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우올림픽]포기를 모르는 ‘미친 펜서’ 박상영

3라운드 4점차 벼랑 끝서

"할수 있다" 스스로 주문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수술

1년간 피나는 노력 끝 극복

14일 단체전서 2관왕 도전

박상영(왼쪽)이 10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상대인 헝가리의 임레 게저에게 금메달을 확정하는 공격을 성공해 대역전극을 완성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박상영이 2세트 막판 9대13으로 뒤진 상황의 전광판(왼쪽)과 박상영이 14대14로 동점을 만드는 공격 장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21·한국체대)의 별명은 ‘미친 펜서’다. 펜싱에 입문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새벽에 시작해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빠진 일이 없다. 잠깐 쉬는 시간과 휴일에도 비디오 분석에 몰두하는 그를 고교 시절의 코치는 “좀 쉬어가면서 해라”라며 말릴 정도였다.

미친 연습벌레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생애 첫 올림픽에서 미친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 리우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아레나3에서 치른 남자펜싱 에페 개인전 첫판(32강)에 러시아 선수를 15대11로 누른 박상영은 16강에서 세계랭킹 2위 엔리코 가로조(이탈리아)를 15대12로 꺾으면서 메달 희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가로조는 정진선을 누르고 올라온 선수였다. 8강에서는 세계 10위 맥스 하인저(스위스)를 15대4로 완파하며 파죽지세로 4강에 올랐고 이어 세계 13위 벤저민 스테펜(스위스)마저 15대9로 잡으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박상영의 올림픽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펜싱 역사는 물론 올림픽사에도 길이 남을 명승부를 쓰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승 상대는 세계 3위의 백전노장 임레 게저(42·헝가리). 1996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자랑하는 강자였다. 초반 0대2 열세를 극복하고 2세트 9대9 동점을 만든 박상영은 내리 4점을 잃고 3세트 들어 10대14까지 밀렸다. 1점만 뺏기면 끝나는 상황. 벼랑에 선 박상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박상영이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의 지난 1년 반은 ‘끝났다’는 절망적인 한마디와 사투를 벌인 시간이었다. 지난해 3월 그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까지는 2013-2014시즌 그랑프리 우승도 두 차례나 경험한 기대주였다. 2013년 9월 에페 종목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뽑히고 앞서 2012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한국 최초로 남자에페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박상영은 그러나 수술과 기약 없는 재활을 거치는 동안 잊혀져갔다. 강도를 높이자니 아픔을 견디기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안정을 취하면 무릎이 펴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됐다. 지루한 재활을 끝내고 지난해 12월 복귀했지만 계속 1·2회전에서 탈락하자 그의 귓가에 “이제 끝났네”라는 말이 들렸다. 박상영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자괴감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잘한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하던 박상영에게 칭찬의 맛을 알게 해준 펜싱이었다. 그는 미친 연습벌레로 돌아갔다.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코치를 괴롭혔고 100위 밖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을 1년 만에 21위로 끌어올렸다. 이날 결승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박상영은 ‘끝났다’는 말을 거부했다. 급하게 덤벼들던 패턴을 바꿔 상대 공격을 유도하고 틈을 노리는 전략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야금야금 점수를 얻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고 허점을 노린 기습적인 찌르기로 꿈에서만 땄던 금메달을 실제로 목에 걸게 됐다.

박상영은 “얘가 잘 버텨줬다.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라며 무릎을 가리켰다. 최근까지도 그는 재활훈련을 거르면 무릎이 펴지지 않고 반대로 많이 하면 다리가 부어 고생했다. 박상영은 “힘들 때마다 올림픽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금메달 따는 꿈을 꿀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남들은 깜짝 금메달이라고 하지만 박상영은 대회 전부터 자신 있었다. 그는 진주제일중 은사인 현희 코치에게 며칠 전 “대진표도 안 좋은데 왜 이렇게 자신 있죠? 저 사고 치는 거 아니에요?”라는 휴대폰 메시지를 남겼다. 박상영의 경남체고 시절 코치인 정순조 현 경남체고 감독은 현 코치의 남편이다. 부부 지도자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것이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올림픽=제일 재밌는 놀이’라고 적은 박상영. 14일 오후9시부터 시작되는 단체전 놀이에서 그는 2관왕에 도전한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리우올림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