톤급 로켓 엔진의 개발을 위한 변변한 시험시설 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 시험시설 구축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항우연 발사체연구본부 역시 지난 2003년부터 250억원을 투자, 추력 30톤급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개발하고 30톤급 로켓엔진 시험시설에서 60초간의 점화 테스트와 연소기관, 터보펌프 등의 요소기술 개발을 마쳤지만 75톤급 로켓엔진 개발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 과제가 본격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로켓엔진을 개발해봐야 테스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타개를 위해 항공우주 학계에서는 3차 발사 준비와 병행하여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로호 발사의 성패나 3차 발사 여부에 일희일비하여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의 진척이 더뎌져서는 안 된다는 것. 다행스럽게도 이 점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굳건하다. 효율적인 예산지원, 인력문제 등 몇 가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향후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Ⅱ의 독자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로켓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우주발사체 실패 사례와 원인

지금까지 해외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역사적 사례는 우주발사체 성공의 두터운 벽을 실감케 해준다. 우주강국들도 첫 발사체를 이용한 위성 발사 성공률은 단 27%에 불과하다.

지금껏 우주발사체를 자체 개발해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에 성공한 8개국 중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의 기쁨을 맛본 것은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석한 1957년부터 2003년까지의 우주발사체 발사 실패 원인에 따르면 액체엔진, 고체모터, 추력기, 터보펌프 등 추진시스템 오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발사체 분리, 항공공학적 문제, 비행체 구조결함 등이 뒤를 이었다.

일례로 소련(현 러시아)에 세계 최초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이라는 영예를 빼앗긴 미국은 1958년 최초의 위성발사체 뱅가드를 발사했다. 그러나 뱅가드는 발사 후 약 2초만에 폭발해 버렸다. 탱크 및 인젝터의 낮은 압력 때문에 연소실의 고온가스가 인젝터를 통해 연료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뱅가드는 1955년 개발 시작부터 1959년 마지막 발사까지 무려 12번의 실패를 기록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1968년 개발된 유로파는 부분적 발사시험을 포함, 총 11번의 발사 중 7번의 실패를 기록했다. 이후 1996년 발사된 아리안도 첫 비행에서 발사 36초 후 급격한 궤도 이탈 후 과도한 공력을 받아 공중분해됐다.

또 1969년 중국이 발사한 CZ-1이 발사 69초 후 2단에서 실패했으며 일본의 첫 우주발사체인 람브다는 1966년 1차 발사시험에서 4단 자세 제어에 실패했다.

특히 브라질은 위성 발사체 및 인공위성의 개발, 우주센터의 건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가 얼마나 힘겨운 도전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브라질은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총 3차례나 우주 발사체 발사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1차 시도에서는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으며, 2차 시도에서는 발사체가 예정된 경로를 이탈, 원격 폭발했다. 지난 2003년 세 번째 시도에서도 발사 3일전 알칸타라 발사장이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아직도 발사체 기술 보유국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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