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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공기업 지정...정부가 직접관리] "방만한 산은 쇄신" 의지 불구 구조조정·투자 기능 약화 우려

기재부가 재무제표·인력 등 모든 경영 관리

기업 정상화 지원 놓고 통상 분쟁 불거지고

의사 진행 과정 늘어나 '골든타임' 놓칠수도

"산은, 글로벌딜 등서 성과...신중접근" 지적도





정부가 산업은행의 공기업 전환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서 불거진 산은의 자회사 및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허술한 관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은이 산하에 있는 기업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산은 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이 주체를 금융위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산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그만큼 정부가 산은의 개혁을 숙원 과제로 보고 있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산은이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기재부와의 접점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현재 산하 공기업에 대해 직접 중기 인력 계획 수립, 일부 인사의 인사위원회와 채용절차까지 관여하는 등 거의 모든 경영상의 현안을 해당 공기업과 협의해 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공기업은 전기·가스 등 실물 위주의 업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산은이 공기업이 될 경우 은행의 특성상 기존 공기업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산은은 부채비율 200% 준수 등도 타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일괄적으로 적용받게 된다. 기재부가 산은의 재무제표부터 인력계획까지 관리하게 돼 산은에 대한 기재부의 영향력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과 시장에서는 산은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공기업 전환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산은의 주요 업무인 설비자금 공급 외에 최근 역할이 커진 기업 구조조정과 벤처 투자 기능이 훼손돼 좋은 취지에서 나왔던 쇄신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구조조정 차원에서 산은이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산은의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협정’ 위반으로 여타 회원국이 법정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율협약·워크아웃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이 맡고 있는 출자전환·유상증자 등 모든 지원이 공기업 전환 후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곧 ‘산은 지원은 정부 직접 지원’이 돼 구조조정 역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산은이 맡고 있는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은 모두 87곳으로 이들에 10조8,000억원의 여신이 지원됐다. 이와 별도로 대우조선에는 지난해 10월에만 2조6,000억원을 지원했는데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이 같은 지원이 모두 해외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은 정부 지원으로 인한 기업의 인위적인 부양책에 과거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무역분쟁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작업반 회의에서 산은의 대우조선 지원이 공식 의제로 올랐으며 일본과 EU 측에서는 국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문제 삼은 바 있다. 이런 우려 속에 김성원·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9월 산은의 지원에 대한 OECD 및 WTO 통상마찰 이슈 가능성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산은이 지난 6월 민간 채권단을 대표해 직접 해외 용선사 협상에 나선 사례도 공기업 위치에 있었다면 한국정부가 구조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기업’ 지위로는 사실상 산은의 구조조정 창구 역할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기재부와 모든 현안을 논의하게 되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사 진행 과정이 늘어나 기업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출자전환 등 지분 취득 때마다 기재부의 사전 협의와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출자전환을 한 기업만 23개에 달한다.

산은의 또 다른 핵심 업무인 벤처 투자의 경우도 산은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 조직과 정원에 관한 지침’에 따라 10% 이상 지분투자, 30억원 이상 출자전환 시 기재부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해 벤처 투자 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산은의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382개 업체, 총 4,399억원이며 이밖에 펀드(190개)를 통한 간접 투자 규모는 14조6,639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해외 글로벌 딜에 참여해 성과를 내고 있는데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국가 간 이해상충과 형평성 위배 차원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산은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보다 신중하고 업무 특성을 반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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