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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사교육비 지출 많을수록 '황금인맥' 구축 갈망한다

"자녀 교육비용 억대 감수하겠다"가 65%

명문대 입학 필요한 이유 '사회의 긍정적 평가' 꼽아

채용 특혜는 자녀 자립심 해칠까 우려 나타내

서울경제신문 설문조사 결과 사교육비 지출수준과 황금인맥 구축에 대한 갈망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출처=이미지투데이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자녀 1명당 대학 졸업까지 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3억894만원으로 추산됐다.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4년 전 통계 결과이고 양육비용이 평균값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모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졸업 이후에도 인턴, 정규직 자리 알선 등 성인 자녀의 인생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이 같은 생애주기별 교육 광풍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발생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6월 9일부터 15일까지 ‘당신의 자녀를 위해 얼마를 쓰겠습니까’ 설문에 참여한 154명의 독자 중 ‘못해도 1억은 기본 아닌가’는 38.9%, ‘수억이 들어도 힘 닿는 데까지 하겠다’는 25.9%로 나타났다. 자녀를 위해 억대 지출을 감행할 의사가 있는 부모와 예비 부모가 64.8%였다.

특히 사교육비 지출수준과 황금인맥 구축에 대한 갈망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 평균 사교육비로 100만원~300만원을 지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 32명과 300만원 이상을 선택한 4명 중 66.7%가 ‘자녀에게 황금인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인맥이 사회생활의 최고자산이기 때문에’, ‘불행한 현실이지만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이 성공의 열쇠다’, ‘인생을 보다 효과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인맥이 좋아야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등의 의견을 남겼다. 반면 월 사교육비 지출액이 2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21명 중에는 19%, 월 평균 20만원~100만원 정도 사교육에 투자한다고 응답한 96명 중에는 43.8%가 인맥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응답자 중 88.9%가 명문대 진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사회적 평판을 위해서’, ‘심리적 자신감’, ‘사람들의 과대평가’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이들 중 25%는 무리해서라도 최고급 인맥이 즐비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겠다(남자의 경우 들어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표현했다.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을 통해 재벌 자제, 사업가 집안의 며느리와 친분을 쌓겠다는 의도다.

전체 응답자 중 94.1%가 ‘상위 1% 인맥’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선택하지는 않겠다고 답했지만 인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곳을 이용한다고 해서 친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만난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회의적인 이유가 주를 이뤘다.

서울경제신문은 6월9일부터 15일까지 ‘당신의 자녀를 위해 얼마를 쓰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154명의 독자 중 자녀를 위해 억대 지출을 감행할 의사가 있는 부모와 예비 부모는 64.8%로 집계됐다.




‘영어유치원에 아예 보내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4.2%에 달했다. 진학 의사가 있다고 밝힌 86명 중에서도 73.2%가 월 100만원 미만의 교육기관에 보내겠다고 답했다. 월 100만원~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겠다는 응답자는 14.9%뿐이었다. 만 3세부터 영어교육기관에 등록하는 프리유치원 열풍은 서초, 강남, 분당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수저’ 부모의 영향으로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이 63.6%였다. 자녀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시키거나 자립심을 떨어뜨릴 것을 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다.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그렇게 중요한 가치까지 망가뜨려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드러나게 되고 문제가 된다. 무엇이든 정당한 방법으로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반면 ‘채용 특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내가 겪었던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교육열이 뜨거울수록 인맥 구축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것은 교육의 기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교육이 본래의 기능인 역량, 능력 배양을 넘어서 차별과 구별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명문대 입학에 목 매는 현실 역시 학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차등적으로 부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일종의 ‘지위(status)’를 형성시켜 해당 교육을 받은 이너서클과 그렇지 못한 아웃서클로 구분시키는 역할을 하고 동시에 동등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데 이것이 바로 인맥이라는 설명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채용과정에서 특혜가 주어지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현상에 대해 권 교수는 불법적 행동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와 탈법적 행동까지 감행하겠다는 다짐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맥’을 부정부패와 반칙의 온상으로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은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법과 제도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구성원이 절차와 제도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인적 네트워크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게 하는 등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영·정수현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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