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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브렉시트에서 느끼는 단상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경제손실 감수하고 EU 탈퇴

영국 국민의 선택에서 보듯

기업 경영, 이익 극대화 벗고

행복 극대화 추구해야 할 때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70여년은 세계사적으로 보면 드물게 나타나는 큰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기였다. 급속한 기술 및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제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는 성장과 풍요를 누려왔다. 반면 이러한 급속한 발전의 부작용으로 소득 양극화, 계층 간 갈등, 지역 갈등이 확산해 자본주의 체제에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모든 글로벌 경제 이슈는 경제 이론이나 경제 관점에서만 봐서는 한계가 있고 정치·사회·문화·역사적 관점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에서 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24일 현실로 나타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클 것이므로 EU 잔류 지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선거 결과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이민자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을 더 참을 수 없다는 바닥 민심이 더 컸다. 결국 이번 영국 국민투표는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래 EU의 일원으로 있었던 것이 더 ‘행복했는가’에 대한 투표가 된 셈이다. 이번 사례는 사회 구성원이나 시장의 요구가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게 됐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는 경제 정책이나 기업 전략도 이제 ‘경제적 이익 극대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를 추구하는 방향과 관점으로 조정돼야 함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번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지역별로 찬반 비율이 극명하게 다름을 보여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영국 전체로는 EU 잔류가 더 유리하지만 그간 영국 내 지역별·계층별로는 경제적 이익의 혜택이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서 글로벌 경제의 혜택이 컸던 런던 등의 도시 지역이나 청년층에서는 EU 잔류 지지자가 많았지만 전통적 공업 지역이나 낙후 지역, 노년층에서는 EU 탈퇴 기류가 더 강해 이것이 브렉시트의 현실화를 가져왔다. 이는 경제 이슈의 분석에서 총체적 관점, 가치 창출 측면만 봐서는 안 되고 섹터별 관점, 가치 배분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 경영에서 지역별 전략, 동일 국가 내의 각기 다른 시장, 글로벌 가치사슬, 사회 가치 경영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이번 사태를 접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글로벌 경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가 크다. 브렉시트의 큰 파고는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영향은 시간이 감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경제주체가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가면서 현재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혁신적인 대안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실리콘밸리의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진정하라(stay calm)”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냉철한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 정부는 제반 여건을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3.1%)보다 낮은 2.8%로 수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 경제를 보더라도 이제 과거의 고성장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세계 경제의 급속 성장은 예외적인 상황이며 지금의 저성장이 오히려 정상 상태(new normal)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저성장을 재앙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점의 변화가 요동치는 국제 환경에서 저성장시대의 새로운 국면을 맞은 우리의 대응 전략에 기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이제 기업들도 경제적 이익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목표를 조정해 가치 창출뿐 아니라 가치 배분도 고려한 새로운 가치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과거의 성공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한 냉철한 현실 감각과 혁신적 시도를 강화해야 할 때다. 위기 때는 무엇보다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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