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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공시자료 쉽게 쓴 기업, 주가 오른다

김회광 성균관대학교 SKK GSB 교수

가독성 높을수록 기업이해 높아져 투자도 증가

김회광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일반적으로 기업의 운영진과 외부 투자자는 분리돼 있다. 거대기업의 경우 많은 주주가 주인이지만 이들이 직접 기업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주를 포함한 외부 투자자들은 현실적으로 금융시장과 기업 운영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자 등 운영진이 구성되고 이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기업의 구조상 주인과 대리인 간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업 운영진은 본인의 우월한 정보 지위를 이용해 본인을 고용한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주주는 이러한 정보비대칭성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기업 공시자료를 검토하고 본인이 투자한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던 근본원인을 생각해보면, 기업 공시자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시간을 가진 주주들이 얼마나 될까. 일반주주 중에 복잡한 금융용어와 회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반적인 회사 운영의 성과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는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 공시자료를 얼마나 쉽게 읽을 수 있느냐가 회사에 대한 이해와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즉 기업공시 자료가 얼마나 쉽게 쓰였느냐에 따라 주식 투자자는 그 기업에 대해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필자와 황병현 교수(미국 코넬대 및 고려대)의 공동연구 ‘기업 공시자료의 가독성과 주식 가격 (It Pays to Write Well)’에서는 미국 폐쇄형펀드(환매가 안 돼 안정적 자금운용 가능)의 연간 공시자료의 가독성(readability)과 주식 가격 움직임을 분석했다. 미국 폐쇄형펀드의 경우 대부분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주주인 경우가 많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을 분리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형펀드의 주가는 보통 내재가치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연구자들은 연간 공시자료의 가독성이 높아질 때 향후 폐쇄형펀드의 내재가치 대비 주식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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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주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업 공시자료의 가독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자들은 미국 금융감독위원회(SEC)에서 제시하는 기업 공시자료의 가독성 기준에 맞춰 수동태, 불필요한 중복표현, 불명확한 동사 등 가독성을 해치는 요소들을 직접 분리해 가독성 측정치를 만들어냈다.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SEC에 등록된 폐쇄형펀드의 연간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읽기 쉬운 기업 공시자료가 등록됐을 때 투자자들이 해당 펀드에 더욱 많이 투자하고 향후 펀드의 월간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본 결과는 읽기 쉬운 기업 공시자료가 투자자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결론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공시자료의 가독성과 주가는 단순한 상관관계일까 아니면 인과 관계일까.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명료한 정부 문서 작성을 유도하는 법안 (Plain Writing Act of 2010)을 발효했고 본 연구자들은 법안 통과 이전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공시자료를 보고했던 폐쇄형펀드가 해당 법안 통과 후 공시자료의 가독성을 다른 펀드보다 더 높일 수밖에 없었음을 관측했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가독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폐쇄형펀드들의 주식 가격이 여타 펀드에 비해 더욱 상승했음을 관찰했다. 법안 통과가 개별 폐쇄형펀드의 공시자료 가독성에 미치는 여타 요소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한 본 연구는 공시자료의 가독성이 주가를 높이는 실질적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은 산업사회의 핏줄이다. 생산성 높은 기업에 제때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금융시장은 경제성장에 많이 기여한다. 만약 금융시장이 이해하기 쉽지 않고 기업 공시자료가 지나치게 어렵게 쓰여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없으면 시장의 전반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기업은 투자자들이 더욱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공시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던지고’ 알아서 평가하라는 것은 투자자들의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주가를 떨어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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