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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포커스] 저성장시대, 한국 기업의 생존해법

가치사슬 재검토해 원가 낮추고 핵심 사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

데이터 표준화 등 디지털 혁신도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철강·조선·화학 등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의 실적은 참담했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온다. 이웃한 중국은 이제 세계의 성장 엔진에서 위기의 진원지로 변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일부 신흥국은 자본유출 압력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저성장 국면이 최소한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환율이라는 백기사가 나타나 한국 경제를 구했다. 적절히 절하된 환율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기업들이 수출을 늘림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우리 수출을 받아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환율이 절하돼도 수출을 받아줄 곳이 없다. 장기 저성장기를 돌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선 저성장기에 맞게 기업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과거 중국 특수로 누렸던 고성장기 운영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군살을 없애야 한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어느 기업이든 투자·생산·조달·영업·인력관리 등 곳곳에는 고성장기에 관성적으로 쌓여온 거품과 비효율이 존재한다. 고성장기에는 어지간한 비효율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저성장기에는 운영상의 작은 차이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이제 단기 불황기에 주로 해온 경비축소, 출장억제, 구매단가 절감 등 '마른 수건 짜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치사슬 전반을 재검토해 과감히 생략하고 슬림화하는 등 근본적인 원가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으로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고성장기에는 다각화가 의미를 가졌다.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 투자해놓으면 위험이 분산될 뿐더러 종종 대박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이 같은 전략은 위험하다. 한정된 경영자원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확실하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장기불황에서 부활한 히타치와 파나소닉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히타치는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된 LCD·반도체·휴대폰·TV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철도 등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파나소닉 역시 PDP 등 전자사업을 버리고 차량과 에너지솔루션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핵심 비즈니스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방향은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파급은 우리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미 지멘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은 디지털 혁신의 결실을 향유하고 있다.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이용해 불량률을 0.5%에서 0.0011%까지 낮췄다. GE는 본래 영위하는 사업에 '산업인터넷'이라는 솔루션을 적용해 생산성과 고객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회사별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작업과 함께 데이터 표준화로 연결성을 강화하는 작업부터 수행해 나가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우리 기업들은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 강해진 경험이 있다. 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업재편과 구조개혁을 그 시기에 이뤘다. 이번 위기 역시 우리 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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