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남아있는 원시인들의 특성상 뼈에 감염 흔적을 남기지 않는 무좀 같은 질병은 존재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몇 가지 논리적 전제를 세우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제는 무좀을 유발하는 백선균이 당시에도 존재했는지, 그리고 원시인들이 그 균에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지 이다.
먼저 백선균의 존재와 관련해서는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미시건대학의 세균진화학자 팀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무좀균은 분명 원시인들이 살던 때에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 이전에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다른 균과 마찬가지로 이 균도 습하고 비위생적 환경에서 번식합니다. 원시인들의 생활 환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동물의 시체조각이 널려있는 동굴 바닥은 그리 위생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백선균을 맨발로 밟는다고 모두가 무좀에 걸리지는 않는다. 미국 맨발협회(SBL)의 수석 블로거인 밥 니나스트의 말이다.
"누구나 백선균에 접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선균은 따뜻하고,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신발 속이야말로 그런 조건에 맞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무좀은 신발을 신어야 걸리는 병입니다." 사실 지금도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좀에 잘 걸리지 않는다.
발이 외부 공기에 노출되면서 건조해져 백선균의 생존과 증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신발을 신었을까. 스미스 박사는 "사람이 신발을 신은 것은 길게 봐도 약 1만년 전부터"라며 "동굴 생활을 마감하고 작은 마을 단위로 살아가면서 가죽 외피 속에 방한용 잔디를 넣은 원시적 수준의 신발을 신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때 이후라면 무좀에 걸린 원시인들도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맨발로 20년을 살아온 야생 생존 교관 코디 런딘은 "무좀으로 염증이 심해지면 사냥감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원시인들에게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원시인들이 무좀치료를 어떻게 했을지도 궁금한 사안이다.
런딘의 설명이다. "측백나무과 식물인 주니퍼의 녹색 잎을 끓이면 백선균 치료에 특효인 살균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시인들은 이 방법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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