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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SCREENX 김세권 감독 인터뷰





영화 ‘모진:더 로스트 레전드’에서 중앙 화면 가득 배우 안젤라 베이비가 잡초가 무성한 풀 밭에 고꾸라져 있다. 그녀를 잡으려는 괴한이 마스크를 쓰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녀를 잡기 위해 풀 숲 뒤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우측 화면이다. 스산한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고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분위기를 점령한다. 이번엔 좌측 화면이다. 3면 가득 다각도로 전해오는 화면에 관객들은 신경이 예민해지며 감각을 곤두세운다. 현실 같은 착각 속에 몰입감은 더욱 세진다.

세계 최초 스크린 기술을 개발해 한국뿐 아니라 중국,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다면영상기술 ‘SCREENX’. SCREENX는 순수 국내 개발 영상 플랫폼으로 미래 영화 스크린 산업의 ‘표준화’를 꿈꾸며 한 단계씩 세계화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최근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SCREENX로 내놓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김세권 프로듀서를 만났다.

“SCREENX는 흑백에서 컬러로, 3D에서 IMAX, 4DX를 지나온 새로운 스크린의 진화 기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3면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3대의 카메라를 붙여 270도의 각도로 촬영한 뒤 극의 흐름에 맞게 화면을 이용한다. 중앙 화면에 집중해야 할 부분에서는 좌, 우 양쪽의 화면이 블랙(검은 장면)처리 된다. 그러다 말을 타고 달리거나, 고층 빌딩을 아우르며 배우가 액션 연기를 할 때는 3면을 이용해 각기 다른 각도로 화면을 구성한다. 이때 관객의 동공은 정면을 향하고 있어도 순식간에 좌, 우를 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극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SCREENX는 기존 화면을 단순히 가로 비율을 늘여 3면으로 분할한 기술이 아니다. 중앙 화면에서 이어지는 양쪽 벽면을 서로 다른 각도로 연출해 관객에게 3가지 각도를 보여준다. 3D처럼 안경을 쓰고 입체적으로 보지 않아도 시각 자체로 입체감을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3D를 이을 다음 멀티미디어 도구로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기술이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란 점이다. SCREEN X는 처음에 영화사 CGV에서 TF를 꾸리는 과정에서 얻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후 아이디어는 카이스트 기술 연구팀과 협동 제작을 통해 현실화 됐다.



“처음 SCREENX에 대한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는 극장 풍경에 낯설어 하는 관객이 더 많았다. 그래서 광고부터 시작했다. 자동차, 패션 등 영화가 시작하기 전 광고를 3면으로 제공하면서 관객들이 조금씩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3년 김지운 감독의 ‘the X’를 시작으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화되면서 작년엔 ‘차이나타운’ 등 수많은 영화 상영관을 따로 열어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1초에 20컷씩 좌, 중앙, 우로 연결되는 장면을 편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었다. 그 기기를 사용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도 냈고, 앞으로 조금씩 확대될 수요에 대응할 준비도 하고 있다”

카이스트와 CGV가 협업해 국내에서 자체 기술 개발한 편집 프로그램. 각 장면별로 다른 화면을 넣어 서사 구조에 맞는 연출이 가능하다.


라스베가스에서 올 4월에 열린 시네마콘(CinemaCon) 박람회 입구. 극장 정면 스크린뿐만 아니라 양옆 벽면을 함께 사용해 3면 270도 입체 화각 영상시스템 ‘스크린X’ 체험존을 설치해 호평을 받았다.


SCREENX는 세계 최초 기술인 만큼 해외에서의 반응이 뜨거운 편이다. 중국에서만 벌써 4편째 개봉했고 미국 등 4개 국가에 105개 상영관에 설치됐다.

“중국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는 잠잠해진 3D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수요가 크다. 미국의 경우 시네마콘(CinemaCon:라스베가스에서 4월에 열리는 극장 상영회)이라는 박람회가 있는데 여기서 공개 시연을 한 뒤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후 중국 배우인 심용결, 천쿤, 안젤라 베이비, 서기 등 톱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 연출한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경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의 액션이나 화려한 씬이 없는 편이다. 대화 만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하거나,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할 때 지루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파노라마로 중앙 화면을 양 옆으로 연장해 펼쳐 보여주는 기법이 있고, 아예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기법이 있다. 고산자의 경우 극을 단조롭게 이어가지 않기 위해 스토리 상황 별로 기법을 달리했다. 중앙에 집중해 주인공의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서 불빛, 조명 등 주변 공간에 있는 요소를 옆에 배치해 감각을 극대화했다. 드라마적인 요소도 중요해서 전국 8도의 아름다운 절경이 나올 때 절경에 빠져들 수 있도록 연장의 기법을 활용했다. 김정호가 목판을 사용하는 장면은 지도를 만드는 제작 과정이 심층적으로 드러나야 했기 때문에 한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찍었다. 그래야 관객들이 서사적으로 깊이 있게 빠져들 수 있다. 등장인물과 관객이 감정적으로 일체가 되는 느낌을 주는데 효과적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나도 정해진 정답이 없기에 시도할 연출이 많고 그래서 더 좋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한 장면. 파노라마 편집 기법으로 좌, 중앙, 우측 화면을 모두 활용했다.


SCREENX는 올해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R&D, 국내외 콘텐츠, 동반성장 분야에 총 72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기도 했다. 앞으로 국내 SCREENX가 글로벌화 한다면 상영 생태계 구축에 한 획을 그을 가능성이 있단 의미기도 하다.

“국내에서 시작한 기술이기 때문에 세계화됐을 때 산업을 둘러싼 전반적인 영역까지 두루 성장할 수 있다. 현재 편집 기법 등 노하우를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국내 인력을 좀 더 많이 키울 예정이다. 정부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와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부대 사업 지원도 하고 현장 인력을 위한 세미나, 시연 등도 하고 있다. 우리 기술을 모방하는 세계 기업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중국 광고(‘필름 이지’)의 경우 한국 기술을 카피해 비슷하게 출시한 곳도 있고, ‘바코’라는 벨기에 회사도 모방해서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비슷하긴 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노하우, R&D, 크리에이티브 기술은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아서 체험 등 퀄리티에서 밀리지 않고 승부할 자신이 있다”

최근엔 빅뱅의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해 단편 영화로 제작해 해외 수출에 큰 성과를 올린 SCREENX. 영화 뿐 아니라 접목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할 이 플랫폼이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국내발 SCREENX가 글로벌 곳곳에서 전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해 일깨우길 기대해본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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