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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톡톡! 리우]히잡 쓴 美 펜서·전과자 복서…이것이 올림픽 정신

암낫 루엔로엉 /사진출처=NBC




이브티하즈 무하마드 /AP연합뉴스


9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아레나3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인 관중이 히잡을 쓴 선수에게 열광하는 장면이었죠.

이 여자펜싱 선수의 이름은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1)입니다. 무하마드는 올림픽 전부터 화제가 된 선수죠. 그는 이날 역대 미국선수 중 최초로 히잡을 쓰고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기록을 썼습니다.

뉴저지 출신의 무하마드는 아프리카계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온몸을 가리는 펜싱 복장이 그나마 무슬림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판단에 딸에게 펜싱을 권했다고 하죠.

개인전 32강에서 “USA”를 연호하는 관중의 열띤 응원 속에 무하마드는 15대13으로 우크라이나 선수를 이겼습니다. 이슬람국가(IS)의 잇따른 테러로 이슬람 공포증이 확산한 가운데 IS 테러의 타깃으로 예고됐던 올림픽에서 미국인들이 무슬림을 응원하는 모습은 무척 낯설었습니다.



16강에서 프랑스 선수에게 12대15로 져 탈락했지만 무하마드를 향한 각국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하마드는 “무슬림 사회도 다른 사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있고 얼굴 등 신체를 전부 가리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다. 아프리카계·백인·아랍계 등 다양한 무슬림이 있다”고 작정한 듯 얘기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는 강제로 히잡을 쓰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무하마드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기 위해 펜싱 마스크 안에 히잡을 쓰고 펜싱복 속에 긴 옷을 입습니다.

부모의 권유도 있었지만 무하마드는 “보이지 않는 인종·종교의 장벽을 깨뜨리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펜싱을 택했다고 합니다. 흑인 무슬림 여성 중에 펜싱선수가 거의 없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하네요.

이날 복싱장에서는 전과자 올림피언의 스토리도 전해졌습니다. 태국의 암낫 루엔로엉(37)인데요. 남자 라이트급 첫판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를 누른 뒤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 기자들에게 인생역정을 들려줬습니다. “어릴 때 1년 반 동안 수감생활을 했어요. 그곳에서의 삶이 저를 바꿔놓았죠.” 10년 전 관광객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다 붙잡혀 징역살이를 한 루엔로엉은 “감옥에서 처음으로 교육이란 걸 받았고 사리분별도 배웠다.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도 깨달았다”고 돌아봤습니다. 교도소에서 배운 복싱으로 루엔로엉은 출소한 뒤 전문복서의 길을 택했고 5월 첫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1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출전은 프로복서로서의 일정에 제약을 주지만 루엔로엉은 주저 없이 올림픽을 택했습니다. “올림픽 메달로 저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계속 프로 경기를 뛰면 돈은 많이 벌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올림픽은 비리투성이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스폰서 기업들만 배 불리는 지극히 상업적인 이벤트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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