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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눈 네덜란드 인공위성 대기분광기술

인간의 달착륙을 목표로 추진됐던 미국의 아폴로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아폴로 17호가 달을 향해 날아가면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한 장이 전 세계에 퍼졌다. 그리고 이 사진과 함께 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도 전파됐다. 지구가 광활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작고, 복잡하며, 제한적인 공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 것.

이후 최초의 지구관측위성이 발사되고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관측하게 되면서 인류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됐다. 지구의 자원은 결코 무한하지 않으며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자각이다. 달을 목표로 삼아 질주해왔던 우주개발 노력들이 우리가 살고 있던 지구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자료협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기후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자리매김한 지금 인류는 지구와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식을 쌓고 있다. 이러한 지식들의 공급에는 지난 1960 년대 우주에서 처음 지구의 사진이 촬영됐을 때부터 인공위성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의 정확도와 속도, 품질면에서 지구관측에 인공위성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는 탓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대기상태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와 이미지, 영상을 인공위성으로부터 제공받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현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 최적의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한때 지구촌에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던 오존구멍 역시 인공위성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이 제공한 데이터는 비단 과학계뿐만 아니라 환경규제 법률 제정이나 정치적 활동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1년 365일 지구 대기 관측

인공위성이 인류가 직면한 대기환경 문제 해결에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하려면 한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구온난화 가스와 공해물질들을 가능한 세밀하고 신속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네덜란드는 바로 이 부분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꼽힌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현재 광범위한 지역의 대기가스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1 년 내내 제공할 수 있는 지구관측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대기관측 장비와 데이터 처리 능력에 힘입어 관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 상황이 지속됐을 때 미래에 일어날 환경적 변화들을 정확하게 예견한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 국제연합(UN) 등은 이미 최신 인공위성에 네덜란드의 저궤도 위성용 대기 분광기술을 탑재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우주기구(ESA)ERS-2 위성의 지구오존모니터링실험장치(GOME), 메톱(Metop) 위성의 GOME-2, 인바이샛(Envisat) 위성의 대기온실가스측정장치(SCIAMACHY), 그리고 미 항공우주국(NASA) 오라(Aura) 위성의 오존모니터링 장치(OMI) 등이 그 실례다.

네덜란드는 또 네덜란드 기상청(KNMI), 스론연구소(SRON), TNO 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OMI의 광역 관측 능력과 SCIAMACHY의 광파장 관측 능력을 겸비한 새로운 인공위성용 대류권 오존 모니터링 장치 '트로포미(TROPOMI)'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글로벌 환경·안보 모니터링(GME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향후 센티넬-5 위성에 탑재되는 트로포미는 오는 2014~2015 년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대기의 질과 공해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모니터하는 ESA의 TRAQ 프로그램에도 트로포미와 유사한 관측장비가 사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향후 트로포미 개발이 완료되면 인공위성 지구관측분야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한층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 분광 기술의 혁신

원칙적으로 지구관측위성은 지구로부터 반사되는 태양빛의 광학스펙트럼을 분석한다.

햇빛은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를 구성하는 가스 분자들에 의해 일부 파장의 빛이 흡수되며 이 과정에서 각 분자에는 사람의 지문처럼 서로 다른 독특한 흔적이 남는다. 대기분광계는 직사광선과 지구에 반사된 빛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 흔적을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지구관측위성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장비인 셈이다.



대부분의 대기분광계는 스펙트럼 분석의 목적이나 분석해야할 스펙트럼의 범위에 따라 맞춤형으로 주문 설계·제작된다. 반사광의 수집은 우주에서 망원경 렌즈를 지구 방향으로 해놓고 반사광을 렌즈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취하는데 분광계의 내부로 들어온 빛은 파장별로 나뉘어 여러 스펙트럼 채널로 흘러들어가며 각각의 채널별로 고해상도 분광계에 의해 스펙트럼이 측정된다.

이런 반사광 분석의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직사광선의 분석은 별도의 교정장치(calibration unit)가 담당한다. 이렇게 두 데이터를 비교해 도출된 스펙트럼 특성은 어떤 물질들이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대기분석 연구를 위한 최초의 지구 관측 분광계는 지난 1978년 NASA의 오존관측 위성에 장착된 토털오존매핑 분광계(TOMS)로 지구촌의 오존 지도를 제작, 날씨 패턴의 연구에 활용됐다.

이후 1988년에 이르러 ESA도 SCIAMACHY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독일 브레멘대학의 존 버로우 교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지표면을 기준으로 한 수직관측위치(nadir)와 수평선을 기준으로 한 수평관측위치(limb) 모두에서 지구 대기의 스캔이 가능한 고해상도 분광계를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지구관측위성의 분광계는 수평관측위치에서만 스캔이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를 통해 2002년 발사된 SCIAMACHY는 빛의 입사각을 변경 오직 대기에 의해 분산되는 빛을 스캔할 수 있어 분석의 정확도가 높다. SCIAMACHY의 분광계가 검출 가능한 스펙트럼의 범위도 240~1,750나노미터(㎚), 2~2.4 마이크로미터(㎛) 로 대폭 확장됐다. 지난 1995년 궤도로 올려진 GOME의 검출 스펙트럼이 240~790㎚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2배 이상 다양한 타입의 가스들을 분석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동부와 동아시아 대기오염 심각

SCIAMACHY에 이어 지난 1998년 출범한 OMI 프로젝트에도 신기술이 채용됐다. OMI 분광계의 시각센서에 선형 전하결합소자(CCD)를 이용한 푸시브룸(pushbroom) 스캔방식이 도입된 것. 기존의 위스크브룸(whiskbroom) 방식 센서들은 픽셀 하나하나를 스캔 했지만 비해 푸시브룸은 관측대상을 한줄씩 선으로 스캔할 수 있어 스펙트럼 분석에 필요한 빛을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네덜란드 더치스페이스의 지구관측전문가 조한 드브리스 박사는 "분광계의 해상도는 얼마나 많은 양의 빛을 받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푸시브룸 방식은 한정된 지역의 대기를 분석하는데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우주로 띄워진 OMI의 스펙트럼 검출범위는 270~500㎚로 현재 지구 전체의 대기를 분석, 매일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다.

이렇게 네덜란드는 지난 15년간 GOME, GOME-2, SCIAMACHY, OMI를 통해 오존,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대류권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대기 중 고체·액체 미립자, 구름 등을 관측해오고 있는 상태다. 위성들이 매일, 혹은 매달 보내 온 자료에 근거한 KNMI의 분석에 따르면 동아시아, 미국 동부, 유럽 서부 지역의 대기오염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 모든 정보는 KNMI이 운용하는 온라인사이트 (www.temis.nl)에서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우주국(NSO)의 니우포르트 국장은 "지대가 낮고 해안에 접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네덜란드가 지구 대기를 모티너할 수 있는 위성 대기분광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원천"이라고 밝혔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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