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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EU 혼란 틈타 美패권 흔드는 中·러...전후 세계질서 무너지나

시진핑·푸틴 최근 잇단 회담...중러 공조 강화

美英 동맹 균열 생기며 유럽안보지형도 흔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이라는 핵심 동맹의 힘이 약화하면서 미국의 패권 전략이 흔들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함에 따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던 전후 세계 질서가 균열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차 대전 주요 승전국인 영국과 미국은 전후 유럽 부흥 동반자로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한목소리를 내면서 핵심 파트너로 전후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주도자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영·미 대서양 동맹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글로벌 패권 전략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과 함께 전후 세계 질서 조정자 임무를 맡아왔던 영국의 브렉시트는 국제 사회에서 영국의 지위 약화는 물론 유럽 대륙과 서방 세계 전후 정치·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미·영이 주도했던 ‘대서양동맹’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세계 정치·경제의 새 축으로 부상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에 또 다른 기회를 주게 됐다는 지적이다.

브렉시트는 유럽에서 미국과 영국의 주도력을 확실하게 보장해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힘을 약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브렉시트가 곧 영국의 NATO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EU 탈퇴로 영국의 정치·경제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당장 NATO에서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 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NATO에 대한 영국의 방위 예산 지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 큰 문제는 브렉시트가 유럽의 분열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 만큼 영국을 무게중심으로 한 유럽의 안보 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나토의 전 미국 대표였던 아이보 달더 미국 시카고의회 국제문제 대표는 “브렉시트는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첫 선례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 질서에 독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외교 안보 이슈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미국이 최대 안보 동맹국인 영국의 EU 이탈로 세계 질서 주도국 지위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영국의 EU 탈퇴가 유럽에 개입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브렉시트 직후 성명에서 “영국의 NATO 회원국 지위는 미국 외교 안보 정책의 핵심 초석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대서양 동맹 약화와 세계 질서 변화 가능성을 우려한 반증으로 읽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예정에 없던 브뤼셀과 런던 방문 일정을 잡은 것 역시 NATO 등 유럽의 집단안보체제를 재확인해 美 패권의 후퇴를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NYT는 브렉시트 결정 직후 연이어 진행된 베이징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첫 연차총회와 베이징 중·러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미국과 영국의 동맹으로 지탱됐던 전후 세계 질서에 브렉시트 이후 변화 조짐이 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NYT는 “어떤 제국도 세계를 영원히 통치한 사례는 없었다”는 진리췬 AIIB 총재의 언급을 인용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사흘 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양국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는 점은 세계 질서 판도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브렉시트는 당장 중국의 경제에도 타격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정치·경제 질서 주도국으로 나서려는 중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치 평론가 마이클 슈만은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칼럼에서 영국의 EU 탈퇴로 세계 최대 경제 주체 가운데 하나인 EU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 자체로 중국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브렉시트의 최대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국의 EU 탈퇴는 세계 정치 질서의 변수로 종종 작용했던 독일과 러시아의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내전 이슈와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하려던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러시아와 타협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브렉시트로 러시아와 독일은 유럽 안보 이슈에서 미·영 동맹의 균열 조짐을 타 지위 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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