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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심 르포]“더민주 밉고, 그렇다고 국민의당 정한 것은 아니고..쪼까 두고 봅시다잉”

더민주, 비례대표 파동 겪으며 '도로 친노당'…호남의 반노정서 재분출

국민의당, 찍어주기엔 애매한 점 투성이…여당견제·새정치·지역발전 향한 진정성에 의심이 가

4·13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3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시민들이 한 정당의 유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4·13 총선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광주의 표심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구도에 국민의당이 가세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되면서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자 선뜻 마음을 줄 곳을 정하지 못해서다. 더민주를 찍자니 친노패권이 다시 등장하는 게 싫고, 국민의당을 찍자니 야당끼리 싸우다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게 아니냐는 복잡한 계산이 오간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4일 격전지 광주서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아직 (투표날 찍을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택시기사 나 모씨(62)는 “더민주당 밀어봤자 뭐 한대요. 맨날 (호남중진) 모가지나 날려 불고”라며 더민주 얘기가 나오자마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곧바로 “근디 (지지후보를) 국민의당으로 정한 건 아니고 쪼까 찬찬히 두고 봅시다잉”이라며 기호2번(더민주)과 기호3번(국민의당) 사이에서 선택을 못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통의 ‘야도’인 광주의 표심이 이처럼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 더민주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서다. 기저에는 노무현 정부의 ‘호남 홀대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민주 비례대표 파동이 기름을 끼얹었다. ‘문재인의 더민주는 싫다’는 광주 민심은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 희망을 걸어왔다. 친노패권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친노핵심인 6선의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을 잇따라 공천배제(컷오프) 하면서 표심에 적극 호응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파동 결과 결국 친노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광주민심이 “역시나”하며 다시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나 씨는 “김종인이가 잘 하나 했더만 비례 본 께 아니여”라면서 “김종인이 (호남 홀대하는) 친노들을 딱 잡아분 줄 알았는디 결국엔 (친노가) 지들 맴대로(마음대로) 비례 해불고 김종인이는(비례 순번)2번 받고 입 씻어부렀당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민주 공천 과정에서 당 최고 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짜 놓은 비례 순번안을 친노 중심의 중앙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당선 안정권에 친노인사를 대거 재배치하는 바람에 더민주가 ‘도로 친노무현당’으로 비치게 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활발하게 이어지는 문재인 전 대표의 유세 행보도 반노 정서를 자극했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 같은 광주민심을 읽고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행에 부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을 찍어 주자니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2번과 3번을 놓고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45)는 “국민의당을 찍는 건 새누리당을 돕는 거 아닐까요”라며 고민했다. 이 씨는 ”더민주가 싫지만 광주에서부터 확실하게 더민주를 밀어줘야 서울에서 새누리랑 잘 싸우지 않겠냐”며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국민의당을 꼭 찍어야 하는 이유도 못 찾고 있어 광주 표심은 더 흔들린다. 국민의당이 공천한 인물을 놓고 볼때 ‘그 나물에 그밥’이어서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같은 고민은 더 커졌다. 이 씨는 “새정치 한다고 당을 맨든 건디 (국민의당) 후보자들 보믄 죄다 옛날 사람들이잖아요. 이래서 새정치를 하겠나”라며 인상을 썼다.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던 20대 남성도 “국민의당의 이미지와 실제 후보자들이 너무 다르잖아요. 겉하고 속이 달라분께…”라며 지지를 망설였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세력인 50대들도 생전 처음보는 ‘다야(多野)’ 구도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점상 김 모씨(58)는 “국민의당 찍어봐야 (전국적으로 의석 수가) 얼마 없을 건디 광주가 발전하겄소?”라며 “용꼬리보다는 닭벼슬이라고 민주당은 호남의원이 크기 전에 죄 목을 날려버링께 국민의당을 찍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허요”라며 판단을 미뤘다. 김 씨는 “나도 내 판단이 맞는지는 솔직허니 모르겄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4·13 총선은 광주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치뤄 본 것과 비교하면 가장 어려운 시험(선거)가 될 전망이다. 기호 1번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제외됐고, ‘비호감 2번’ 더민주와 ‘물음표 3번’ 국민의당을 놓고 어디를 찍을지는 광주 유권자들만 알고 있다. /광주=전경석기자 kad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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