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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만남 A to Z] 그는 왜 '반려동물 장의사'가 됐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 명 시대.

국민 5명 중 1명 꼴로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미용, 용품 등과 관련한 직종이 미래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중한 가족처럼 우리 곁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반려동물. 그런데 이들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 주는 사람, ‘반려동물 장의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6년 전 키우던 강아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평생 반려동물의 떠나는 길을 잘 보살펴 주겠노라 다짐한 한 남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국내 최초 반려동물 장의사’ 박영옥 씨를 서울경제 썸이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나라 최초 반려동물 장의사이자 페트나라 대표 박영옥입니다. 반갑습니다.

▲ 국내최초 반려동물 장의사, 페트나라 대표 ‘박영옥’씨





1999년이니까 제 나이 34살 때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동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해 여름 무렵에 갑작스럽게 자궁 축농증으로 가족 곁을 떠났어요. 준비가 전혀 안된 이별 앞에서 이 친구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더라구요.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동물병원에 물었죠. 근데 수의사 선생님이 “그냥 병원에 맡기세요. 냉동 보관했다가 폐기물 소각업체가 올 때 처리하면 됩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아니면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직접 야산에 묻으세요” 이렇게 얘기하셨어요. 6년 7개월을 함께한 가족 같은 친구를 쓰레기처럼 보내야 한다는 말이 너무 슬퍼서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혼자 울었습니다. 며칠 고민 끝에 택시를 타고 어딘지도 잘 모르는 야산에 가서 묻었어요. 서울에 있는 산에는 다 산책로가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땅을 깊게 파야 했지요.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에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친구를 어디에다 묻었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제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반려동물 장의사가 되기로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힘들었죠. 제가 이 일을 해보겠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했을 때 다들 저보고 정신병자라고 했어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동물까지 챙길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냐”라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들마저도 회의적인 시선으로 절 바라봤죠. 장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싸늘한 시선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죠. 장례업을 하시는 분들을 ‘저승사자’라고 표현하잖아요. 얼굴이 험상궂고 무서운 사람일 거라는 그런 인식들이요. 근데 제가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픽업서비스를 가니까 많이들 놀라시더라구요.



▲왼쪽 위부터 불교 장례식장, 기독교 장례식장, 반려동물 수의 모습



장례 절차는 사람과 똑같아요. 먼저 경건하게 떠나보내는 이별 의식을 하고 난 다음, 사람처럼 염처리를 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면 화장을 합니다. 화장 후엔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서 제공합니다.



저는 장례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먼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자본주의사회다 보니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돈벌이로만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못했을겁니다.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을 잃고 상처 받은 사람들과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어야 좋은 반려동물 장의사죠.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해외에서는 ‘펫로스(pet loss)’라고 하는데요. 슬픔 속에서 이런 심리적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 해외에는 전문 카운슬러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까지 제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40대 독신 여자분이 오셨어요. 장례를 마치고 그날 밤 새벽에 저한테 다시 전화주셔서 “장의사님, 저희 아이가 죽은게 맞는건가요?”라며 펑펑 우시더라구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안정을 시켜드리고 전화를 끊었죠. 시계를 보니까 출근시간이 다돼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갔습니다. 물론 몸은 피곤하지만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 제가 조금이라도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다 극복하게 되는 거 같아요.



반려동물과 관련해서 수의사, 미용사 등의 직업들이 뜨고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반려동물 장례업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대중에겐 반려동물 장례업이 생소한데 수요에 비해서 공급자가 너무 많아요. 특히 아직 법적인 부분이나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이 너무 늘어나게 되는 건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죠.



저는 항상 감사함과 보람을 느껴요. 저로 인해서 고객들이 위로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장의사라고 하면 다들 심적으로 힘들거라 생각하시는데 ‘감사하다’, ‘수고하셨다’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곤합니다. 고객의 아픈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고 그에 대한 고마움에 다시 제가 감사를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 납골당 내부 모습





저희 시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 장례식장과는 다르게 알록달록하죠? 요즘엔 혼자 사는 여성 고객분들이 많다보니까 여성고객 혼자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게 굉장히 힘드실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설에 대한 불안감, 장의사의 신뢰성 부분 같은 것도. 그래서 첫 발걸음부터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고객들이 마지막 이별 시간을 가지시고 나서 염처리를 할 때 항상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봐요. 이름, 나이, 성격 등등요. 그러다보면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을지가 떠오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아이지만 내 아이처럼 대하게 되더라구요. 장례 하는 동안은 이 아이에 대해 생각하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주는 게 제 도리라고 생각해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 말처럼 강아지 분양을 할 때부터 장례를 치를 때까지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직접 분양을 해주는 게 아니라 동물병원, 펫샵과 연계해서요.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훨씬 경제적이죠. 이 시스템이 도입되려면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요.



반려동물 장의사는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서 자격증을 따야하는 건 아니예요. 수의사 협회에서 1년에 몇 차례 교육을 진행합니다. 6시간 정도 이수하면 동물 장례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수료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사업 초기에 서울 후암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조선족 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 생각에 일용직 노동자이셨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봐도 참 놀라운 게, 그 분이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드셨을텐데 같이 살던 강아지가 사망하니까 장례를 부탁하시더라구요. 그 마음이 너무 와닿아서 제가 장례비용을 전액 무료로 진행해드렸어요. 요즘은 주인이 아니지만 로드킬 당하는 유기 아이들의 사체를 데려와서 사비로 장례를 치례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돼요. 동물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갖춰야하겠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능력, 이해하려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요. 대박을 꿈꾸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합니다.



초반에는 불교 신자들이 많았어요. 화장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기 때문에요. 하지만 요즘은 종교와 상관없이 고객층이 다양합니다. 이제 종교와 상관없이 장례 문화로 정착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오해하시는 게 있는데 보통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반려동물 장례는 ‘돈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차이입니다.



요즘 핵가족화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그래서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 자식같이 대하는 분들이 많죠. 그만큼 사랑을 주는 건 좋지만 때로는 사람의 욕심이 지나쳐서 동물에게 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동물을 많이 키우는 만큼 유기동물 사례가 많은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한번 가족으로 데려오면 꼭 끝까지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최근 농식품부에 동물 관련법과 관련해서 문의했어요. 법이 자주 바뀌다 보니까 관련업체들은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있거든요. 특히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한 사업이 아니다보니 무허가 업체도 많죠. 그래서 그러한 부분에서 법적인 안전망을 마련해주셨으면 해요. 피해를 입는 고객들이 늘면 이 일에 대한 인식도 안좋아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포털사이트에 업체 선별을 부탁드려보기도 했어요. 근데 그게 제 마음처음 쉽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무허가업체들 때문에 저 처럼 10년 넘게 열심히 하고 있는 공인 업체들이 피해를 많이 받아요.



▲납골당에 안치된 강아지 사진을 바라보는 박영옥씨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 체력을 쏟았어요. 요즘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걸 느껴요. 그래서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해요. 근데 사색할 때도 맨날 회사와 관련된 아이디어구상을 하고 있네요. 이제보니까 업무의 연장이네요 하하.

되돌아 보니 젊은 날에 너무 제 자신에 대한 시간을 못 가졌던 것 같아요. 특히 가족들. 영화보고, 외식하고, 여행가는 거 그런 보통사람들이 누리는 생활을 가족과 제대로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렇지만 절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건 없어요.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까.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싶어요. 가족들과 함께요. /정가람 인턴기자 gara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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