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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 Talk! Talk!] 안기순 텍스트팩토리 대표

잘 나가는 변호사에서 창업가 변신<br>"똘똘한 개인비서 한번 써보시죠"

안기순 텍스트팩토리 대표는 ‘김 회장, 박 사장 뿐만 아니라 정 과장, 조 대리도 가질 수 있는 개인비서’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문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CEO의 집무실 앞엔 항상 아리따운 여성 비서가 앉아있다. 이는 스크린 속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대다수 CEO는 개인 비서를 두고 바쁜 업무 가운데 처리하기 곤란한 소소한 일들을 맡기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업무에서 착안해 최근 개인 비서가 더 이상 고위급 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선언한 기업이 한곳 등장했다. 바로 문자를 활용한 개인비서 서비스 ‘문비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텍스트팩토리다. 변호사로 일하다가 창업의 길로 돌아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안기순 텍스트팩토리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문비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출시된 대다수 스마트폰에는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가 탑재돼있다. 애플 아이폰의 ‘시리(Siri)’, 삼성 갤럭시의 ‘S보이스’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오늘 서울 날씨는 어때?”,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어디야?” 같은 질문을 하면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하고 정보를 검색, 사용자에게 노출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처럼 음성인식 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굳이 손으로 타자를 칠 필요 없이 음성만으로 간편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도 음성입력 기능이 탑재될 정도로 음성인식 기술은 텍스트 입력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착안해 개발된 것이 ‘문비서’ 서비스다. 다만 개인비서 서비스 ‘문비서’ 는 ‘음성’이라는 트렌드 대신 ‘문자’라는 아날로그 방식에 주목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안기순 텍스트팩토리 대표는 말한다. “텍스트 서비스는 음성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죠. 또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정보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보낸 문자를 저장해 향후 유사한 질문을 할 경우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 고객이 ‘강남에서 회식할 수 있는 호프집 예약을 해주세요’라는 문의를 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후 이 고객이 ‘회식할 수 있는 고깃집 좀 찾아 주세요’라고 질문을 했을 경우, 굳이 장소를 말하지 않아도 기존에 저장됐던 질문에서 ‘강남’이라는 지역을 유추해내는 방식을 쓰고 있는 거죠.”

문비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개인화된 비서’라는 콘셉트로 탄생한 서비스다. 문비서 가입자들은 기존 문자 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식당 예약, 공연예매, 물건구매, 세차, 퀵서비스, 택배, 민원업무대행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좀 더 업무 처리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를 위해 기자가 직접 문비서 서비스에 가입해 간단한 업무를 의뢰해보았다. 우선 기자는 문비서를 통해 ‘저녁 7시에 8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홍대 인근 고깃집 예약을 원한다’고 적어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의 접수 완료’ 라는 메시지와 함께 홍대 근처에 있는 대형 고깃집 리스트 2~3곳이 전달됐다. 함께 첨부된 각 음식점 링크를 확인한 후 한 곳을 선정해 예약 의뢰를 했다. 그리고 약 20여 분 후 ‘예약 완료’ 가 됐다는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기자가 받은 답변이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체 형식을 띄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계적 답변이 아니라는 점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과연 이 답변 과정을 수행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사람일까, 아니면 잘 다듬어진 검색예약 소프트웨어 일까? 안 대표는 말한다. “저희는 사용자들의 의뢰를 처리하는 텍스트에이전트(TA)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TA는 컴퓨터나 자동응답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죠. 현재 10여 명의 텍스트팩토리 TA 직원들이 직접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채로운 경험과 연령대를 갖고 있어 다양한 의뢰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문비서를 통해 들어오는 의뢰 건수는 현재 하루 평균 100여 건 정도다. 다양한 의뢰를 처리하다 보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안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 질문을 들은 안 대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고객 한 분이 공연 예매를 의뢰했어요. 그런데 의뢰를 접수한 TA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알고 보니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였던 거죠. 고객이 의뢰를 했으니 예매에 나설 수 밖에요. 6명의 TA가 달라붙어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예약 사이트는 이미 서버가 다운 된 상황이었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예약에 실패하고 말았죠. 그때 경험은 저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저희의 역량으로 할 수 없는 의뢰는 받지 않는 것이 고객과 저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죠. 사실 저희가 만능 서비스는 아니잖아요. 고객이 할 수 없는 건 문비서도 하기 어렵다는 것,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웃음).”

사실 안기순 대표는 창업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사법고시 합격 후, 지난 2001년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해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까지 태평양 소속으로 일하며 비교적 평탄한 삶을 이어갔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안 대표는 말한다. “평소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도 했죠. 당시 배웠던 내용을 기반으로 도스용 판례 검색 프로그램을 윈도우 버전으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일까요? 얼마 후 태평양이 설립한 IT 자회사 로앤비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로앤비는 판례나 법령, 법조인명록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해 관련 기업이나 대학, 정부 기관에 제공하는 일을 했죠. 이후 2014년 로앤비가 톰슨로이터에 매각돼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기회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그때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IT 비즈니스였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안 대표는 우연히 자신의 생활 패턴이 변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회사 CEO로 근무할 당시만 해도 자신이 하지 않고 비서에게 떠밀었던 소소한 일들까지 자기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거기서 문비서 서비스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비서를 두는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해봤습니다. 중요도가 낮은 일을 비서에게 맡기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업과 중요한 일에도 더 집중을 할 수 있겠죠. 이는 비단 CEO에게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인이 업무 시간에 부서 회식 예약을 위해 30분 이상 검색에 매달린다면, 그건 엄청난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 회장, 박 사장 뿐만 아니라 정 과장, 조 대리도 가질 수 있는 개인비서’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문비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이유입니다.”






문비서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비서의 개인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고객이 직접 입력한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개인화다. TA가 가입 당시 고객이 작성한 거주 지역, 직장 위치, 성별, 연령대를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말한다. “제가 실제 회사에서 개인 비서를 두고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집에 계신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기 위해 퀵서비스를 부르라고 비서에게 지시했는데, 그 때마다 제 비서가 집주소를 물어본다면 속이 타겠죠. 제대로 된 비서의 역할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러나 문비서는 다릅니다. 고객의 집, 고객의 직장으로 요청하는 의뢰가 빈번할 경우, 따로 물어보지 않고 의뢰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문비서 개인화 서비스의 대표적인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문비서와 고객 사이에 나눈 대화 히스토리를 토대로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다. 고객과 나눈 대화를 서버에 저장하기 때문에 ‘지난번에 예약했던 음식점’, ‘지난번에 불렀던 청소 도우미’라고만 말해도 의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물론 이 같은 개인화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도 있지만, 매번 확인 작업을 거치길 원하는 고객도 있다” 며 “TA들도 개인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무료 베타서비스를 진행한 문비서는 지난 4월 정식서비스를 오픈했다. 이미 수익모델도 마련했다. 일반회원에겐 거래 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월 4,900원의 회비를 내는 정회원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정회원에겐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일반 정보 검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안기순 대표는 문비서 서비스와 다양한 첨단 기술의 접목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단순 개인비서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새로운 개인화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안 대표는 “우선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통해 시장 안착과 고객 확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보다 더 지능화된 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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